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술집-돌아오지 않는 햄릿’

꿈은 멀고 술은 가깝다. 하고 싶은 연극은 먼발치에 있고 쓰린 속을 달래줄 소주 한잔은 지금 내 앞에 있다. 삼킨 눈물과 한숨만큼 연극을 잘할 수 있다면 한 홉이라도 들이켜겠건만 깨고 나면 그대로인 현실은 쓰고 또 쓰다.

[객석에서]연극‘술집-돌아오지 않는 햄릿’

연극 ‘술집-돌아오지 않는 햄릿’(위성신 작·연출)은 술집을 배경으로 연극인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데뷔 때 저지른 실수와 오디션 뒷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 안주다. 처음 맡은 비중있는 역할에 가슴이 부풀고, 어렵게 따온 스폰서 계약은 로또 당첨이 부럽지 않다. 육회가 맛있다는 연강홀 근처 백제집, 배우들보다 더 부자일 거라는 껌 파는 할머니, 눈치보며 포스터 붙이는 막내단원 등 대학로 골목 어딘가에서 만났던 그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농담처럼 오가는 대사 속에는 ‘2007년 대한민국에서 연극하는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연극에서 정말 잘해보자”던 선배는 영화판으로 떠나고, “넌 연극만 해서 정말 좋겠다”며 마음없는 위로로 속을 뒤집는다. 없는 살림에 대관료 만들려면 가정 있는 선배들 출연료부터 챙겨주고 내몫은 생기는지 마는지 관심을 끊어야 하는 이들에게 ‘뒤에서 취한 척만 해도 600만원을 준다’는 CF 출연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정으로 꿈으로 뭉친 것 같던 이들은 공연이 불투명해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햄릿 없는 햄릿’을 하자는 제안에 어떤 이는 배역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어떤 이는 자존심에 금가는 공연이 될까 불안해 한다. 연극 때문에 포기한 CF를 생각하니 돈생각도 난다. “지금은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무조건 사느냐”라고 설득해도 “연극이 파이팅만 갖고 되니?”라는 대답이 거칠게 박힌다.

제 입으로 자기 얘기 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배우들은 어느 소극장 옆 술집을 뚝 떼어다놓은 듯 생생한 연기를 펼쳤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로 주정을 주고받는 모습은 쓸쓸해 보이면서도 낭만적이었다. 멀티맨으로 등장한 이봉련과 장우진의 활약 덕분에 관객들은 두 배우가 나올 기미만 보여도 웃을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함께 연극을 본 40대 후반의 극작가는 “거쳐야 할 때를 지나야 그 다음이 오는 법”이라고 했다. “놓을 수 없는 거죠… 꿈을. 조금만 견디면 또 다른 고민과 또다른 희망이 보여요.” 9월2일까지 인켈아트홀 2관.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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