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화려한 액션 없이도…추리 싸움으로 색다른 긴장감

고희진 기자

한국 범죄영화 흔한 구도 벗어나

형사와 범인 독특한 캐릭터 눈길

피해자 유족과 ‘소송 합의’ 마무리

영화 <암수살인>의 한 장면.

영화 <암수살인>의 한 장면.

<암수살인>은 흔한 한국형 범죄 영화와 다른 길을 간다. 긴박한 액션은 없지만, 형사와 범인의 추리 싸움 속 긴장감이 영화 내내 유지된다. 무엇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캐릭터가 눈에 띈다.

영화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와 형사 김형민(김윤석)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김형민을 기억에 담아둔 강태오는 감옥에서 그에게 전화를 건다. 이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7건의 추가 살인을 고백한다. 사건들은 모두 ‘암수살인’. 암수살인이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신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 사건을 말한다.

범죄 현장과 사건을 자세히 진술하는 강태오를 보고 김형민은 사건을 맡기로 결심한다. 여느 범죄물과 다르게 이제 주인공은 범인이 아니라 피해자를 찾기 시작한다. 오래된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땅속에 묻힌 유골의 모습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 과정에서 강태오와 김형민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액션이 없는데도 긴장감이 내내 유지된다.

숨겨진 살인을 고백하는 범인의 심리와 이를 풀어내려 사비까지 털며 애쓰는 형사의 모습이 새롭다. 특히 김형민의 캐릭터가 눈에 띈다. 물려받은 유산으로 부유한 생활을 누리는 형사 김형민은 극이 진행되며 강태오의 사건에 점차 빠져든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이 형사를 정의감 넘치는 열혈 형사로 그려낼지 모른다. 안일하고 부패한 경찰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의롭게 변하는 식의 익히 봐왔던 구조를 상상했다면 이번엔 다르다. 배우 김윤석은 감정의 과잉 없이, 형사 김형민을 연기해낸다. 실제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의 평범한 고뇌가 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윤석의 연기가 과장 없이 담백했다면, 주지훈은 치밀하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강태오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그려냈다. 주지훈은 올해 <신과 함께> <공작> 등 출연 영화의 연타석 흥행으로 주목받았다. 이전 작품들이 영화 자체의 화제성으로 이목을 끌었다면 이번 작품에선 자신의 연기로 눈길을 끈다.

<암수살인>은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태균 감독은 방송을 본 뒤, 주인공 김형민의 모델이 된 실제 형사를 5년 동안 인터뷰하며 각본을 썼다고 한다. 크게 무리하지 않는 연출과 들뜨지 않는 연기가 만나 기존의 범죄 영화와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어냈다. 다만 실제 사건 자체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창작물만의 ‘재미’로 살려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가 현실을 밀도 있게 재연한 수준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개봉 전 논란도 있었다.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작사가 자신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작된 소송은 지난 1일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15세 관람가.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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