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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
  • [이진송의 아니근데] ‘살맛’으로 살맛 나게···착한 시체보다 짜증 나는 노인네가 되기로 했다
    ‘살맛’으로 살맛 나게···착한 시체보다 짜증 나는 노인네가 되기로 했다

    온라인에서 ‘혼밥 레벨’ 테스트가 돌았던 적이 있다. 집단이 기본값인 한국사회에서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가 처음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측정하는 일종의 놀이였다. 혼밥 레벨의 큰 틀은 대충 이렇다. 1단계는 편의점, 2단계는 학생식당이나 구내식당, 3단계는 패스트푸드. 단계가 올라갈수록 혼밥의 난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분식집, 맛집을 거치면 7·8단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고깃집, 횟집이 있다. 누구나 보는 순간 이해할 만큼 이 테스트는 특정 공간과 음식의 의미를 함축한다.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패스트푸드점은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곳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공간과 음식에는 사회적 맥락이 추가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고깃집, 횟집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곳이다. 교류가 이루어지고, 분위기나 규모가 중요하며, 음식은 최소 2~3인분 이상부터 판매한다. 그런 곳에서 혼자 밥을 먹는 행위는 어쩐지 중요...

    2025.11.01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여제 아닌 황제···여성 스포츠 예능을 넘어 ‘지도자로서의 여성’으로
    여제 아닌 황제···여성 스포츠 예능을 넘어 ‘지도자로서의 여성’으로

    한국 국적의 운동선수나 예술가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때 온라인상에서 퍼지는 자조가 있다. “귀한 분이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에.” 영웅은 고난을 이겨내는 운명이라지만 튀는 존재를 찍어 누르는 한국의 문화, 비리와 친목으로 곪아가는 각종 협회 및 재단의 악행은 질이 낮고 소모적이다. 그럴수록 영웅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미운 짓 골라하는 조국과 장르에 헌신해 범인의 가슴을 울린다. 별 하나에 조수미, 별 하나에 김연아, 별 하나에 김연경, 아, 새롭게 빛나는 별에 안세영…. 2024~2025 V 리그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김연경은 남녀 불문, 명실상부 배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이며 화려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스타성도 뛰어나 각종 예능에서 활약하며 여자배구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국가대표를 우선시한 김연경에게 소속 구단이 저지른 만행이나, 언론 및 배구 관계자들이 퍼부은 가혹한 비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구협회가 20년 만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배구 대표팀...

    2025.10.18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남녀 연애 뒤로 밀린 여자들의 우정···그 ‘미친 롤러코스터’를 알아?
    남녀 연애 뒤로 밀린 여자들의 우정···그 ‘미친 롤러코스터’를 알아?

    ‘미친 사랑의 노래’는 있지만, ‘미친 우정의 노래’는 없다. <미운 우리 새끼>는 있지만, <미운 우리 친구>는 없다. 흥미로운 일이다. 실제로 사람, 특히 여자를 미치게 하는 진한 방법이 바로 우정의 롤러스코스터인데 말이다. 자의식이 생기고 놀이터나 어린이집 같은 공간에 아장아장 걸어들어가는 순간부터 의지와 무관하게 탑승한 이 롤러코스터는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며, 가장 연약하면서도 인생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유년 시절을 관통한다. 소녀들의 우정은 치열한 정치의 현장이자, 질척하게 뒤엉키는 치정 놀음이다. 여아를 관계중심적 성향으로 양육하는 사회적 환경이 가뜩이나 기민한 촉을 자극한다. 환대와 배제, 매혹과 불안, 선망과 질투, 기쁨과 고통이 한데 뒤섞여 부글부글 끓는다.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은 치열하고 잔혹한 어린이의 우정을 그려낸 영화로, 유년 시절과 소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죽마고우, 금란지교, ...

