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락페가 장난이야?”···3년 만의 펜타포트, 무더위도 잊고 “로큰롤!”

최민지 기자
6일 2022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린 송도달빛축제 공원에서 밴드 <새소년>이 공연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6일 2022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린 송도달빛축제 공원에서 밴드 <새소년>이 공연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쿵쿵’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가 공연장 밖까지 새어나왔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 선 한 관객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 소리 들린다. 너무 신나!”

2022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이틀째인 지난 6일 인천 송도의 달빛축제공원은 3년 만의 오프라인 공연을 맞아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인 펜타포트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다.

오랜만에 열린 페스티벌에 뮤지션과 관객 모두 상기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은 낮 최고기온 31도, 습도 90%가 넘는 ‘찜통 더위’였지만 이들은 더위를 잊은 채 ‘록 스피릿’을 뿜어냈다. 이날은 잔나비와 새소년,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비비, 이랑, 뱀파이어 위켄드, 우효 등이 공연을 펼쳤다.

싱어송라이터 비비가 6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싱어송라이터 비비가 6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대세 싱어송라이터 비비의 공연은 단연 인기였다. 가장 뜨거운 오후 3시에 시작된 공연이었지만 관객들은 이를 놓칠세라 빠른 걸음으로 메인 스테이지 앞으로 이동했다. 비비는 ‘비누’와 ‘플라이 위드 미’, 다음 앨범 수록곡인 ‘시티 러브’를 포함해 40분간 노래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깜짝 콜라보’도 이뤄졌다.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본명 미셸 정미 자우너)의 무대에서였다. 베스트셀러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그가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연 말미 최근 공개한 곡 ‘비 스윗(Be sweet)’의 한국어 버전을 부르자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이 무대 위에 올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예상치 못한 깜짝 무대에 관객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더 바디 이즈 어 블레이드’를 부르면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6일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미국의 뮤지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6일 인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관객들은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속가능한 덕질’ ‘희노애락앤롤’ ‘락페(락페스티벌)이 장난이야? 놀러왔어?!’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등 재치있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공연장 곳곳에서 휘날렸다.

‘페스티벌룩’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오후 메인 스테이지 앞에서 만난 송혜빈·박진성·이가현씨(28)는 ‘록 윌 네버 다이(록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왔다. 중학교 동창 사이인 이들은 이날이 팬데믹 이후 처음 찾은 페스티벌이라고 했다. “확실히 오랜만이라 그런지 다들 들떠있어요.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이에요.”

6일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공연장에 관객들이 가져온 재치 넘치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다. 최민지 기자

6일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공연장에 관객들이 가져온 재치 넘치는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다. 최민지 기자

가족 단위나 중장년층 관객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문모씨(51)는 밴드 잔나비를 보기 위해 친구와 함께 페스티벌을 찾았다. ‘잔나비 광팬’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을 못봤다”며 “언제 또 못보게 될지 몰라 무리를 해서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연장을 찾고 있다. 잔나비를 보고 있으면 청춘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어깨 위에 앉힌 채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도 보였다.

땅거미가 지자 기온은 다소 떨어졌지만 페스티벌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10번째 주자로 나선 새소년은 ‘긴 꿈’ ‘파도’ ‘조크’ 등 대표곡을 50분간 선보였다. 아직 제목도 붙지 않은 미공개 곡을 노래하는 등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6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밴드 잔나비가 공연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6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밴드 잔나비가 공연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밴드 잔나비의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공연장 앞으로 우르르 뛰어갔다. 기타리스트 김도형의 군 제대 후 첫 국내 무대를 보기 위해 많은 팬이 몰렸다. 잔나비는 ‘굿 보이 트위스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정글’ 등을 70분간 노래했다. 히트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선보일 때에는 전체 관객이 따라부르며 ‘떼창’을 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것은 미국 록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였다. 공연 시작 직전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면서 바닥은 진흙탕이 됐지만 공연을 막을 수는 없었다. 뱀파이어 위켄드는 “10년 만에 한국에 와서 매우 흥분된다”며 ‘다이앤 영’ ‘언빌리버스’ 등 대표곡을 80분간 열정적으로 노래했다. 이날 공연은 밤늦도록 이어졌다. 자정까지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미국의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가 6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미국의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가 6일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주최 측에 따르면 페스티벌 이틀째인 이날 5만여 명이 몰렸다. 첫날인 5일은 3만5000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몰리면서 각종 시설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최 측은 장내 물건 구입시 결제 수단을 협찬사인 KB국민카드사의 카드나 KB페이으로 제한했지만 통신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닷새째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명대인 가운데 이뤄지는 페스티벌인 만큼 주최 측은 모든 입장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소독, 장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더운 날씨 탓에 마스크를 벗는 관객도 많았다.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자우림과 이디오테잎, 체리필터 등이 무대를 장식한다. 첫날인 5일에는 넬과 크라잉넛, 선우정아, 이무진 등이 출연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뮤지션 53개팀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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