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모셔온 소똥구리, 한국 정착 성공할까

윤희일 선임기자
국립생태원이 몽골에서 가져와 증식 중인 소똥구리.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이 몽골에서 가져와 증식 중인 소똥구리. 국립생태원 제공

충남 태안군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소똥구리를 복원하기 위해 몽골에서 들여와 증식에 성공한 소똥구리를 국내 최대 해안사구인 신두리사구에 방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똥구리의 먹이가 되는 소 똥을 공급하기 위해 다음달 중 이곳에 소 5마리도 방사한다. 이들 소는 자연에서 자란 풀만 먹고 살아 가게 되며, 구충제도 복용시키지 않을 예정이다. 과거 이 지역에서 살던 왕소똥구리와 비슷한 종인 소똥구리를 이곳에서 키워 관련 서식지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태안군은 6월 중 국내 최대 해안사구인 원북면 신두리사구(천연기념물 제431호) 풀밭에 소 5마리를 방사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태안군 원북면 일대에는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왕소똥구리가 많았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왕소똥구리는 근연종(아주 가까운 종)인 소똥구리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분류된 곤충이다. 두 곤충 모두 소나 말 등의 똥을 굴려 동그란 경단처럼 만드는 습성을 갖고 있다. 당국은 왕소똥구리와 소똥구리가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곤충이 국내에서 멸종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를 원인으로 추정한다. 방목하던 소 등을 축사에서 키우면서 소똥구리 서식지가 사라지게 된 것, 논·밭을 포함한 들판에 농약이 과다하게 사용된 것, 소 등에게 구충제를 복용시킨 것 등이다.

이에 태안군은 국립생태원과 손을 잡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신두리사구를 소똥구리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땅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태안군은 2020년부터 신두리사구에서 소를 키우면서 소똥구리를 키우는 시도를 해왔다.

2021년 제주지역에서 채집한 뿔소똥구리 162마리를 사구에 방사했다. 2022년 조사에서 전년에 방사한 뿔소똥구리 중 일부가 생존한 사실이 확인되자, 태안군은 2022년에도 166마리의 뿔소똥구리를 방사했다. 올해도 6월 중에 신두리사구에 소를 방사한 후 뿔소똥구리를 풀어놔 생태변화를 지속해서 관찰할 예정이다.

2020년 신두리사구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 태안군 제공

2020년 신두리사구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 태안군 제공

뿔소똥구리는 제주도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왕소똥구리와는 종이 다르다. 멸종위기종도 아니다. 태안군은 이 지역에서 서식했던 왕소똥구리와 비슷한 소똥구리가 사구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의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19년 몽골에서 들여온 소똥구리를 증식하고, 이를 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중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무척추동물팀장은 “몽골에서 들여온 소똥구리는 과거 국내에서 서식했던 소똥구리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라고 설명했다.

생태원은 몽골에서 살아온 소똥구리가 한국의 자연환경에서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다. 연구팀은 소똥구리에게 중요한 것은 동면(겨울잠)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후변화로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져 소똥구리가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는 등 충분한 동면을 하지 못하는 경우 소똥구리의 생존률은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생태원은 이에 ‘김장독’이나 ‘김치냉장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똥구리가 일정한 온도 속에서 충분한 동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019년 10월 동면에 들어간 소똥구리는 2020년 4월 중순부터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생태원 관계자는 “동면에 들어간 소똥구리의 90% 이상이 5월 중순까지 무사히 깨어났다”고 설명했다.

태안군은 2024년부터 생태원이 증식한 이 소똥구리를 신두리사구에 방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이 지역에서 살던 왕소똥구리와 아주 비슷한 종인 소똥구리를 통해 관련 서식지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홍영선 태안군 문화재관리팀 주무관은 “국립생태원 관계자들과 함께 생태원이 증식한 소똥구리를 신두리사구에 방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앞으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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