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주를 모집합니다”…폐점 위기 딛고 일어서는 대전 계룡문고

윤희일 선임기자

25일까지 주식 매각 예정…‘시민서점’으로 재탄생

“책 관련된 모든 이의 공간, 지속 가능한 책방으로”

대전의 대표적인 지역서점인 ‘계룡문고’. 윤희일 선임기자

대전의 대표적인 지역서점인 ‘계룡문고’. 윤희일 선임기자

폐업 위기에 몰렸던 대전 계룡문고가 ‘시민서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다.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는 (주)계룡문고의 시민 주주를 모집한다고 8일 밝혔다. 이 대표는 “계룡문고의 주식을 시민에게 매각한 뒤 매각대금을 서점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룡문고는 시민 1명당 최소 10주(1주당 1만원) 이상의 주식을 25일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주식 매입 절차는 계룡문고에 방문해 진행할 수도 있고, 온라인이나 전화로도 할 수 있다. 어린이·청소년 등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서명을 받아 참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시민 성원을 바탕으로 운영해온 서점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경영 위기에 빠졌다”면서 “많은 시민의 힘을 모아 더 좋은 서점을 만들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계룡문고는 1996년 중구 은행동에 처음 문을 연 이후 2007년 선화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도심 인구가 줄고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게다가 지역화폐 지원 규모가 대폭 줄면서 지역 서점을 찾던 고객이 급감하고, 손님이 대형서점과 온라인 전문 서점 등으로 몰리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제대로 내지 못해 폐점 위기에 몰렸다.

계룡문고가 어려움에 빠지자 지역 인사들이 나서 ‘책 읽는 대전 만들기 시민모임(책대모)’을 만들어 계룡문고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계룡문고가 시민 주주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안내문. 계룡문고 제공

계룡문고가 시민 주주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안내문. 계룡문고 제공

당시 대전시가 나서 독서 관련 재단을 만든 뒤 계룡문고의 경영권을 인수해 시민들과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일종의 시영서점 형태로 운영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하치노헤(八戶)시의 경우 시내 중심가의 한 빌딩에서 시영서점인 ‘하치노헤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점은 지역민은 물론 외지인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쉽게도 방안은 계룡문고에 실현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시민 주주를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룡문고는 앞으로 책을 찾는 고객, 책 공급업자, 책의 저자 등 책과 관련된 모든 이의 공간, 지속 가능한 책방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룡문고는 오랜 세월 대전의 문화공간으로 역할 해왔다. 이 대표 등이 어린이·청소년 등 서점 손님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점 견학 프로그램과 작가 초청 북 콘서트 등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열어왔다.

이 대표는 어린이·청소년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따로 모아놓고 미래를 탐색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인 ‘청소년 진로 캠핑장 더(The) 나’를 서점 안에 조성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22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으로부터 독서문화상 중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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