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조영’ 1,300년을 뛰어넘어 부활하는 발해의 꿈

KBS  ‘대조영’ 1,300년을 뛰어넘어 부활하는 발해의 꿈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이 16일 첫 방송된다. 고구려 건국과정을 담은 MBC의 ‘주몽’과 고구려 말기를 다룬 SBS ‘연개소문’에 이어 올해만 3번째로 방영되는 고구려 관련 역사극이다. 특히 대조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발해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민감한 시기, 민감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대조영으로 분장한 최수종.

주인공 대조영으로 분장한 최수종.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사극 ‘불멸의 이순신’은 일본의 독도 망언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대조영’의 방영을 앞두고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교과서에 발해를 중국 소수정권이 세운 나라로 기록하고 있다. 대조영의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거나,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나라로 표기하기도 한다. 고구려와 함께 발해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보고 있는 것. 고구려 유민을 중심으로 건국돼, 228년간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발해를 기억하는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시작하는 대조영은 시사적인 관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시사회에 참석한 정연주 KBS 사장은 “역사적 논쟁이 많은 시기에 대조영을 통해 발해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인식이 생길 것으로 확신한다”는 인사말을 통해 ‘대조영’의 역할론을 분명히 했다. 대조영을 연기하는 배우 최수종도 “드라마 ‘대조영’을 통해 발해가 작지만 강한 나라였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종선 PD도 “꿈을 잃어버린 시대에 꿈을 되찾아주고 싶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고구려 패망 후 흩어져 있던 민초들의 꿈을 대조영이 모아서 이뤄나가는 과정을 통해 희망을 제시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PD는 “동북공정을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고 거리감을 두면서도 역사는 ‘어제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라며 유럽에는 기사도 정신이 있고 미국에는 개척정신이 있는데 ‘한국 드라마는 무엇을 내세울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사극에는 항상 사실과 허구에 대한 논란이 뒤따랐다. 극적 재미를 위한 허구적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실제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중국의 역사왜곡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우리 역사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자칫 국수주의로 빠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정보석, 이덕화 등 주요 출연진들.

정보석, 이덕화 등 주요 출연진들.

제작진도 부담감을 인정했다. 김PD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다 보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통해 발해의 역사를 처음으로 접하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대본을 집필하는 장영철 작가는 “발해에 대한 사료가 거의 없고, 있어도 왜곡된 것이 많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료를 통해 뼈대를 세우고 나머지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채우게 된다.

지난 12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대조영’ 1회는 고구려와 당나라의 요동성 전투로 시작한다. 공들여 만든 실감나는 전투신이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유난히 ‘고구려의 자존심’을 강조한 대사들이 눈에 띄었다. 대조영의 아버지가 당태종을 칼로 찌르는 장면은 사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당태종이 요동성 앞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고 요동성이 함락당할 위기에서 고구려인들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했다”며 “절박함과 고구려인의 기상을 생각해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PD는 “중국 역사서를 보면 중국이 졌다는 기록은 나오지 않지만, 전투가 끝나고 장수의 목을 쳤다는 내용은 나온다”며 이런 식으로 “사료와 상상력을 동원해 최대한 그 시대 상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대조영’에는 ‘가늠할 수 없는 꿈의 크기’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당태종이 직접 이끈 30만 대군을 물리쳤던 고구려가 어떻게 20년 만에 패망했는지, 또 어떻게 30년 만에 발해로 부활하게 됐는지를 그리며 꿈의 역사를 재현해보겠다는 의지다. 과연 1,300년 전의 영웅들은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꿈을 줄 수 있을까. 대조영이 이끌 ‘발해의 꿈’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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