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주의’···보는 이까지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결혼의 풍경’

최민지 기자
HBO 드라마 <결혼의 풍경>. 웨이브 제공

HBO 드라마 <결혼의 풍경>. 웨이브 제공

[오마주]‘과몰입주의’···보는 이까지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결혼의 풍경’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10년차 부부 미라(제시카 차스테인)와 조너선(오스카 아이삭)이 거실 소파에 앉아 한 대학원생의 연구용 인터뷰에 응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성공적인 결혼의 비결’입니다. 한 기업의 프로덕트 매니저인 미라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철학자인 조너선은 주로 집에서 일하며 딸 에이바의 주양육자 역할을 합니다. 겉보기에 나무랄 데 없는 결혼생활에 대해 조너선은 만족스러움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미라의 얼굴은 어딘가 묘합니다. 언뜻 불안이 스치는 듯도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라는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며 자신을 놓아달라 말합니다.

이번주 ‘오마주’ 추천 콘텐츠인 미국 HBO 드라마 <결혼의 풍경>(2021)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익숙한 제목이라고 느끼신 분도 있을 텐데요. 거장 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동명의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스웨덴에서 2020년대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현대사회의 사랑과 결혼을 그립니다. 원작과 다른 데가 있다면 떠나려는 쪽이 남편이 아닌 아내라는 점입니다.

경고하자면, 이 드라마는 정말 힘이 듭니다. 결혼 생활이 끝나는 과정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를 물어뜯고 바닥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진맥진해집니다. 실제 부부싸움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지긋지긋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몰입감이 대단해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과몰입’을 부르는 드라마죠.

<결혼의 풍경> 1화의 한 장면. 10년차 부부인 미라(제시카 차스테인)과 조너선(오스카 아이삭)이 거실 소파에 앉아 한 대학원생의 연구용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들은 성공적인 부부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HBO 홈페이지 갈무리

<결혼의 풍경> 1화의 한 장면. 10년차 부부인 미라(제시카 차스테인)과 조너선(오스카 아이삭)이 거실 소파에 앉아 한 대학원생의 연구용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들은 성공적인 부부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HBO 홈페이지 갈무리

연출만 놓고 보면 다소 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장면 전환이 적고, 배경도 단조롭습니다.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두 주인공이 집안에서 나누는 대화입니다. 등장 인물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매우 거칠게 요동칩니다. 촘촘하게 짜여진 각본 덕분입니다.

이 드라마가 가진 매력의 대부분은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서 나옵니다. 실제 20년 지기 친구인 제시카 차스테인과 오스카 아이삭이 각각 미라와 조너선으로 분해 열연합니다. 연기 올림픽이 있다면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인 두 배우는 그야말로 ‘미친 연기’를 선보입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소통이 사라진 결혼 생활에서 권태를 느끼는 인물을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차스테인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여성을 연기하는 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오스카 아이삭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너선은 엄격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일종의 도덕적 결벽증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한 뒤 좌절하고 방황하다 서서히 변해가는데, 여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이삭의 연기입니다.

<결혼의 풍경> 공식 예고편

결혼과 가정이 해체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영화 <결혼 이야기>나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혼의 풍경>의 결말은 이 영화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총 5부작으로 5시간 몰아보기를 추천합니다. 보다 보면 진이 빠지니 평일보다는 약속 없는 주말 오후쯤 트시기를 권합니다. 국내 OTT 웨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시름시름 지수 ★★★★★ ‘과몰입’ 후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연기력 지수 ★★★★★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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