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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그리는 여대와 여대생…그리고 동덕여대 ‘공학 반대’ 시위
지난 11일, 서울 동덕여자대학교의 재학생들은 대학 측이 대학발전 계획을 검토하며 일방적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에 반발하여 학내 시위를 시작했다. 이미 전국의 많은 여자대학교가 공학으로 전환하며 사라진 가운데, 다른 여대에서도 일부 단과대나 유학생에 한하여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동덕여대 시위는 다른 여대와의 연대 시위로 확산되었다. 동덕여대 시위는 학교의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정 절차에 학생들이 반발한다는 것만으로 당위가 충분하지만, ‘여대’생들이 ‘공학 전환을 반대’, 즉 ‘여대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한다는 이유로 여성혐오의 표적이 된다. 패기 없는 청춘을 패기 바쁘더니, 정작 동덕여대 시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애들’의 징징거림 정도로 비하하는 것이다. 민주사회의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시위에 참여한 주체가 피해보상금 폭탄을 맞고 망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은 가관이다. 이런 비난과 조롱은 물론, 여성들을 위협하고자 시위... -
‘방판’의 추억을 되살리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식의 웃음 주는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무려 30년 전 배경, 성인용품 방판섹슈얼리티 속에 은폐되었던 진실억눌리고 눈치 보던 성 관념 흔들어불경한 쾌락이 아닌 성스러운 쾌감특수 형태 여성 노동의 문제도 제기음지에 숨은 부조리를 양지로 꺼내기억 하나. 커다란 가방을 든 ‘아줌마’가 방문하면, 커다란 가방 안에서는 갖가지 화장품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왔다. 얼굴에 팩을 바른 중년 여성들이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수다를 떨 때의 대화는 어딘가 은밀하고 즐거운 톤을 띠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들릴까봐 한껏 소리를 낮추었다. 기억 둘. 한때 녹즙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아침마다 윙윙거리던 녹즙기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마다 문고리에 걸려 있는 파우치 음료로 바뀌었다. 몇달에 한 번씩, 카탈로그와 신제품을 바리바리 짊어진 판매원이 이것저것 맛을 보여주었다. 기억 셋. 집에 찾아오는 학습지 선생님을 피해서 숨어 있던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 거기에는 나처럼 장롱 밑에 밀린 학습지를 쌓아... -
이성애는 언제나 ‘남성상위’…넷플릭스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성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막상 조심하면 “지금 나(또는 모든 남성)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이냐”며 화를 내는 상황 말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매도”하지 않고 호의를 받아들이거나 신뢰했을 때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은 멍청하고 무방비하다고 비난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태어난 순간부터 무수한 위협에 노출되면서도 남성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고 배운 여성들은 ‘식스 센스’, 여섯 번째 감각을 획득한다. 일명 ‘쎄함 레이더’라고도 불리는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미묘하고 촘촘한 폭력의 기운을 감지한다. 하지만 무고한 남성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되니까 이 레이더의 신호를 무시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너무 예민한 거 아냐?” “넌 얼굴이 무긴데, 뭐가 걱정이야” 같은 말로 무안을 당하지 않으려면 줄타기 무형문화재에 버금가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10월18일 넷...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공정한 전쟁이었을까
안대 쓴 채 입의 감각으로만 평가시각·촉각 등 다른 감각 간과되고음식 둘러싼 서사와 감정은 배제지역 인프라 차이 고려 안 되고업계 소수자 여성 활약은 ‘편집’철저히 육식 위주 대결도 아쉬워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하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줘서 어딜 가든 맞닥뜨리고 마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보가 주입되는 이른바 ‘장안의 화제’. 그러니까 안대 쓴 백종원이 입을 크게 벌리는 모습 같은, 글로 설명하다 보니 갑자기 화를 내고 싶어진다.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야기다. 지난 9월17일 공개된 <흑백요리사>는 유명 셰프 20인에게 무명 셰프 80인이 도전장을 던지는 요리 대결 예능이다. 100명이 등장하는 규모와 화려한 세트를 내세운 <흑백요리사>는 공정과 계급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건드린다. 그리고 ... -
여성을 ‘잡도리’하는 세상에서 제멋대로인 여성 보여주는 웹예능 ‘디바마을 퀸가비’
“진짜 무례하시네요.”“맛있어, 물회.”뜬금없는 대화의 흐름에 그만 웃음이 터진다. 댄서 가비의 유튜브 채널 ‘가비 걸’에 업로드되는 웹예능 <디바마을 퀸가비>의 한 장면이다. ‘무례’가 ‘물회’로 이어지는 대화만 놓고 봤을 때도 황당하지만, 이것이 무엇의 패러디인지 안다면 기립 박수를 쳤을 것이다. 2011년 Mnet 예능 <론치 마이 라이프>에서 화제가 됐던 장면으로, 당시 배우 유아인과 홍콩 재벌의 딸 맥신쿠가 ‘원래 그렇게 무례하냐’ ‘성격이 더럽다’며 기싸움을 했던 상황이 원본이다. 아, 코끝을 스치는 그리움의 냄새. 이 장면은 <디바마을 퀸가비>라는 예능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압축된, 원액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방송을 시작한 <디바마을 퀸가비>는 최근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1의 7화가 현재 조회 수 200만건을 넘고, 이후 업로드된 회차들이 100만건을 넘기며 인기 웹예능의 자리를 확실히 ... -