    2025.09.27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개꿀 빠는 연예인? 그 선망과 멸시 뒤에 가려진 ‘노동 착취’ 구조
    개꿀 빠는 연예인? 그 선망과 멸시 뒤에 가려진 ‘노동 착취’ 구조

    “연예인들이 이게 문제야. 화폐가치에 개념이 없어.”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카페계의 해병대! 메가MGC 커피’ 편에 출연한 딘딘이 이준에게 날린 일갈이다. <워크맨>은 세상의 모든 직업을 리뷰한다는 목적으로 연예인이 직접 직업 체험에 나서는 콘텐츠이다. 메가커피에서 일하던 이준은 “돈이나 많이 줬으면 좋겠다”라는 사수의 말에 “지금도 많이 버실 것 같은데? 월 천 찍지 않느냐, 지점장인데”라고 말한다. 사수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지고, ‘나락 감지 센서’가 켜진 딘딘이 재빠르게 치고 들어온다. “슈퍼카 타고 다니고 이러니까, 침대 제니 침대 쓰고 이러니까. 정신 나가 가지고.” 웃음이 터지고, 싸늘해질 뻔한 분위기가 살아났다! 개그는 반복. 이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임금 4만120원(최저시급 1만30원X4)을 받은 딘딘은 “이거 이렇게 딱 이렇게 받고 나니까 형의 월급 천만원 발언이 너무 경솔했다.”라고 한 번 더 꼬집는다. 쿠키 영상에서 딘딘은 카페인...

    2025.09.13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다큐3일\' 특별판이 완성한 낭만, ‘그땐 그랬지’ 향수 깨우고 위로 전한 시간의 힘
    '다큐3일' 특별판이 완성한 낭만, ‘그땐 그랬지’ 향수 깨우고 위로 전한 시간의 힘

    10년 전의 약속이 이번 여름을 애틋하고 뜨거운 낭만으로 달구었다. 지난 8월22일, KBS2는 2022년 종영했던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3일>)의 특별판 ‘어바웃 타임-10년 전으로의 여행’을 방영했다. 이 특별편은 편성 당시부터 큰 화제였고 업로드된 지 이틀 만에 200만 뷰를 넘길 만큼 관심을 받았다. 2015년 <다큐3일>의 ‘내일로 기차여행 72시간’ 편을 촬영하던 이지원 카메라 감독은 안동역에서 만난 대학생 두 명과 즉흥적으로 약속한다. “10년 후 이 시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당시에는 아득하게만 느껴졌을 10년 후는 2025년 8월15일 오전 7시48분. 몇 년 전부터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이들이 유튜브 댓글난에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약속을 상기하더니, 올해 7월 카메라 감독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대국민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다큐3일>의 특별판은 이 재회를 향해 가는 72시간의...

    2025.08.30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남이 되고 나서야 진정한 우정이 생겼다”···이혼에서 ‘불행의 필터’를 벗기자
    “남이 되고 나서야 진정한 우정이 생겼다”···이혼에서 ‘불행의 필터’를 벗기자

    “결혼은 일단 해봐. 안되면 이혼하면 되지 뭐.” 결혼을 권장(?)하던 어르신의 조언이다. 당신 젊을 적에는 이혼이라는 선택지가 아예 없었는데, 요즘에는 세상이 변했다는 말처럼 가족의 해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짧게는 30년, 길게는 50여년이 흘렀다. 통계적으로 한국의 이혼율은 OECD 평균,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혼 또한 드문 사건이 아니다. 미디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된다. <돌싱글즈>(MBN), <나는 솔로>(SBS plus)의 ‘돌싱 특집’, 중장년의 연애 프로그램 <끝사랑>(JTBC) 등에서 출연자는 치부로 여겨졌던 이혼 경력을 공개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이혼 사유를 밝히는 시간이다. 출연자는 대부분 무척 괴로워하며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이유’를 털어놓는다. <우리 이혼했어요>(TV 조선), <이혼 숙려 캠프>(JTBC)에서는 ‘결혼 이후’를...

