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의 시대…영화관이 달라졌다
그럴 법해 보이는 주장도 시대가 달라지면 옛이야기에 불과할 때가 있다. 스토리 공학자 가와베 가즈토는 영화와 텔레비전의 공간 차이에 대해 “영화는 영화관 등의 반(反)일상적인 완벽한 몰입의 공간이지만, 텔레비전은 일상적이고 산만한 환경”이라고 했다. 이 말은 팬데믹 이후 OTT 시대에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문화 향유의 형태가 지금처럼 바뀔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OTT 콘텐츠를 밤새 ‘몰아보기’ 하다 보면, 텔레비전은 산만하기는커녕 완벽한 몰입의 공간이다. OTT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상 콘텐츠를 무한대로 볼 수 있게 했다. 팬데믹에 지친 관객은 영화도 이미 OTT 플랫폼을 통한 시청에 익숙해졌다.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고 보니 영화관이 달라졌다. 우선 관람료가 많이 올랐다. 2022년 평균 관람 요금이 처음으로 1만원대가 됐다. 영화관들이 영업손실을 이유로 요금을 100... -
대혼돈 시간 여행에 ‘줄거리 초압축’…‘상친자’ 입덕은 계속될까
‘친자’ 시대다. 영화 <상견니> 개봉으로 ‘상친자’가 회자되더니, ‘슬친자’ 얘기도 나온다. 슬친자는 <슬램덩크>에 미친 자, 상친자는 <상견니>에 미친 자다. <상견니>는 2019년 대만 드라마로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누렸고, 중국, 한국, 일본 등에 OTT 서비스되어 10억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중 한국 팬의 유별난 <상견니> 사랑은 ‘상친자’를 양산했다. 영화는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다. 개봉에 맞춰 주연 배우 3인방인 커자옌, 쉬광한, 스보위가 내한했는데, 무대인사 5회차 모두 예매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긴급 추가된 무대인사 예매 사이트는 한동안 마비가 될 정도였다. 배우들은 한국 잡지의 표지와 화보를 장식했고, 유명 유튜브 채널과 다수의 방송이 배우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상친자들을 의식한 것일까. 미디어가 <상견니>에 보인 관심은 여느 외국 콘텐츠의 그것과는 ... -
“자신만 생각하며, 자유롭게 살아요” 온 세상 엄마들에게 하고픈 말이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올해도 어김없이 설 연휴 시즌에 맞추어 신작 영화들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넷플릭스 영화 <정이>다. 강수연의 유작이자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 작품이다.<정이>는 가까운 미래,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의 전설적 용병이었던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 ‘정이’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이는 30여년 전 어린 딸 서현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마지막 전투에 나갔다가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 딸은 세월이 흘러 전투로봇 ‘정이’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었다.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도 유명하다. <정이>는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SF 영화인데, 나오자마자 넷플릭스 세계 영화 부문 1위에 올라 나흘째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중 1위는 <승리호>(... -
‘다음회에 계속’ 남긴 아바타2…다음 이야기는 ‘완결의 길’로 흐르려나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몰이가 여전하다. 개봉 보름 만에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0위에 오르더니 <어벤져스>를 넘어 9위에 진입했다. 한국도 1000만 관객 달성이 코앞이다. 2009년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나온 <아바타2>는 약 2000명의 CG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화다. 배경을 숲에서 바다로 옮겨 ‘관람이 아니라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아쉽게도 2D로 봤지만 영화 속 물살의 흔들림, 진동, 반동까지 세심하게 느껴져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영상이 3D는 물론 4DX, 스크린X를 동시에 적용한 상영관에서 공개돼 이전에 없던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아바타2>는 어떤 상영관에서 상영하게 되는지에 따라 한 장면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넣을지까지를 고려한, 최신 영화가 연출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보여준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