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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선재 업고 튀어’…장애를 결함으로 만드는 ‘치유’라는 폭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덧없는 가정을 해볼 것이다. 그때 그렇게 매몰차게 말하지 말걸, 병원에 좀 일찍 데려갈걸, 그날 거기에 가지 못하게 막을걸…. 그 대상이 나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 있는 존재라면 절박함과 애틋함은 현실의 무력감과 만나서 부풀어 오른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는 4월8일 첫방송을 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이러한 상실을 주요 서사로 삼는다.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이 원작이며, 김혜윤과 변우석이 주연을 맡았다. 주인공 임솔(김혜윤)은 삶의 의지를 놓은 순간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로부터 응원과 위로를 받고 그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런데 10년 넘게 좋아했던 이 ‘최애’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절망의 순간 임솔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다. 도착한 곳은 류선재가 아직 가수로 데뷔하기 전 평범한 남학생이고 임솔은 열아홉 살 고등학생인... -
시민 인터뷰 유튜브 채널 ‘썰플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즐거움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 하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정말 좋겠네~정말 좋겠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주 볼 수 있었던 풍경 중 하나는, 뉴스 화면에서 리포터를 둘러싼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혹은 신나게 브이를 그리던 모습이다.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는 텔레비전보다 유튜브가 더 익숙하고, 미디어에 출연한다는 것이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인플루언서’라는 새 시대의 직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특별한 기술이나 마케팅 없이 직접 찍은 영상 하나로도 순식간에 SNS 스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데도 일반인 출연자에게서 자연스러움을 갈구하는 욕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내향형’ 가수 이석훈이 MC 낯 가리는 캐릭터로 차별화 거리서 사연 듣고 노래 추천 서울·젊은 층 대상 위주 한계일반인 출연자가 알고 보니 섭... -
JTBC 리얼리티 연애 예능 ‘연애남매’…상충되는 두 요소 버무려 정공법으로 띄운 승부수
어느 날, 연애 프로그램을 보던 친구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어, 내 고등학교 동창이다!” 친구는 동창이 얽히고설킨 러브 라인에서 헛발질할 때마다 반은 안타까워하며, 반은 흥미로워하며 관전했다. “잘 좀 해봐…. 근데 쟤가 저런 애였나?” 인간은 누구나 그 관계에 맞는 다양한 역할과 얼굴을 바꾸어 가며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의 모습은 나와의 관계 속에서만 유효한 일부이다. 직장에서의 나, 가족과 있는 나, 친구와 있는 나(그중에서도 그룹에 따라 다시 자아는 분화되기 마련이다), 혼자 있는 나, 온라인 세계에서의 나… 정말이지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연애는 대부분 두 사람 간의 독점적 관계 안에서 진행되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보니, ‘연인으로서의’ 혹은 ‘연애 관계에서의’ 그 사람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아니 어쩌면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사적인 모습 중 어떤 부분은 절대로 보거나 보이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 -
“불러주지 않으면 내가 부르지 뭐”…뭉클하다, 용감한 이 ‘몸짓’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보)은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2015년 시작한 이 ‘인터넷 방송’의 콘셉트는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오천만 국민들을 위한 속 시원한 고민 상담소”. 2024년 3월2일부터 3일까지, 비보는 개국 8주년을 맞아 공개방송이자 생일파티인 <비보쇼 오리지널 2024>(이하 비보쇼)를 개최했다. 장소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웬만한 아이돌도 입성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는 공연장이다. 5000석의 좌석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이 불같은 경쟁을 뚫고, 3월3일 비보쇼에 다녀왔다. 송은이와 김숙이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무대 위로 솟아오르는 순간, 어쩐 일인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데, 저기 우뚝 서 있는 저 조그맣고 용감한 두 사람과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나처럼 비상인 관객이 많아서, 마음 편하게 눈물 흘렸다.2024년 비보쇼의 테마는... -
요즘 한국사회를 휩쓰는 뜨거운 담론 - ‘도파민’과 ‘저속 노화’
1월1일도 지났고, 설날도 지났으며, 이제는 3월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로도 벌써 3번째고, 봄의 문턱이며, 개강 및 개학의 철이기도 하니…이제 진짜 변화의 첫 삽을 뜨라는 압박이 공기 중에도 느껴지는 듯하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일찍 자기, 배달음식 줄이기, 스마트폰 사용시간 줄이기처럼 생활습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핫’한 표현을 꼽자면 아무래도 ‘도파민’과 ‘저속 노화’(또는 가속 노화, 감속 노화)라는 단어이다. 도파민은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어 소위 ‘쾌락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는 <도파미네이션>(애나 렘키 지음·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2022)이 출간된 이후 폭넓게 쓰이고 있다. 재미있는 장면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두고 ‘도파민 터진다’ ‘도파민 구간’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한편 ‘저속 노화’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한 노년내과 의사이자... -
