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비엔날레 좀 즐겨볼까···전국 곳곳서 현대미술 축제

도재기 기자

2일 부산비엔날레 개막, 25개국 64명 작가 참여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금강자연비엔날레는 진행 중

체험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풍성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 공간의 하나로 부산의 격동적인 역사 속에서 이주민들의 치열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초량동 언덕 위의 집들과 산복도로 전경.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 공간의 하나로 부산의 격동적인 역사 속에서 이주민들의 치열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초량동 언덕 위의 집들과 산복도로 전경.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동시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비엔날레가 전국에서 잇달아 마련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는 대규모의 국제 미술제다. 각 비엔날레가 고심해 정한 주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현대미술의 최근 경향도 접할 수 있다.

대전에서는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지난 27일 공주에서 막을 올렸다. 9월 2일에는 국내외의 주목도가 높아지는 부산비엔날레가 문을 연다. 창원조각비엔날레와 제주비엔날레도 각각 10월, 11월 개막 준비가 한창이다. 비엔날레는 보통 2~3개월 이어지고, 공통적으로 체험·교육 등 갖가지 부대행사도 많다. 1~11일에는 전국 230여개 전시기관이 관람료 할인 등 여러 행사를 준비한 ‘2022 미술주간’도 열린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주목받는 비엔날레인 ‘2022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포스터.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제공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주목받는 비엔날레인 ‘2022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포스터.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제공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예술과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특화된 미술축제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대전 일대의 과학기술 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색다르고 신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0월30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을 중심으로 5곳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의 올해 주제는 ‘미래도시(Future of Cities)’다. 통상 비엔날레는 외부 예술감독을 선임해 추진되지만 올해는 선승혜 관장과 큐레이터 등 대전시립미술관 자체 인력이 기획했다. 선 관장은 “‘미래도시’는 초격차의 과학예술로 ‘더 나은 미래’의 ‘모두를 위한 문화’라는 꿈을 예술로 실현하는 것”이라며 “과학기술로 문화예술을 만개시키고, 문화예술이 과학기술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새로운 도전에 모두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도록 필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진이 참여해 ‘도시의 미래는 스마트 증강도시인가?’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풀어놨다.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에 출품된 젠크 구젤리스&안나 폼페르마이에르의 작품 ‘Above Human’(왼쪽)과 에이샤-리사 아틸라의 ‘사랑의 잠재력’. 사진 임장활.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제공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에 출품된 젠크 구젤리스&안나 폼페르마이에르의 작품 ‘Above Human’(왼쪽)과 에이샤-리사 아틸라의 ‘사랑의 잠재력’. 사진 임장활.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제공

출품작들은 미래도시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비인간 생명체와 공존하며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그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한다. 핀란드 작가·영화감독인 에이샤 리사 아틸라, 수천 개의 드론으로 반딧불이 숲의 모습을 재현해 멸종위기 원시림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켈리 리처드슨, 대전의 3대 하천의 소리를 채집한 정만영과 관객의 참여로 작품이 완성되는 황문정 작품이 대표적이다. 아리스티드 안토나스와 켄이치로 다니구치, 이재이·정미정·조은우, 피에르-장 지루 등의 작품은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부의 양극화 등 우리가 마주한 도시의 문제들을 분석하고 미래도시에 관한 예술적 상상을 펼쳐보인다. 이예승과 김세진·알렉산더 웜슬리 작품들은 미래도시가 디지털시대 속에 현실과 가상현실이 중첩되는 새로운 형태로 새로운 삶의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한다.

2022 금강자연비엔날레의 포스터. 금강자연비엔날레 제공

2022 금강자연비엔날레의 포스터. 금강자연비엔날레 제공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또, 다시야생(多視野生)’을 주제로 11월30일까지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비엔날레는 급속히 붕괴되는 자연생태계 속에서 예술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상생을 꿈꾸고 드러내왔다. 올해의 주제는 ‘재야생(rewilding)’이란 개념이다. 자연과 생태를 정복이나 개발, 관리·운용의 대상이 아니라 본래의 상태로 되돌려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강조하는 생태 담론의 중요 이슈 중 하나다. 10개국 23명의 작가(팀) 작품들이 숲과 계곡 등 야외 전시와 실내 전시로 선보이고 있다.

