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쇼 뮤지컬의 모든 것, 베일 벗은 뮤지컬 ‘물랑루즈!’

선명수 기자

브로드웨이 뮤지컬 <물랑루즈!> 아시아 초연

샹들리에·풍차·코끼리 등

공연장 전체 ‘클럽 물랑루즈’로 옮겨온 듯

오프닝부터 화려한 볼거리

유명 팝송 70여곡 ‘매시업’한 넘버

지난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사진 크게보기

지난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CJ ENM 제공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화려함에 압도된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쇼를 펼치는 클럽’을 그대로 옮겨온 듯 몽환적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대는 물론 공연장 전체를 붉은색 커튼과 조명으로 감쌌고, 객석 위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렸다.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서울의 뮤지컬 극장이 아니라 벨 에포크 시대 클럽 ‘물랑루즈’로 순간이동한 듯한 감각에 빠진다.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뮤지컬 <물랑루즈!>가 베일을 벗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동명 영화(2001)를 무대화한 뮤지컬로 지난해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10관왕을 차지하는 등 각종 시상식에서 36개의 상을 싹쓸이한 화제작이다.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호주, 영국, 독일에 이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사전 제작비만 395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뮤지컬이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 관객 귀에 익숙한 강렬한 팝 음악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역동적인 춤, 수백개의 조명을 받아 빛나는 화려한 의상까지. 말 그대로 ‘호화로운’ 무대가 시종일관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1890년대 파리 클럽 옮겨온 듯…화려함으로 무장한 무대

<물랑루즈!>는 공연 시작 전부터 볼거리가 많다. 클럽을 재현한 붉은빛의 극장 안에 들어서면 객석 왼편으로 물랑루즈를 상징하는 거대한 풍차가 빛을 발하며 돌아간다. 객석 우측엔 이국적인 분위기의 푸른색 코끼리 조형물이 자리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과 동일한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호주, 영국 등 해외에서 공수해온 소품들이다. 본공연이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앙상블 배우들이 무대 위에 올라 관능적인 ‘프리-쇼(pre-show)’를 선보인다.

“모두의 욕망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소개와 함께 막이 오르면 익숙한 팝 음악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물랑루즈의 댄서 네 명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레이디 마멀레이드(Lady marmalade)’를 부르며 연 무대는 현란하게 치맛자락을 흔드는 캉캉 춤으로 이어진다. 어느새 등장한 스윙 댄서들은 트럼펫을 든 채 고난도 스윙 동작을 선보인다. 작정한 듯 화려함과 현란함으로 무장한 오프닝이다.

초대형 쇼뮤지컬이 담을 수 있는 것을 모든 것을 담은 듯한 무대였다. 사틴 역을 맡은 아이비는 개막 전 인터뷰에서 “무대를 보시면 이것이 ‘자본주의 뮤지컬’이라고 느낄 것”이라며 “돈 냄새가 물씬 난다”고 표현했는데, 이런 농담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주인공 사틴이 공중그네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틴은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힌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해’를 부르며 등장하는데, 의상이 조명에 반사돼 실루엣 전체가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발하도록 연출했다. 극중 사틴이 입는 의상만 총 16벌이다. 배우들은 의상 피팅을 위해 호주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유명 팝송 매시업한 넘버…“음향도 팝 발성 맞게 설계”

무엇보다 이 뮤지컬의 묘미는 귀에 익은 유명 팝송들을 편곡해 만든 음악에 있다. 퀸,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비욘세, 아델, 리한나 등 세계적인 팝 가수들의 히트곡 70여곡을 매시업(mash-up·두 가지 이상 노래를 합친 편곡)한 넘버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여러 히트곡이 이질적이지 않게 어우러지며 화려한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를 관능적인 탱고 스타일로 부르다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식(Toxic)’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1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넘버인 두 주인공의 사랑 노래 ‘엘리펀트 러브 메들리(Elephant love medley)’에만 20여곡의 팝송이 녹아들었다. 165명의 작곡가가 만든 노래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권리 관계를 푸는 데만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초연을 위해 내한한 음악 수퍼바이저 저스틴 르빈은 “영화에서 음악 없이 처리된 부분이 무대에선 음악을 덧입히는 등 영화보다 음악적으로 훨씬 더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해외 오리지널 창작진이 직접 참여해 제작한 레플리카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공연이 모두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무대 장치와 각종 소품, 의상은 물론 음향 기기까지 해외 지정 제작소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음향의 울림이 적은 편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뮤지컬 넘버들이 대부분 팝 음악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팝 발성에 맞는 음향으로 설계했고 배우별로 각각 음향 디자인을 했을 정도로 사운드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1막이 화려한 쇼와 볼거리가 주를 이룬다면, 2막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물랑루즈의 디바 사틴과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원작 영화의 스토리는 그대로 가져오되, 사틴은 좀 더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7개월에 걸친 오디션 끝에 한국판 <물랑루즈!>의 첫 사틴 역에는 아이비·김지우가, 상대역인 크리스티안에는 홍광호·이충주가 낙점됐다. 주연 배우들 뿐 아니라 앙상블 배우들도 고난도 안무와 넘버를 소화하며 호연한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2023년 3월5일까지.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물랑루즈!>의 한 장면.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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