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담배공장이 문화공장으로···충북 청주의 옛 연초제조창 문화복합시설로 탈바꿈

이삭 기자
버려진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모습. 이삭 기자. 사진 크게보기

버려진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모습. 이삭 기자.

해마다 100억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며 충북 청주를 대표하는 산업시설에서 흉물로 전락한 연초제조창과 담뱃잎 보관창고가 최근 문화복합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6·8동, 34~38동 등 모두 7동의 동부창고 벽 곳곳에 그려진 다양한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라피티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진행요원 등 다양한 캐릭터가 회색빛 시멘트벽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버려진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벽면에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삭 기자.

버려진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벽면에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삭 기자.

최인재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시민예술팀 사원은 “시민과 예술가들이 동부창고에 다양한 벽화를 자유롭게 그리고 있다”며 “이제 막 벽화를 배우려는 사람이 그린 벽화도, 완성도 높은 벽화도 있다. 동부창고가 예술공간인 만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담뱃잎 보관 창고로 사용돼 오다 2004년 이후 흉물로 전락했던 동부창고가 새 생명을 갖게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을 통해 34동이 전시·공연·특강 등 지역 주민들의 문화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37동이 올해 12월 ‘꿈꾸는 예술터’로 변신하며 9년 만에 시민들의 문화놀이터가 완성됐다. 이곳에는 매년 5만여명이 찾는다.

버려진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문화제조창 동부창고의 옛 모습.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버려진 담뱃잎 보관창고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놀이터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문화제조창 동부창고의 옛 모습.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면적 1388㎡의 동부창고 37동은 예술 작가들과 시민들이 어울려 예술 경험을 쌓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넓게 트인 실내공간에 목공테이블이, 싱크대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나무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수업, 몸짓으로 도형을 표현하는 수업 등 다양한 예술교육이 한자리에서 진행된다. 최 사원은 “넓은 공간의 장점을 살려 실내에서 다양한 예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작가와 시민들이 원하는 수업을 재단 측이 직접 구성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8동에서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예술가를 배우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사진 크게보기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8동에서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예술가를 배우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37동에 앞서 지난 10월 문을 연 38동은 1190㎡ 크기의 커다란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전시장 한편 천장에 여러 개의 제설용 빗자루와 붉은색의 먼지떨이가 눈에 띄었다. 마치 거대한 꽃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느낌이었다. 지난 10월부터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 호흡하며 만든 작품이다. 최 사원은 “이 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예술가를 배우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와 시민들의 예술작품”이라며 “청주 꿈꾸는 예술터에서 진행된 20여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1600여명의 시민이 예술 작가들과 예술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동부창고가 예술가를 꿈꾸는 시민들의 예술놀이터였다면 연초제조창은 지역 예술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문화제조창’이 됐다.

연초제조창은 청주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시설이었다. 1946년 11월 경성 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시작해 2004년 12월 운영을 종료할 때까지 58년간 지역 산업을 이끌어왔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2000~3000명이나 됐다. 한해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었다.

100억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에서 2004년 문을 닫은 후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모습.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사진 크게보기

100억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에서 2004년 문을 닫은 후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문화제조창 모습.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수십 년간 방치된 이곳이 예술문화생산시설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국토교통부와 청주시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서다. 청주시는 연초제조창 등을 허물고 호텔·아파트 등을 짓는 도시재생을 포기하고 문화형 도시재생으로 이곳을 문화복합공간으로 만들었다.

지상 5층 연면적 5만1000여㎡ 규모의 이 건물에는 전시실과 수장고, 자료실, 오픈 스튜디오, 공방, 시민공예 아카데미 등이 들어섰다. 도서관, 공연장, 시청자 미디어센터,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 등도 있다. 옥상은 정원이 됐다. 문화제초장 건물은 곳곳이 전시장이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수십 년 전 담배공장의 기둥과 벽의 골격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층마다 지역 작가들이 만든 공예품도 전시돼 있다. 이 건물 3층에 있는 청주 한국공예관에는 올해 7만5000여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청주한국공예관은 문화제조창에서 매년 5~6개의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 이곳에서는 세계 최대 공예축제 중 하나인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방직 공작이 예술문화복합단지인 슈피너라이로 거듭난 것처럼 청주시는 연초제조창 주변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시설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는 “올해 동부창고 37동을 끝으로 문화제조창 문화예술공간 재탄생 사업이 모두 마무리됐다”며 “문화와 도시재생을 접목한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 산업시설을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만든 여러 나라처럼 청주 문화제조창을 지속할 수 있는 창조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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