금강자연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는 독일 작가 로저 리고스의 작품 ‘재야생화된 위험’(왼쪽)과 강술생 작가의 ‘유기적 관계망-한 평 식물 탐구로부터 시작된 시간여행’. 금강자연비엔날레 제공

금강자연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는 독일 작가 로저 리고스의 작품 ‘재야생화된 위험’(왼쪽)과 강술생 작가의 ‘유기적 관계망-한 평 식물 탐구로부터 시작된 시간여행’. 금강자연비엔날레 제공

자연친화적 소재로 물질적 속성보다 자연 속에 내재된 생명력과 생명의 본질 등 자연의 본래 속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미술평론가·기획자인 김찬동 총감독은 “관람객 모두에게 자연과의 온전한 소통과 신선한 체험의 계기가 되고, 나아가 생태담론의 다양한 구현을 통해 자연미술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2 부산비엔날레의 포스터. 부산비엔날레 제공

2022 부산비엔날레의 포스터. 부산비엔날레 제공

부산비엔날레는 2일 개막해 11월6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주제는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다. ‘물결’은 근대화, 해방과 전쟁, 산업화 등 격동의 부산 역사와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드나듦, 또 역사의 구비처럼 해안 언덕으로 이뤄져 굴곡진 부산의 지형을 은유한다. ‘물결 위 우리’는 우리 모두가 그런 유동적인 물결과 긴밀하게 엮어져 그 위에 있음을 자각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조망해보자는 의미다. 김해주 전시감독(전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거대한 역사 흐름 속 이주, 노동과 여성, 산업, 도시생태계, 기술변화,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 부산이 독특한 지역성과 더불어 세계 곳곳의 지역·도시들이 지닌 보편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며 “ ‘글로벌리즘’을 넘어 ‘전 지구적 사고’가 필요한 이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 물결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전시를 통해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엔날레는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항 제1부두의 옛 창고건물, 영도의 폐공장, 초량동의 집 한채 등 4곳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산항 제1부두는 근대도시 부산의 출발점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 거점, 한국전쟁기 피란민 수송 중심지, 섬유와 신발 등 산업의 발원지로 이주·노동의 수많은 이야기가 서려있는 장소다. 영도 또한 피란민들의 애환이 깃든 섬으로 이주민들의 삶과 노동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산복도로를 끼고 산과 언덕 위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집들의 초량은 이주민들의 치열한 삶을 상징한다. 이들 전시장소는 이번 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을 즐기는 것뿐 아니라 부산의 역사와 그 속에서의 치열한 삶도 살펴보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국제적 작가인 로르 프루보의 작품 ‘Touching To Sea You Through Our Extremities’(보퍼트 트리엔날레, 2021). 사진 Filip Claessens. 부산비엔날레 제공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국제적 작가인 로르 프루보의 작품 ‘Touching To Sea You Through Our Extremities’(보퍼트 트리엔날레, 2021). 사진 Filip Claessens. 부산비엔날레 제공

부산비엔날레의 전시 공간의 하나로 근대도시 부산의 출발점인 부산항 제1부두의 옛 창고 일대(왼쪽)와 이주와 노동의 상징인 영도의 폐공장 주변 모습. 부산비엔날레 제공

부산비엔날레의 전시 공간의 하나로 근대도시 부산의 출발점인 부산항 제1부두의 옛 창고 일대(왼쪽)와 이주와 노동의 상징인 영도의 폐공장 주변 모습. 부산비엔날레 제공

올해 비엔날레에는 25개국의 64명 작가(팀)가 참여한다. 국내외 원로 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회화와 미디어·퍼포먼스 등 전 장르의 작품을 망라한다. 한국계 네덜란드인 작가로 주목받는 장세진(사라 반 데어 헤이드), 폭넓은 작품활동을 하는 나이지리아의 오토봉 엥캉가를 비롯해 로브 프루보·미카 로텐버그·오웬 라이언, 현남, 남화연, 김성환 등이다. 이미래 작가의 작품은 영도에 마련된 야외극장에서 선보인다.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전시기간 동안 퍼포먼스와 워크숍,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아 관객들과의 대화와 소통·교감을 이뤄갈 것”이라며 “전시관람 서비스를 위해 오디오 가이드, 전시장 셔틀 버스, 부산시티투어와의 연계망 등을 갖췄다”고 말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Channel: Wave-Particle Duality)’을 주제로 10월7일부터 11월20일까지 개최된다. 올해는 조각이라는 장르 특화형 비엔날레를 넘어 조각과 더불어 설치·미디어아트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 공간도 창원 성산아트홀, 마산 창동아트센터를 비롯해 진해 흑백다방, 중원로터리 등 곳곳으로 확대했다. 25개국에서 90명(팀)의 초대 작가가 참여한다. 제주비엔날레는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을 주제로 오는 11월16일 개막해 내년 2월까지 제주도립미술관·제주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10여 곳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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