    2025.08.17 10:11

  • [이진송의 아니근데] “남자답다” “여성스럽다”엔 없는 성인지 감수성···‘테토녀’ ‘에겐남’엔 있다
    “남자답다” “여성스럽다”엔 없는 성인지 감수성···‘테토녀’ ‘에겐남’엔 있다

    MBTI의 광풍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분류 체계가 나타났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MBTI의 16가지보다 훨씬 단순한 이분법은 이른바 ‘에겐/테토’ 구별법이다. 에스트로겐(외래어 표기법은 ‘에스트로젠’이지만 여기서는 유행하는 용어를 따른다)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에 사회적 규범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투영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주도적이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성향을 띠고,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다정하고 섬세하고 수동적인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녀’는 전통적인 여성상,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남’은 전통적인 남성상을 일컫는다. 이 규범에 속하지 않으면 ‘남성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남’, ‘여성이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녀’로 불린다. 호르몬으로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지만, 에겐-테토 구별법(이하 ‘에토 밈’)은 최근 인터넷 콘텐츠에서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진하며 유행 중이다. 문화인류...

    2025.08.02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가부장제 시선 두렵다고 여성의 아름다움 꽁꽁 싸매야 하나
    가부장제 시선 두렵다고 여성의 아름다움 꽁꽁 싸매야 하나

    워터밤의 계절이다. 워터밤은 관객과 아티스트가 물총싸움을 하는 참여형 페스티벌로, 2015년 처음 개최되었다. 물 낭비, 일회용 물총 쓰레기 생산, 성희롱과 안전 문제 등 논란이 매해 반복되지만 워터밤은 올해에도 죽지 않고 돌아왔다. 그말인 즉, 워터밤에 수반되는 섹슈얼리티의 발산을 둘러싼 논의 또한 ‘밤(bomb)’되는 시기란 뜻이다. 노출이나 섹스어필이 강한 워터밤 무대가 끝나면, 알고리즘이나 일상 대화에서 “워터밤 OOO”가 여름날 초파리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르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솔로가수 권은비의 퍼포먼스. 2023년 권은비는 ‘워터밤 여신’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솔로곡 <언더워터>를 역주행 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의 무대 수행 능력과 육체적 매력이 결합한 결과였다. 올해에도 권은비의 무대는 관심과 화제의 중심이었고,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워터밤이 분출하는 신체 이미지를 찬양하는 목소리와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맥락과 의도...

    2025.07.19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두려움·슬픔·고통 마주보고···‘흠결’조차 ‘나’임을 인정하고 연대하기
    두려움·슬픔·고통 마주보고···‘흠결’조차 ‘나’임을 인정하고 연대하기

    지난 6월 20일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가 공개되었다. 케데헌은 미국의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았다. 장르는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국의 케이팝 아이돌이 악귀를 잡는 헌터로 활약한다. 케데헌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SNS에서는 감상과 2차 연성이 쏟아지고, 영화의 OST까지 빌보드 차트와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에 높은 순위로 진입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케데헌은 우선 매력적인 캐릭터와 중독성 있는 노래, 그리고 한국적 요소를 섬세하게 조합했다. 케데헌의 세계관에서 춤과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는 ‘헌터’는 한국의 무당이 기원으로, 매 시대 새로운 헌터들이 발탁되어 황금빛 결계 ‘혼문’을 쳐서 귀마로부터 세상을 지킨다. 2025년의 헌터인 ‘헌트릭스’는 3인조 걸그룹으로, 루미와 조이, 미라가 멤버이다. 세계적인 걸그룹인 헌트...

    2025.07.05 08:00

  • [이진송의 아니근데]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빌런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빌런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기수가 바뀌면, 시청자는 수색견처럼 찾는다. 무엇을? 이번 기수 ‘빌런’을. 그리고 거슬리는 언행을 할 조짐이 보이면 환호한다. “너구나, 8기 빌런이.” 빌런(Villain)은 원래 영화나 드라마, 연극, 소설 등에 등장하는 소위 ‘악역’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일상에서, 실존 인물에게 많이 쓰인다. 빌런은 단순히 나쁜 행동을 하면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과 악을 규정하는 사회규범과 가치체계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누가’, ‘어떤 행동이’ ‘왜’ 나쁜가? 여기에는 동시대 구성원들의 공감과 동의 또한 관여하며, 이는 권력 구조와 밀접하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주는 것만으로 쉽게 ‘나쁜 엄마’가 되지만, 아빠의 육아는 위험하거나 성의 없어도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안 되는 이유” 같은 밈으로 소비되며 허용받는 식이다. 이렇게 빌런은 규범과 감수성에 따라 구성되고 변화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빌런계의 신흥...

    2025.06.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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