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송의 아니 근데]범죄를 택한 건 소년이지만 그들을 보호 안 한 사회도 ‘유죄’다

소년범의 ‘그 이후’를 묻다…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 <소년심판>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는 어른과 경쟁으로만 내모는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다. 넷플릭스 제공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방영 전부터 강렬한 카피로 화제가 되었다. 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로, 김혜수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았다.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한 우배석(작가가 가상으로 만든 ‘소년형사합의부’에는 총 3명의 판사가 재판에 참여한다. 재판장, 좌배석, 우배석. 현실에서는 소년부에서 판사 한 명이 단독 재판을 진행) 심은석은 냉철하고 엄격한 인물이다. 대놓고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밝히며, 그들은 갱생 불가라고 단정짓는다. 반면, 좌배석 차태주(김무열)와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은 소년법의 근본은 교화라고 믿는 쪽이다. 드라마는 살인, 입시비리, 차량 절도, 집단 강간, 벽돌 투척 사건 등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범죄를 다룬다. 소년범에게 법의 무서움을 가르쳐야 한다는 외침과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맞붙는데, 두 주장이 상충되지 않으며 공존 가능하다는 것을 절묘한 균형 감각으로 입증한다.

소년법과 관련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촉법소년 연령이다. 형사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소년(만 14세 이상~19세 미만)과 구분돼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검찰에 기소되지 않고 가정법원으로만 보내진다. 소년법 폐지 주장은 대체로 이 연령을 낮춰서 나이가 어려도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심판>의 첫 화에도 살인을 저질러놓고 낮은 형량을 받으리라 예상하는 소년범이 나온다.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의 강력범죄의 비율은 소년범죄 발생 건수의 5.3%에 그친다는 것이다. 강력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다. 일부지만 <소년심판>처럼 이를 악용하는 소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강력범죄의 비율 자체가 낮기 때문에, 촉법 소년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갑자기 더 많은 소년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자극적인 사례와 이에 대한 거부감이 소년법을 둘러싼 논의 자체를 틀어막아버리고, 소년범에 대한 혐오와 타자화를 부추기는 것은 곤란하다. 엄벌주의는 쉽고 빠른 ‘사이다’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쉽고 빠른 방안만이 능사가 아니다. 소년범의 특수성을 살펴보고 처벌과 교화를 병행하기 위한 논의는, 힘들지만 꼭 필요하다.

[이진송의 아니 근데]범죄를 택한 건 소년이지만 그들을 보호 안 한 사회도 ‘유죄’다

드라마를 보면서 책 한 권을 떠올렸다. 서울신문의 이근아·김정화·진선민 기자의 <우리가 만난 아이들 : 소년, 사회, 죄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사진)는 2020년 11월 총 5회에 걸쳐 발행한 소년범 관련 기획 기사를 엮은 것이다. 세 기자가 취재를 통해 소년범을 직접 만나고, 소년범을 다루는 기관에 방문하고, 소년범을 보도하는 언론사의 보도 형태와 관련 법안을 분석한 내용 등이 담겼다. 소년범을 둘러싼 다양한 지형도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중 소년범에 대한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행태 비판이 눈에 띈다. 이러한 자극적인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실제로 소년범의 강력범죄 비율이 훨씬 높다고 추정하고, 소년범죄 발생 건수 자체도 실제보다 과대 추정한다. 언론이 이런 기사를 쏟아내는 이유는 소년범 관련 소재가 화제성과 트래픽이 중요한 온라인 기사 생태계에서 흥행이 보장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소년범과 인터뷰하면서 뽑아낸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그린 ‘네트워크’ 분석 지도를 통해 소년과 소녀의 범죄 동기와 양상 차이를 밝히거나(소년은 돈과 권력이 목적이라 재산 범죄가 많으며, 소녀는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 취약하여 거절을 하지 못하다가 범죄에 빠져들고 주로 성범죄에 연루) ‘우범 소년’처럼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가출하거나 무리지어 다닌다는 이유로 미리 딱지를 붙이고 처벌하는 현황을 비판하는 꼭지 또한 생각할 지점을 건드린다. <소년심판>을 본 시청자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소년범은 갱생 불가한 존재일까
엄벌주의라는 쉽고 빠른 방법 대신
처벌과 교화의 공존을 고민해보자

소년이 범죄에 빠져드는 경로엔
제 역할 못하는 어른들이 있기에
가해자에 서사를 부여하지 않되
환경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후 가르침을 동반한 처벌이 답
가해자에게 기회를 허락한다는 건
가해의 연쇄를 끊는 것이기 때문

