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회에 계속’ 남긴 아바타2…다음 이야기는 ‘완결의 길’로 흐르려나

김공숙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대중문화평론가

제임스 캐머런 ‘아바타: 물의 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전편에 이어 13년 만에 선보인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올해 첫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전편에 이어 13년 만에 선보인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올해 첫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몰이가 여전하다. 개봉 보름 만에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0위에 오르더니 <어벤져스>를 넘어 9위에 진입했다. 한국도 1000만 관객 달성이 코앞이다. 2009년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나온 <아바타2>는 약 2000명의 CG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화다.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옮겨 ‘관람이 아니라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아쉽게도 2D로 봤지만 영화 속 물살의 흔들림, 진동, 반동까지 세심하게 느껴져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영상이 3D는 물론 4DX, 스크린X를 동시에 적용한 상영관에서 공개돼 이전에 없던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아바타2>는 어떤 상영관에서 상영하게 되는지에 따라 한 장면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넣을지까지를 고려한, 최신 영화가 연출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끊임없이 영화의 한계를 돌파해온 인물이다. 이언 네이선의 <제임스 캐머런, 비타협적 상상의 힘>에 따르면 그가 걸어온 길은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투쟁의 과정이었다. 10대 때부터 “언제나 상상을 이미지로 만들고 싶었고,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싶었다”면서, 17세에 해저 세계를 소재로 단편소설 <어비스>를 썼고 나중에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그의 바다 ‘덕후’ 기질이 영화 <어비스>에 이어 <타이타닉>으로, <아바타2>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 또 다른 흥행작 <터미네이터>는 끔찍한 모습의 기계 인간이 불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악몽을 꾸고 이를 시나리오로 써서 영화로 구현했다. 이런 아이디어에 천정부지의 제작비를 대는 영화사들은 불안했겠지만 캐머런은 상상의 힘을 믿고 비타협적으로 영화를 밀고 나가 성공시켰다.

13년 만의 후속작, 세계적 흥행몰이
4DX 기술로 물의 진동까지 구현
영화의 한계를 끊임없이 돌파해 온
캐머런 감독의 역작이라 부를 만

탁월한 시각적 효과 감탄스럽지만
가족 이야기에 치중된 뻔한 서사는
보편적 이야기를 새롭게 보여줬던
전작들과 비교되며 아쉬움 남겨

아바타 2편과 동시에 3·4편 제작
향후 2~3년 사이 5편까지 개봉
다음 작품에서는 상투성을 벗어난
‘캐머런스러운’ 영화 두고볼 수 밖에

캐머런 감독은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흥행의 제왕이다. 그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때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는, 영화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뱃머리에서 했던 대사로 소감을 대신한 바 있다. 당시 <타이타닉>은 세계 1위 흥행 영화로 12년간 자리를 지켰고, 2009년 그 기록을 스스로 깬 것이 <아바타>다. <아바타2> 또한 현재까지의 성적과, 개봉 이후에도 지속해서 흥행을 유지하는 그의 작품 특성상 할리우드 흥행의 제왕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아바타2>로 다시 돌아가면, 영화의 놀라운 시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야기와 캐릭터다. <아바타>의 구태의연한 반복이자 캐릭터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흔들리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하다 말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족 이야기에 치중하면서 이야기가 협소해지고, 자녀 세대가 등장했지만 흔한 성장물 이상을 넘지 못한다. 전작에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제이크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용감하고 지혜로운 여전사였던 네이티리는 순종적인 현모양처가 되어 있다. 192분이라는 긴 분량에서 가족과 새로운 곳으로의 정착기가 3분의 2는 차지한다. 그러니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어려워진다. 호의적 변명이 없지는 않다. 감독이 <아바타> 3·4편과 동시에 제작했기에 <아바타2>는 이후 펼쳐질 이야기와 인물의 밑밥을 뿌려놓은 느낌을 줄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 자체의 완결성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 서사가 빤하고 주제가 너무도 분명하지만 만약 서사가 복잡하고 상징적 의미가 많았다면 <아바타2>의 놀라운 3D 체험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변호다.

