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더 글로리’···‘편성 눈치작전’에 숨은 전략

임지선 기자

‘재벌집…’ 주 3회 편성으로 몰입감

JTBC 실적 부진 연내 털기 분석도

‘더 글로리’ 등 OTT 콘텐츠들은

구독자 묶어두려고 시즌 나눠 공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JTBC 제공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JTBC 제공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다. 어떤 시간대에 어느 상대랑 맞붙어 얼마만큼 공개해야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을 수 있을지 편성 담당자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시대 변화와 시청자들의 습관까지 읽어내는 건 기본이다. 눈치싸움에서도 승자가 되어야 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왜 금토일 방영했나

지난해 말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에는 ‘금토일’ 방송이라는 파격 편성도 한 몫했다. OTT 시리즈를 몰아서 보는 데 익숙해진 시청 습관에 발맞춘 주 3회 편성은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정대윤 PD는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히 처음에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편성”이라면서도 “요즘 웬만한 드라마는 OTT에서 전 회차가 공개되는 일도 흔하다. 집중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만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경영 전략상 이유도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파격 편성을 두고 지난해 내내 시청률이 낮았던 JTBC가 실적 부진을 연내에 털기 위해 ‘주 3회 편성’이라는 초강수 전략을 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배우 송중기는 제작발표회에서 “개인적으로는 ‘광고가 많이 팔렸나’ 생각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tvN 제공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tvN 제공

사실 ‘파격 편성’은 신생 방송사들이 주로 택하는 전략적 무기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다.

주말드라마 하면 떠올렸던 ‘토일’ 드라마를 ‘금토’ 드라마로 당겨온 곳은 tvN이다. 2013년 <응답하라 1994>는 ‘금토 드라마’라는 새로운 시간대를 만들어냈다. 주 5일제는 2011년 소규모인 5명 이상 사업장에서도 의무적으로 실시됐을 만큼 보편화됐다. 시청자에게 금요일 저녁은 이미 주말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전히 ‘월화’ ‘수목’ ‘토일’ 드라마 체제였다. 금요일에는 시리즈 드라마가 없었다. tvN은 이를 간파했다.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 볼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판단하에 전략적으로 주말드라마를 금요일로 당겼고, 시청자들은 여기에 반응했다. 오래된 예로는 199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월화수목 주 4회 편성을 했다. 당시 개국 5주년을 맞이한 SBS가 MBC·KBS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택한 전략이었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까레이스키>는 주 4회 편성한 <모래시계>에 밀려 2.4%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 SBS 제공

SBS 드라마 <모래시계>. SBS 제공

요일별로도 전략을 달리 세운다. 박정연 CJ ENM tvN 채널운영팀장은 “다양한 연령이 이른 시간에 함께 시청할 수 있게 월화 드라마는 오후 8시50분, tvN 채널 팬덤을 강화하고자 독특한 소재와 작법을 기반으로 한 수목 드라마는 오후 10시30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간대인 토일 오후 9시10분에는 상대적으로 사전 화제성이 높은 드라마를 전략적으로 배치한다”고 말했다.

한 방송사의 편성 담당 PD는 “머리싸움 같지만 알고 보면 치열한 눈치싸움”이라고 말했다. 제작 현실상 프로그램을 편성할 때 가장 고민하는 대목은 경쟁사의 작품 라인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타 방송사들의 라인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종이 한 장에 그려놓고 ‘대작’이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있을지 눈치작전을 쓴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대작은 피하고 보자는 게 방송가의 현실이다.

구독자 묶기 위한 OTT 전략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지상파든 종합편성 채널이든 방송사는 언제든 시청자가 TV를 틀기만 하면 눈길을 사로잡을 ‘기회’는 있다. 그러나 OTT 같은 구독형 서비스 업체들에는 ‘구독 신청’이라는 능동적 행위가 필요한 반면 언제든 ‘해지’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상황에도 처해있다. 특히 OTT들의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구독자들을 가두기 위한 ‘쪼개기’ 등 다양한 전략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다. <더 글로리>는 시즌 1과 시즌 2를 시차를 두고 나눠서 공개한다. 시즌 1은 지난해 12월30일 공개됐으며 시즌 2는 오는 3월10일 공개할 예정이다. 시즌 1과 시즌 2의 공개 간격이 두 달이다. 하루에 몰아본 뒤 다른 OTT로 이동하던 구독자들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콘텐츠에 빠진 시청자들은 흐름이 끊긴다며 항의하는 등 역풍도 있다.

배우 최민식의 24년 만의 드라마 출연작인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도 강수를 뒀다. 시즌 1, 2를 나눠서 방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시즌 내에서도 처음만 1~3회 내보낸 이후 나머지는 한 주에 1회씩만 편성했다. 몰아서 보는 요즘 트렌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그만큼 OTT 구독자들을 묶어 두기 위한 전략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OTT들의 이 같은 쪼개기 편성을 두고 OTT가 점점 지상파 방송사를 닮아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몰입감과 속도감의 쾌감을 줬던 OTT의 공개 방식 변화가 요즘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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