소년범 취재를 하며 세 기자가 가장 걱정한 것 중 하나는 이 보도가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할까봐’였다. 그간 사회가 늘 가해자의 편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범죄가 어떤 배경에서 주로 일어나는지, 이 사람이 어떤 경로를 통해 범죄에 노출되었는지, 환경이 다르면 어떤 차이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같은 환경에서 왜 다른 선택을 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진 않는다. ‘서사’란 사건의 재현이나 사건의 연속을 의미하는 말로, 어떤 문장이나 사실이 단순한 나열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A는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A는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질렀다.” 두 문장 사이에 ‘그래서’를 넣으면 A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범죄 사실이 인과 관계로 묶인다. 어려운 가정환경의 소년 전체를 예비 범죄자로 매도하거나 가해자의 잘못을 축소할 위험에 빠진다. 그렇다고 A가 범죄를 저지른 것만 부각할 수도 없다. 소년범들의 범죄에는 환경이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문장을 독립적으로 두되 연결고리를 찾아내면 된다. 배경과 현황을 분석하면, 질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이 어려운 소년은 어떻게 범죄에 쉽게 노출될까?” 선택지가 빈약하면, 거기서 범죄를 선택하는 이들이 나온다. <소년심판>에서 심은석은 이 지점을 명확히 한다. “가정이, 그리고 환경이 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나 다양한 선택지 중 범죄를 택한 건 결국 소년입니다. 환경이 나쁘다고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진 않죠.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보호자 전원에게도 보호자 교육을 명합니다.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오늘 처분은 소년에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끼셔야 할 겁니다.” 이때의 보호자는 법원에 함께 앉아있는 법적 보호자만을 뜻하지 않는다. <소년심판>은 거듭해서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는 어른과 경쟁으로만 내모는 사회의 문제를 지적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소년은 법적 보호자에게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소유개념이 불분명한 아동 시절, 많은 이들이 작은 물건을 훔치지만, ‘보통은’ 훈육을 통해 행동을 바로잡는다. 그런데 소년범이 범죄로 빠져드는 경로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있다. 미성년자 조건 만남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범죄자, 답안지 유출을 제의하는 교사, 가정폭력 신고를 외면하는 경찰, 환경이나 행실을 문제로 ‘쟤’랑 놀지 말라며 고립시키는 학부모…. 혐의에서 결백한 어른은 없다.

심은석은 소년범을 혐오하면서도, 소년범이 당한 피해에 맞서 그를 보호하려 한다.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피해자인 자신이 쉼터로 가는 제도가 부당하다고 울부짖는 소년에게 심은석은 말한다. “그래서 보여주려고. 당한 사람이 격리되지 않고 폭력을 행한 사람이 격리되는 거. 피해자는 집을 지키고 가해자 벌 받는 거 그거 보여준다고 내가.” 똑같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으나 이제는 가해자가 된 남자에게 분명히 선을 긋는다. “본인이 학대의 피해자였다고 가족에게 똑같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건 엄연한 범죄입니다.” 드라마 안에는 가정폭력 피해자지만, 그런 폭력성을 대물림하지 않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심은석은 보호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보호자를 격리하고, 버텨내서 장하다며 소년을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소년에게 말한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는 해. 진짜 중요한 건 그다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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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물론 선량한 소년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소년은 배은망덕하고, 바람직하지 않으며, ‘개념이 없다’. 사랑으로 감싸준 보호센터장을 모함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이런 ‘싹수가 노란’ 애들을 우리는 쉽게 괘씸해한다. 그런데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위험에 처해도 되는가? 착하지 않기에 사회가 개인을 보호할 의무를 방기해도 되는가? 갱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소년이 더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고만 볼 것인가? 싫어하고 미워하면서도 개인적 감정과 별개로 어른으로서, 판사로서 책임을 다하려는 심은석은 그래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잘못을 깨달을 수 있는 처벌은 적절하게 내려져야 하지만, 그 처벌마저 가르침의 역할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소년범은 ‘그 이후’를 또 한참 살아가기 때문에. 어느 섬이나 다른 나라에 치워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함께 말이다.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가해자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또 다른 가해의 연쇄를 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어렵고도 필요한 말을 <소년심판>은 하려고 한다. 그러니 심은석이 혐오하는 것은 소년범뿐만 아니라, 소년범을 양산하고 방치하는 사회구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년심판>의 마지막 장면은 아주 힘이 세고,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 그 자체다. 다만 드라마 전체적으로 폭력 장면 묘사가 많이 나오는 편이니, 시청 시 유의할 것.

소년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