탁월한 기술력으로 구현된 시각효과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영화에서 관객이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와 인물이다. 시리즈 영화라고 해도 각 편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어야 한다. 더 완결된 이야기를 보려면 ‘다음 편을 보세요’라는 식은 관객을 너무 과신했거나, 그래도 안 볼래? 식의 교만한 태도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55세에 <아바타>를 만든 이후 13년이 흘러 68세가 된 감독의 판단력이 조금 흐려진 것인가.

캐머런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적용하는 뛰어난 기술력과 시각성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영화의 궁극이 이야기에 있다면 관객을 사로잡는 캐머런 이야기의 영업 비밀이 궁금해진다. 한마디로 이전 것들의 수많은 참조와 인용, 패러디, 오마주 등 어렵게 말해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쉽게 말해 모방을 잘하는 것이다. 캐머런은 스스로 각본을 쓴다. 누구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실력이 탁월하다. <타이타닉>은 “침몰하는 운명에 처한 호화여객선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다. 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1998년 3월28일자)에 실린 서한에서 <타이타닉>의 성공 원인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의도적으로 시공을 초월한, 그럼으로써 친숙한, 인간의 경험과 감정의 보편성을 한데 담았기 때문”이고, “그러한 보편성은 우리가 지닌 감정의 근본적인 구조물이며, 원형(原型·archetype)을 다룸에 있어 이 영화는 모든 문화와 모든 세대에 속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신화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될 죽음을 넘어서는 낭만적 사랑 이야기의 캐머런 버전이 바로 <타이타닉>이다.

그럼 1위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깬 <아바타>는 어떨까. 이 또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결핍을 가진 주인공(하반신 마비의 퇴역군인 제이크)이, 새로운 세계(판도라 행성)에 들어가 온갖 고난을 겪은 후, 나비족의 영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전형적인 영웅 신화 구조에, 로맨스를 덧입힌 이야기다. 이런 익숙한 이야기를 인도 신화 속 이슈누의 분신 아바타의 이미지를 가져와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라는 이름의 SF적 상상 공간의 이야기로 펼쳐낸다. <아바타>는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에,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행성 판도라를 배경으로,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한 생명체 아바타를 창안해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오래전 <아바타>를 봤을 때의 기시감을 기억한다. 김종춘의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에 따르면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과 지구인 간의 갈등과 사랑 이야기는 영화 <늑대와 춤을>의 전개와 흡사하다.

제이크가 아바타에 접속하는 모습은 영화 <매트릭스>를 떠오르게 한다. 판도라의 떠다니는 산 ‘할렐루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바로 그 떠 있는 섬이 아닌가. 그러나 성경 <전도서>의 말대로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다’. 미야자키 감독의 천공의 성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한 공중 섬 라퓨타를 본뜬 것이다. <아바타2>를 보면서 바닷속 장면에서는 영화 <어비스>가, 해상 전투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떠올랐다(<모아나>의 ‘바다’ 캐릭터는 <어비스>의 ‘바다 생명체’ 그 모습). 고래 형상의 툴쿤 사냥용 배인 시드래곤에 갇힌 채 탈출하려는 장면에서는 <타이타닉>이 마구 겹쳐졌다. 이전 것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김공숙의 드라마티즘]‘다음회에 계속’ 남긴 아바타2…다음 이야기는 ‘완결의 길’로 흐르려나

하지만 섣부른 모방은 표절 위험에 빠지기 쉽다. 캐머런 감독조차 <아바타>가 나온 후 표절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아바타> 아이디어는 독창적이며 이미 1994년에 써놓은 대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모방이 모방으로 끝나지 않고 창조로 이어지려면 이전 것과 지금의 문제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에서 3D 기술이 구현하는 놀라운 볼거리에 제국주의적 식민지배 같은 역사의 어두운 측면을 은유했다. 거대자본을 배후로 고도화된 기술의 악용과 오용이 어떻게 인류를 더한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지의 주제를 드러내었다. 그러나 <아바타2>는 보편성의 초점을 가족 구성원의 새로운 세계 진입과 자식 세대의 성장 이야기로 옮기면서 상투적으로 흘러가 버렸기에 퇴보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아무래도 바다를 너무도 사랑한 캐머런 감독이 바다 배경의 완벽한 3D에 치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이야기에는 소홀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흥행 제왕의 영화답게 <아바타2>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으니 크게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향후 2~3년 간격으로 <아바타> 시리즈가 5편까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냉정한 평가와 판단은 후일로 미룰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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