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고향서 석전대제 재현

면면히 이어져온 한국의 전통 유교 의례가 공자의 본고장에서 꽃을 피웠다.

지난 25일 오후 4시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시의 공자 사당인 공묘(孔廟)의 대성전. “제집사 구취계간배위 북향서상위”(諸執事 俱就階間拜位 北向西上位:여러 집사들은 계단 사이 절할 곳으로 가서 서쪽을 상위로 북향하여 서시오)

공자의 고향서 석전대제 재현

제수들은 한국의 전통 석전대제 방식에 따라 12두, 12변을 갖추었다. 제기들 모두 이번 제사를 위해 특별히 주문해 장만했다. 제수로 쓰인 곡물은 삶거나 찌지 않았으며 고기 역시 모두 날것 그대로였다.

유교의 고향에서 전통 한국의 의례를 보여주겠다는 주최측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어 제사를 주관하는 초헌관이 폐백을 바치는 전폐례에 이어 첫잔을 올리는 초헌례를 올리자, 대축(大祝:축문 읽는 사람)의 축문 낭독이 이어졌다.

“유공부자탄생 이천오백오십오년 세차 갑신 구월병인삭십이일 대한민국 박약회는 감히 대성지성문선왕(공자의 시호)에게 고합니다….”

이날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림 단체인 사단법인 박약회(회장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가 공자에게 올린 치전(致奠) 의식. 공자의 탄생지에서 열린 이날 특별 제사에는 한국에서 건너온 박약회 회원 552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1991년 한·중 수교 이후 성균관을 중심으로 취푸에서 제사를 올린 일은 더러 있었으나 100명이 넘는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처음 있는 일. 더구나 이날 치전 행사에는 성균관의 공자 제사의식인 석전 대제를 유교의 본고장에서 그대로 재현해 현지 주민들의 관심이 컸다.

취푸에 산다는 치엔 웨이(錢衛·30)는 “중국에서는 올들어서야 처음으로 정부 차원으로 제사를 지냈을 정도로 공자 추모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면서 “5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공자의 고향을 찾아와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니 고맙고 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치전 의식은 유교의 도덕문화로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의 병폐를 극복하며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연대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용태 회장은 “중국의 근대화와 문화혁명 와중에서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치전 의례를 되살리자는 의미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행사가 개최되기까지에는 쿵링런(孔令仁) 산둥대 교수(80) 등 쿵씨 가(家)와 취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중간 유교 문화의 교류 확대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공자의 76세손인 쿵링런 교수는 “한국인들과 함께 치전을 올리는 게 꿈이었다”며 “이제야 소원을 이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를 주관한 박약회는 ‘널리 글을 배우고 예로써 다스린다’는 박문약례(博文約禮)의 논어 구절에서 이름을 딴 실천적 유림단체. 유교문화의 현대화, 생활화를 목표로 유적지 답사, 학술강연, 출판사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회원은 4,000여명이다.

〈취푸(중국)|조운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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