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 충만한 행복감이 더 넓게 퍼져 나가기를···”

도재기 기자

이수동 작가, 노화랑서 개인전

이수동 작가의 ‘Love story’(2022, 캔버스에 아크릴, 40.9x53.0cm). 노화랑 제공

이수동 작가의 ‘Love story’(2022, 캔버스에 아크릴, 40.9x53.0cm). 노화랑 제공

앞에 서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는 그림들이 있다. 나무와 꽃, 하늘과 바다같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가 구도와 색감 등 작가의 독특한 조형감각으로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리운 연인을 떠올리며 행복한 앞날을 꿈꾸게 만들기도 하고, 애틋하고도 진한 가족애를 새삼 되새길 수도 있다. 그림이 지닌, 작가가 가진 힘이다.

중견작가 이수동의 작품들도 그렇다. 세상의 때가 하나도 묻지 않는 한편의 순수한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긴 화면이다. 연인이나 가족과의 사랑과 행복을 생각하게 하고, 나아가 복잡다단한 일상을 뒤로 하고 훌쩍 떠나는 여행 욕구를 자극하거나,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게 만든다.

이수동 작가의 ‘Father’. 노화랑 제공

이수동 작가의 ‘Father’. 노화랑 제공

이수동 작가가 노화랑(서울 인사동)에서 개인전 ‘이수동 전’을 열고 있다. 대중적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인기 작가인 그가 코로나19 와중인 지난 해와 올해 꾸준하게 작업한 신작 3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20여년 전 선풍적 화제를 모은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에 작품과 작업이 소개된 이후 그는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수동 작가의 ‘안단테 안단테’(2020, 캔버스에 아크릴, 112.1x162.2cm). 노화랑 제공

이수동 작가의 ‘안단테 안단테’(2020, 캔버스에 아크릴, 112.1x162.2cm). 노화랑 제공

전시 출품작들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명료한 구도와 화사하면서도 산뜻한 색감, 세밀한 붓질의 드넓은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는 연인, 가족, 인물들의 이야기가 관람객의 마음을 흔든다. 새하얀 자작나무가 빼곡한 여름 숲에서 젊은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안단테 안단테’, 가을이 물든 그 숲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사랑가’가 있다. 흰 눈과 자작나무가 어우러지는 ‘눈꽃다방’이나 푸른 바다의 모래 사장의 ‘꽃다방’에서는 아름다운 남녀의 머리 위로 꽃 한송이가 활짝 피어 오른다.

이수동 작가의 ‘그녀의 바다’(왼쪽)와 ‘단심(丹心)’. 노화랑 제공

이수동 작가의 ‘그녀의 바다’(왼쪽)와 ‘단심(丹心)’. 노화랑 제공

가족애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도 있다. 키 큰 나무와 넓은 하늘, 꽃들과 뭉게 구름 속에서 가족을 표현한 ‘집으로’ 연작, 흰 눈이 가득한 넓은 세상에서 아내와 딸을 위해 앞에서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아버지를 담은 ‘Father’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들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설원의 푸르른 침엽수림 속에 작은 집과 인물이 보일듯 말듯 표현된 ‘그녀가 온다’는 부인과 딸의 여행 감상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가을 신부’는 딸의 결혼을 축하하고 또 잘 살아가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봄이 오는 소리’는 아내를 생각하며 작업했다.

이수동 작가의 ‘그녀가 온다’(112.1x162.2cm, 왼쪽) 와 작품의 세부 모습. 노화랑 제공

이수동 작가의 ‘그녀가 온다’(112.1x162.2cm, 왼쪽) 와 작품의 세부 모습. 노화랑 제공

전시장에는 풍경화들 속에 온통 붉은 화면의 인물화 1점도 내걸려 눈길을 끈다. 차도르를 쓴 여성을 그린 ‘단심(丹心)’이다. 작가가 젊은 시절부터 인물 부조 등과 함께 지금까지 작업하고 있는 인물화 수백여 점 가운데 한 점을 살짝 선보인 것이다. 임창섭 미술평론가는 전시글에서 “이수동의 작품은 한 편의 시같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며 “최근작은 화면의 깊은 공간을 창조하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담긴 짧은 수필같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는 1992년 이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연 노화랑에서 갖는 30주년 기념전 성격도 있다. 노화랑 노승진 대표와 이 작가의 30년 인연이 녹아든 전시회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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