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예재형·김기욱 “쨍~하고 떴는데 순위 신경 덜 쓰고 오래오래 해야죠”

허남설 기자

tvN 코미디빅리그 장수코너 ‘사망토론’ 3인방

“아줌마, 여기 떡볶이 3인분하고 인지도 좀 주세요”라며 ‘해 뜰 날’을 갈구하던 개그맨들이 어느덧 공개 코미디 무대 터줏대감이 됐다. tvN <코미디빅리그> ‘사망토론’을 이끄는 ‘아3인’ 예재형(34), 이상준(33), 김기욱(32) 이야기다. 2012년 12월 출발해 2년5개월째 장수를 누리고 있다. 현재 다른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령 코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아3인’을 만났다.

“근면성실? 자아성찰? 맞아?” “아니야. ‘하면 된다’ 아냐?” 세 사람이 모여 앉자마자 ‘낄낄’ 웃음이 터져나왔다. 옆에 걸린 액자 속 사자성어를 두고 제 멋대로 읽는 개그를 주고받았다. 이날 오전 병원 수면내시경 검진을 받은 뒤라 다소 초췌해보였던 세 사람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개그 본능’이 쉴 새 없이 툭툭 튀어나왔다.

tvN <코미디빅리그> 최장수 인기 코너 ‘사망토론’의 주인공 ‘아3인’이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준, 예재형, 김기욱.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tvN <코미디빅리그> 최장수 인기 코너 ‘사망토론’의 주인공 ‘아3인’이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준, 예재형, 김기욱.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사망토론’은 예재형이 사회를 보고 이상준과 김기욱이 토론을 하는 코너다. 토론 주제는 예재형이 설명하듯 “차마 ‘이런 주제를 갖고 토론을 해야 하나’ 싶은” 것들이다. ‘여자친구한테 프러포즈하러 가던 중 수지가 영화를 보자고 하면 어떡해야 하나’ ‘중고차 딜러인데 여자친구가 중고차를 산다면 수수료 200만원 남겨야 하나’ 같은 식이다. 기상천외한 주제부터 웃음을 준다.

‘주제 발굴 비결’을 묻자 김기욱이 “주제 좀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상준은 “시청자들이 인터넷으로 주제를 제보하지만 방송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대부분 우리 힘으로 만든다. 개그맨들의 뛰어난 능력을 알게 됐다”고 능청을 부렸다. 주제 선정엔 관객 공감 여부도 고려된다. 관객에 따라 주제에 대한 공감도가 다르다보니 현장 반응이 고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김기욱은 “현장에서 웃음이 안 터져도 그냥 ‘방송으로 보면 웃겨’란 자신감이 있다”고 하자 예재형이 “하지만 순위에는 못 든다”고 말을 이었다.

토론장에서 이상준의 역할은 주로 ‘현실주의자’ 혹은 ‘나쁜 남자’다.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하러 가던 중이라도 수지와 영화는 꼭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객 한 명을 콕 짚어 놀리는 게 그의 주특기다. 김기욱은 그 반대 입장을 취한다. 의외로 관객 투표는 대개 김기욱의 패배로 귀결된다. 관객의 웃음도 이상준이 자신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대변할 때 많이 터진다.

이상준이 “교과서적으로 보면 김기욱이 많이 이겨야 하지만, 내가 많이 이기는 걸 보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김기욱은 “실제로도 난 되게 착한 사람이다. 가정에 충실하고 한 여자만 사랑할 줄 알고 순진하다”고 말하고는 곧 “사실 거의 이쪽(이상준) 의견에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상준 쪽 대사를 만들 때가 훨씬 더 쉽다. 착한 얘기를 하는 게 어렵다. ‘우리가 못되게 살았구나’ 싶다”고 말했다.

‘사망토론’은 매주 코너 시청률 상위를 차지하는 인기 코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포맷 변화로 새로움을 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회의가 점점 길어지고 휴일에도 모여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식상해졌다는 반응도 있는 게 사실” “아직 변화의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등 고민을 드러냈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됐지만 곧 개그로 승화됐다.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엔 ‘사망토론’이 없을 수도 있다” “예재형의 역할을 더 살리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떠서 ‘<무한도전> 식스맨’이 될까봐 아끼고 있다”며 서로 ‘킥킥’ 웃어댔다.

유쾌한 개그 본능과 ‘금주·금연’이란 공통점으로 똘똘 뭉친 ‘아3인’. 이젠 서로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도 없다는 그들이다. 그저 커피나 식사를 함께하면서 틈틈이 새 코너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럼 ‘사망토론’의 미래는? 예재형은 “‘사망토론’은 꾸준히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면서 서서히 바꿔나갈 것 같다. <코미디빅리그>가 순위를 매기지만 신경 쓰지 말고 오래하자고 했었다”며 “새 코너를 만들더라도 ‘사망토론’만큼은 왠지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예재형이 말을 하는 동안 잠깐 혼자 생각에 골몰해 있던 김기욱이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다. “여자친구가 유명 연예인인데 도박중독자라면 이 사실을 기사로 쓸 건가요? 아니면 감출 건가요?” 이젠 모든 상황을 ‘사망토론’ 주제로 만드는 게 습관이 된 ‘아3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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