코로나 시대의 예술, 메타버스 위에 올라타다

코로나 시대의 예술, 메타버스 위에 올라타다
 
‘The Metaverse is coming(메타버스의 시대가 온다)’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CEO이자 인공지능의 리더라 불리는 젠슨 황(Jensen Huang)이 개발자 콘퍼런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선언 이후 ‘메타버스’는 대중적 키워드가 됐다. 국내외 유수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올해가 ‘메타버스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의 사전적 정의는 아직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 가상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초월의 의미를 가진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 미국의 미래학자 존 스마트가 설립한 미래 가속화 연구재단(ASF,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은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의 대안, 혹은 반대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현실과 가상의 교차점, 결합, 수렴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정의한 바 있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과 AR, VR, XR 기술 등의 발전은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인프라를 구성했다. 그 결과 게임이나 오피스, 교육, 문화예술 등 삶을 이루는 전방위 영역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ROBLOX)>의 경우 상장 당일 시총 43조 원을 넘어서며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열의와 기대감을 확인시켰다. 또한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2억 명 이상의 유저가 가입하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뒤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인피니트 오피스’를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설공단이 공공기관 최초로 메타버스 오피스를 도입했다. 출근시간에 맞춰 ‘게더타운’이라는 가상 오피스에 접속하면 화면 속 아바타를 통해 업무 및 동료와 소통을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우리의 일상 곳곳으로, 과거 오랜 꿈이었던 미래적 풍경을 빠르게 주입하고 있다.   
 

■ 메타버스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전시
예술의 영역 역시 메타버스와 만나 수많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공연 등의 예술 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이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메타버스가 제시된다. 오프라인에 기반한 예술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크게 고전하고 있다. 시각 예술 콘텐츠의 경우 전시를 위한 물리적 공간인 전시장의 확보나 운영이 쉽지 않고,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점점 더 심화되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예술을 경험하고 소비할 공간이 줄어들면서 문화생활이 위축된 상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 세계 박물관 80% 이상이 최소 한 달부터 1년까지 휴관했고 방문객 수 역시 크게 감소했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1600 곳의 박물관 중 13%가 폐관을 계획했을 정도다.
 
이러한 위기를 메타버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사례가 구글의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 & Culture)’다. 2011년부터 서비스 중인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으로, 누구든 어디서나 문화 인프라의 혜택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2020년까지 세계 최고 박물관과 미술관의 자료들을 초고화질로 구축하고 가상현실로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AR앱 서비스로 구현된 현장과 가상 갤러리의 중첩은 실제 해당 공간에 있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출시 초기에 17곳의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시작해 지금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 독일 구겐하임미술관 등 1800여 곳으로 확장됐고 세계 80여 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연간 순 방문자수는 1억 명에 이른다.
 

■ 야심차게 시작하는 스타트업 가상 전시 서비스
국내 스타트업 예술 기업들의 메타버스 적용 역시 활발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기업 성장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업 중에서도 메타버스와 예술을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곳들이 여럿 눈에 띈다. 특히 전시장을 메타버스 가상현실로 옮겨 구현하는 서비스가 두드러진 경향. 가상현실의 갤러리는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다양한 전시 기획을 자유롭게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내 예술가의 작품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 프로젝트K의 ‘MOVE K’

▲ 프로젝트K의 ‘MOVE K’

‘프로젝트 K’는 ‘MOVE K’라는 실감형 스마트 갤러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CAD 도면 제작으로 모듈화된 전시장 공간을 기획, 이를 3DS MAX를 이용해 구현한다. 각 전시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법들을 유동적으로 추가해, 기존 온라인 전시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은 모바일, PC,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접근할 수 있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 예술고래상회의 ‘desk desk’

▲ 예술고래상회의 ‘desk desk’