JTBC 연애 프로그램 ‘끝사랑’에 비친 노년 혹은 노화 이미지
언젠가부터 젊은 여성들의 희망 사항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젊음을 찬양하는 사회는 노화를 막연하고도 집요한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노인이라는 존재는 개인의 특성을 모두 삭제한 기표 같다. 늙고 병들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든 고유함이나 매력은 지금으로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영광으로만 남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겠다는 다짐은 노화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간절함의 발현이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기존의 정형화된 ‘노인’과는 다른 유형을 볼 수 있다. 배우 최화정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자신의 취향과 상큼한 매력을 뽐내며, 지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공개하며 큰 인기를 끈다. 아나운서 백지연은 자신의 환갑을 축하하는 생일 파티를 공개했는데, 드레스를 입고 케이크와 와인을 곁들여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흔히 환갑잔치라고 하면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와 다른 장면은 노년의 문화를 구성하는 ... -
웹 예능 ‘문명특급’이 기획한 3인조 ‘재쓰비’…씨 마른 혼성그룹 계보 이을까
언젠가부터 혼성그룹의 씨가 말랐다. 성별이 섞인 조합만 보면 자동반사로 소환되는 ‘코요테’나 ‘쿨’이 도대체 언제적 그룹이란 말인가. 물론 혼성그룹에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고, 변화한 연예계 생태계나 팬덤의 감정 구조를 고려하면 더더욱 불가능한 도전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수상한 신인(!)이 끊겼던 혼성그룹 계보에 괴상한 땜질을 하며 등장했다. 웹 예능 <문명특급>이 기획한 3인조, ‘재쓰비’가 그 주인공이다. 방송인 ‘재재’, 댄서 ‘가비’, 크리에이터 ‘승헌쓰’로 이루어진 이 신인 그룹은 8월11일 <문명특급>에 올라온 영상으로 베일을 벗었다. ‘혼성그룹 데뷔합니다 300만원으로’라는 제목부터, 골 때린다. 영상을 재생하면 더욱 어이가 없다. 제작비 총 300만원으로 가수 데뷔를 꿈꾸는데, 그중 30만원을 첫 만남의 회식으로 탕진했다. 첫 만남이 너무 어려운 게 아니라, 너무 비싸다. 히죽히죽 웃다가 문득 생각한다. 그렇지. 이 대책... -
BJ 과즙세연 ‘베벌리힐스 사진’ 논란으로 본 온라인 성 산업의 세계
지난 한 주 온·오프라인을 달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하이브 의장 방시혁이 베벌리힐스를 거니는 모습이다. 영상을 캡처한 장면은 방시혁이 동반한 젊은 여성 2명 중 1명이 ‘과즙세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유명 BJ라서 화제가 되었다. 과즙세연이 소위 ‘벗방’(벗는 방송)이라고 칭하는, 수위 높은 노출과 성적 어필로 수익(별풍선)을 얻는 BJ였기에 이들의 조합은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자 하이브와 과즙세연은 “(동행 중 다른 1명인) 과즙세연의 언니와 업무 차원에서 아는 사이고, 식당 예약을 도와주면서 동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과즙세연의 존재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방송 장면이나 여성 BJ들이 성인 방송을 진행하는 문화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물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발화와 반응이 발생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성 산업의 실태에 충격을 받거나, 넷플릭스 시리즈 <더 인플루언서>의 공개와 함께 왜 ... -
영화 ‘파묘’ 흥행 이후 줄잇는 무속 소재 TV 프로들…‘무속 열풍’ 이유는?
올해 초 개봉한 영화 <파묘>에서는 대대로 기이한 병에 시달리는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무당과 풍수사, 장의사가 나선다. 처음에는 단순히 조상의 묫자리를 잘못 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장을 진행할수록 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파묘>는 소위 말하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이다. 오컬트는 물질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 혹은 그와 관련된 지식과 학문을 뜻한다. 한국형 오컬트라고 일컬을 때는 주로 무속신앙(샤머니즘)을 소재로 한다. 개봉 전부터 호화로운 캐스팅과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 독특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는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파묘>가 ‘마이너한 장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처럼, 무속과 풍수지리는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이다. ‘미신’ 혹은 허무맹랑한 것, 전근대적인 것의 상징으로서 ‘미개함’ 담당이거나 종교에 따라선 강렬한 배척의 대상이었다. 동시에 태몽과 신년운세, 사주, 궁합의 얼... -
솔로 컴백 조현아의 무대 영상에 쏟아지는 조롱과 망신주기
최근 온라인을 달군 영상이 있다. 어반자카파의 멤버이자 가수 조현아가 오랜만에 솔로로 컴백한 ‘줄게’ 무대 영상이다. 이 무대는 의상, 표정 연기, 라이브 실력, 음악이 모두 당황스럽다는 반응으로 유명해졌다. 이렇게 어떤 콘텐츠 하나가 유명해지면 댓글 창에는 누가 더 웃기게 조롱하는지 대결이 벌어진다. 콘텐츠만큼이나 조롱하는 댓글도 화제를 모은다. 대상을 비웃고 조롱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유명인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을 ‘휴밀리테인먼트(humilitainment)’라고 한다. 창피(Humili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줄게’ 무대와 함께 거론되는 ‘깡’ 열풍이다. 2017년 발매되었던 비의 노래 ‘깡’은 밈으로 승화되면서 2020년 역주행했다. 유명인이 망신당하고 조롱받는 것을 보는 행위는 자신보다 상황이 더 나쁜 사람들을 떠올리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얻는 ‘하향 비교’의 효과가 있다. 미디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