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여년 전 백제 사람들은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최근 백제시대 ‘뒷간 문화’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고고학계와 민속학계에 따르면 백제인들은 당시 종이 대신 반원형의 ‘뒷나무’를 사용했고, 화장실에 쌓이는 배설물은 인근 수로와 연결시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부여문화재연구소 등에 따르면 백제 사람들은 나무 판으로 짜 만든 변기 위에 쭈그려 앉아 ‘큰 일’을 본 뒤 뒷나무로 뒤처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뒷나무는 화장실 안에 놓아둔 물통 등을 이용해 씻은 뒤 재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제 화장실 유적 발굴에 참여한 부여문화재연구소 전용호 학예연구사는 “뒷나무들은 워낙 잘 다듬고 손질을 한 덕분에 매끈매끈해 상처를 입을 일은 없다”며 “뒷나무는 재활용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에 쌓인 배설물은 일정량이 넘으면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길을 팠고, 그 길은 인근에 만들어진 수로와 연결시켰다. 수로의 흐르는 물에 배설물을 희석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는 고대 화장실문화 연구가 축적된 일본 고고학계의 연구성과에서도 확인된다. 1990년 발굴된 일본 규슈 후쿠오카의 홍려관(백제 등 외국 사신들의 숙소) 유적 등에선 8세기 초 화장실 유구와 뒷나무 등이 확인됐다.
이 유적은 최근 발굴된 국내의 백제 화장실과 흡사한 형태다. 다만 뒷나무가 반원형이 아니라 직사각형이다.
‘동아시아의 뒷간’(민속원 간)을 쓴 김광언 교수(인하대)는 “홍려관 뒷간 유적은 백제 사람들이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학자들도 뒷간 문화가 백제에서 넘어온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용호 학예연구사는 “당초엔 저장 창고나 단순한 폐기물 구덩이 등으로 추정됐다”며 “그러나 구덩이 내의 토양분석 결과 회충, 편충 등 기생충란이 확인되고, 일본의 화장실 유적 등과 비교되면서 백제 화장실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네모 형태의 구덩이로 모습을 드러낸 이 화장실은 모두 3기다. 길이는 3~10m, 너비 1.8~2.1m, 깊이 1~3.4m다. 구덩이 내부에는 네벽을 따라 나무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혔다. 기둥으로 볼 때 지표 위에는 3~6칸으로 칸을 나눈 목조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경주 불국사에서는 변기로 추정되는 돌로 만든 유물이 출토됐으며, 서울 창덕궁에는 조선시대 임금의 변기(매화틀) 등이 남아 있어 당시 임금의 화장실 문화를 알 수 있기도 하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