또 다른 스타트업인 ‘예술고래상회’는 웹 VR 엔진을 기반으로 작품을 가상의 공간에서 관람하고 사용자 사이 인터렉션이 가능한 버추얼 예술 콘텐츠 플랫폼 ‘데스크 데스크(desk desk)’를 서비스 중이다. 예술고래상회는 오프라인 예술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많은 오프라인 전시와 콘텐츠를 기획, 운영하면서 축적된 콘텐츠들이 지역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자유롭게 배포될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했다. 데스크 데스크는 2020년 기획 및 런칭한 서비스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웹 친화적인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PC와 모바일 모두 구동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한편 ‘주식회사 믐’ 역시 메타버스를 이용한 온라인 3D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또한 작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전시 홍보를 제공하고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믐’을 통해 창작자는 본인만의 스튜디오를 만들고 그 안에 작품을 배치하고 배경음악을 흐르게 하거나 전시를 진행한다. 2D 작품 사진에서 조각, 오브제와 같은 3D 작품도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전시장에는 지인을 초대하여 실시간 대화를 나누거나 제스처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또한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믐 서비스 내에서 판매하기 원하면, 심사를 통해 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다. 이때의 판매금은 소량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모두 작가에게 돌아간다고. ‘믐’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 역할을 하는 ‘므미’ 캐릭터는 사용자의 취향과 개성에 맞게 선택해 꾸밀 수 있어 사용자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한다. ‘믐’은 코로나19로 전시에 목마른 20~4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재 작가 회원은 300여 명이고 전체 회원은 1000명을 넘어섰다.       

■ 공연 현장의 생생한 숨결까지 담다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타격은 공연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0년 ‘코로나19에 의한 공연예술분야 피해현황 조사’에 따르면 공연예술기관 중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휴업이나 폐업을 한 경험은 전체의 45.8%이다. 휴관은 43.6%, 폐업한 기관은 2.2%에 달했다. 또한 2019년 대비 2020년의 공연 관람객의 변화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이 46.8%,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비율이 86.7%이었다. 이 결과는 국내에 국한되지만 해외 공연 예술 분야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언택트 조건을 지키면서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공연 단체들이 공연 실황 녹화물 스트리밍이나 온라인 생중계 등의 대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메타버스를 활용한 방식 역시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인기 힙합 가수인 트레비스 스캇의 포트나이트 공연은 ‘메타버스의 지평을 넓혔다’라고 일컬어질 만큼 성공적이었다. 2019년 콘서트 투어를 하며 약 18억 원의 수익을 올린 그는 2020년 팬데믹 상황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메타버스를 이용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속 유저들을 상대로 콘서트를 연 것. 3일간 다섯 차례의 공연에 2770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공연 관련 수입으로 약 230억 원을 넘게 벌어들였다. 이후 <포트나이트>라는 가상의 공간은 아리아나 그란데, 방탄소년단 등의 톱스타들이 관객을 만나고 소통하는 멋진 무대의 역할도 하고 있다.

▲ 날다팩토리의 첨단기술 적용 공연 현장

▲ 날다팩토리의 첨단기술 적용 공연 현장

국내에서도 공연과 메타버스를 접목시킨 사업과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감 넘치는 공연을 가상의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날다팩토리는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기술을 이용, 메타버스 속에 연극 및 공연을 구현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XR(확장현실)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그리고 그 둘을 아우르는 MR(혼합현실) 기술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실과 비슷한 가상공간 안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게 돕는 초실감형 기반 기술이다. 날다팩토리는 올해 연극 공연을 위한 XR스튜디오를 구축하고 2022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는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이 완비된 곳에서 XR 콘텐츠를 이용한 공연이 가능하지만, 날다팩토리는 일반 공연장에 XR스튜디오를 직접 구축해 진행하고 있다. 준비된 장비로 실내 공간에서는 설치의 제약이 없으며 실외에서도 날씨의 변수를 감안해 구축 가능하다. 또한 우주나 심해 등 자유롭게 공간 연출이 가능하기에 관객에게 더욱 다채롭고 생생한 미감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날다팩토리 지동익 대표는 “메타버스 트렌드는 이미 여러 공연 분야에 확대되었고 앞으로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그런데 정말 중요한 본질은 기술만이 아니라, 각 콘텐츠에 맞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기획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접목된 예술은 그 자신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창조성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것이야말로 거대한 혁신이자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메타버스 열풍 속에서, 예술이 소진되지 않고 모든 이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동력이 아닐까. 최악의 위기를 천우의 기회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는 예술 산업의 미래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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