미디어의 사투리 재현…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이 쏘아 올린 한 방
설 연휴가 끝났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생활했던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의 언어에 둘러싸일 때 새삼 명절을 실감한다. 사투리가 강한 지역 출신이라면, 타향살이로 살짝 희석됐던 억양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투리는 최근 꽤 핫한 콘텐츠다. ‘충청도식 돌려 말하기’, ‘경상도 호소인의 엉터리 경상도 사투리’ 같은 영상이 쇼트폼으로 인기를 끌고, 얼마 전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 올라온 ‘미디어 사투리 기강 잡으러 왔어예’는 순식간에 15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화제 몰이를 했다. 이때 ‘미디어 사투리’란 미디어에서 재현된,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사투리를 일컫는다. 이후 이 채널은 사투리 콘텐츠를 연달아 올리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은 ‘하말넘많’이 쏘아 올린 영상을 중심으로 미디어의 사투리 재현과 반응을 살펴본다.‘하말넘많’의 사투리 영상은 <‘강의의 神’&‘리뷰의 神’> 코너에 올라왔으며, 칠판을... -
칭찬할 수 없는데 끊을 수도 없는 드라마…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어떤 작품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작품성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다양성은 심지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항목마저 포함한다. 황당함도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면 보는 사람이 그만 속수무책으로 매혹되는 것이다. <꽃보다 남자>는 특유의 ‘오그라드는’ 연출로 지금까지 쇼트폼에서 죽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중이고, 임성한 드라마의 문어체적 대사는 ‘아씨 두리안 말투로 말하기’처럼 밈이나 놀이로 재생산된다. 사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아무도 안 보는 것보다, 조롱일지라도 관심을 받는 게 훨씬 낫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망신살의 왕좌는 아무나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마냥 특이하거나 기묘해서만도 안 되고, 대중이 허락하는 범위에 있으면서도 웃음 코드를 자극해야 한다. 황당한 대사나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의 연기력이나 그걸 밀어붙이는 뚝심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이런 드라마가 등장했다. 돌아온 <개그 콘서트>보다 웃기고, <나는 솔로>만큼 복장 ... -
대중이 ‘아나운서계의 신인류’ 김대호에 열광하는 이유
MBC 아나운서 김대호는 가장 뜨거운 예능계 유망주이다. 2023년 초 MBC 유튜브 채널인 ‘뉴스안하니’에서 공개한 일상이 화제가 되면서 <나 혼자 산다>(MBC, 이하 나혼산)에 진출한 김대호는 자유분방한 생활양식과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아나운서계 신인류’라는 평을 받았다. 김대호는 과도한 PPL, 대중이 위화감을 느끼는 연예인의 화려한 삶, ‘짜고 치는’ 방송용 연출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나혼산>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구원투수이다. 번거로움을 무릅쓰는 취미생활이나 날것의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김대호의 인기를 견인하는 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일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K직장인의 애환’이다. 김대호는 TV에 나오지만 연예인은 아닌, 방송국이 회사인 직장인이다. 그래서 <나혼산>에서 일상을 공개해도, 추가업무로 분류되어 4만원만 받는다는 사실이 언급된 바 있다. 2023 MBC <방송연예대상>... -
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연말에는 각종 방송사의 시상식으로 북적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상식의 의미 또한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떤 작품과 누가 호명되는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효과가 있다. 2023년 연말 시상식은 ‘나답게’라는 말이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연말 시상식의 조각조각을 모아, 2024년으로 뻗은 길을 비추는 작은 반사경 하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2023년 11월, Mnet의 시상식 ‘MAMA 어워즈 2023’의 오프닝은 2002년생의 걸출한 래퍼 이영지의 스피치로 시작되었다. <고등래퍼 3>(Mnet)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이영지는 예능에서 활약하다 2022년 <쇼미더머니 11>(Mnet)에서 또 한 번 우승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인기만큼이나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히트곡이 없다거나, 지나치게 목소리가 크고 우악스럽다거나, 본업이 뭔지 모르겠다거나…. 이영지는 MAMA의 무대에 오롯이 서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 -
“자신의 역사를 써나가는 그녀들…새해 새 역사를 쓸 우리에게 용기가 된다”
▲김혜수30년 청룡영화상의 ‘진행자’ 작별매년 연말 관심사가 되어온 드레스대중을 의식하지 않는 과감한 노출 결국 항상 따라붙은 ‘파격’ 이미지여성 육체에 퍼붓는 시선 견뎌낸그녀는 관음증 세상의 ‘생존자’다때는 2023년 12월. 해마다 이 시기면 이룬 것도 없이 또 한 살을 먹는다는 두려움과, 내가 가진 패가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에 초조한 사람이 많지. 나이 든다는 건 특히 여성에게 두려운 일이야.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트리 혹은 케이크라는 말을 아직도 많이 하거든. 24~25세가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야. 그리고 서른 살이 되면 청춘도, 여성으로서의 매력도 끝난다는 풍문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끈질긴 악취를 풍긴다더라. 남자는 나이가 들면 와인처럼 숙성한다는 표현과 대조적이지. 그래서 오늘은, 30이라는 숫자와 관련 있는 3명의 여성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 김혜수는 이번 청룡영화상을 마지막으로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