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영원불멸의 황소’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안광호 기자

람보르기니(Lamborghini)는 ‘황소’를 전면에 내세운 수퍼카 브랜드다. 창업자의 별자리이기도 했던 황소는 람보르기니 엠블럼에 새겨졌고 람보르기니의 영광을 함께 했던 수퍼카들은 주로 투우장의 황소와 연관된 이름을 썼다. 황소는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 람보르기니의 상징인 V12 엔진은 엄청난 힘을 뿜어내는 황소와도 일맥상통한다.

지금의 람보르기니가 존재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수반되어야 했다. 몇 번에 걸친 경영악화와 매각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람보르기니는 끝없는 연구개발과 강한 집념으로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황소’를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켰다. 또한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와 기술들을 적용시킨 당대 최고의 수퍼카들은 람보르기니를 최고의 수퍼카 메이커로 불려지게 했다.

람보르기니는 현재의 모기업인 아우디를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바로 ‘무르시엘라고(Murcielago)’가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미우라, 쿤타치, 디아블로’ 등 전속모델들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전통의 V12 엔진에 첨단소재와 신기술로 무장시킨 자동차가 ‘무르시엘라고’ 이다.

후발주자 람보르기니, 수퍼 스포츠카의 기준을 제시 = 람보르기니의 탄생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초 트랙터 제작 분야에서 이름을 떨쳤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는 페라리의 사장인 엔초 페라리(Enzo Ferrari)를 찾아갔다가 무시만 당했고, 결국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스포츠카 제작에 뛰어들게 된다. (참고로, 당시 페루치오의 애마는 페라리 250 GT였다고 한다.) 페라리의 엔진 디자이너를 영입한 람보르기니는 곧바로 첫 모델인 350GTV를 내놓게 된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목을 끌었던 미우라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목을 끌었던 미우라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1966년 람보르기니의 대표차량으로 손꼽히는 미우라(Miura)가 등장했다. 1969년부터 1971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이름을 알렸으며 최고속도 288㎞/h 를 찍었다. 특히 2인승 미드십(Mid-ship) 엔진의 미우라는 최고의 디자인으로 평가 받으며 전설의 수퍼카로 자리매김한 차다.

미우라의 미드십 엔진 배치는 공공도로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 중 최초로 중앙에 엔진을 배치한 자동차였다. 미우라의 미드십 구조는 고성능 스포츠 자동차 메이커들의 연구대상이자 미드십 수퍼카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LP400 전측면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람보르기니 쿤타치 LP400 전측면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그러다 1971년 쿤타치(Countach)가 공개됐다. 쿤타치 개발과정에서 람보르기니만의 특별한 전통과 상징이 탄생하게 된다. 먼저 곡선의 화려함 대신 직선으로 강인한 ‘남성다움’을 강조한 디자인과 쿤타치의 낮은 전고와 넓은 전폭 덕분에 탄생하게 된 시저스 도어(Scissors door)가 그것이다. 시저스 도어는 상하로 열고 닫는 방식으로 쿤타치의 차별화된 스타일이자 람보르기니의 상징이 되었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로드스터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로드스터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경영난으로 우여곡절, 람보르기니 크라이슬러, 아우디에 인수 = 하지만 이러한 연구개발에도 불구하고 1987년 경영악화로 파산 상황까지 몰린 람보르기니는 크라이슬러에 인수된 후 1990년 공개된 ‘디아블로’ 를 통해 다시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참고로 디아블로는 람보르기니 최초의 사륜구동이자, 람보르기니 최초로 최고시속 320km에 도달한 자동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아블로는 주행성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자동차라 편의사양이 많이 부족했는데, 심지어 파워핸들이나 오디오, 에어컨 등 기본적인 사양들도 구비되지 않았다.

무르시엘라고 LP 640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무르시엘라고 LP 640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1990년대 중반 이번에는 크라이슬러의 경영악화로 또다시 인도 업체에 매각된 람보르기니는 우여곡절을 겪다 폭스바겐의 아우디에 인수되면서 또 다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둘의 조합은 절묘했다. 람보르기니에겐 자금과 첨단의 기술력이 부족했고 아우디에겐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수퍼카가 절실했다.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 바로 무르시엘라고다. 람보르기니는 당시 무르시엘라고 개발을 위해 프로토 타입만 12대, 추가로 충돌과 에어백 시험에 5대를 제작할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6년여 동안 노력을 쏟아부은 람보르기니는 마침내 2001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통의 V12 엔진을 적용한 무르시엘라고를 세상에 공개했다.

무르시엘라고 LP 640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무르시엘라고 LP 640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무르시엘라고’ 라는 이름은 투우경기에서 24번이나 칼에 찔리고도 죽지 않은 황소의 이름에서 따왔다. 1879년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열린 투우장에서 투우사 라파엘 몰리나 산체스의 칼에 수없이 찔리고도 목숨을 부지했던 황소였다. 이 황소는 돈 안토니오 미우라(미우라 모델명의 기원이 된 인물)에게 선물로 전해졌으며 오랫동안 종자소로 길러 졌다고 한다. 무르시엘라고(Murciélago)는 또 스페인어로 ‘박쥐’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이 차는 2005년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애마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르시엘라고 LP670-4 슈퍼벨로체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무르시엘라고 LP670-4 슈퍼벨로체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영원불멸의 황소답게 성능 강력, 단종 후 아벤타도르로 명성 이어 = 무르시엘라고는 죽지 않는 황소답게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했다. 6.2ℓ(6,192㏄) V12 자연흡기(N/A) 엔진에 최고출력 580마력, 최고시속 330㎞, 제로백 3.7~8초의 성능을 냈다. 1세대 무르시엘라고인 이 모델은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원래는 ‘LP580’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돼 있었으나 후속모델부터 ‘LP’라는 코드네임을 달게 됐다. 참고로 LP는 ‘Longitudinale Posteriore’의 약자로 ‘후방 세로 배치’라는 뜻이며 종합하면 후방 세로로 배치한 엔진에서 580마력의 힘을 내는 차로 해석할 수 있다.

무르시엘라고 LP670-4 슈퍼벨로체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무르시엘라고 LP670-4 슈퍼벨로체 <출처: 람보르기니서울>

무르시엘라고는 벨기에 출생의 페루인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가 설계했다. 사륜구동에 6단 수동 변속기, 독립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이 탄소섬유(카본 파이버)와 강철로 만들어진 차체를 지탱했다. 폭과 길이 등 차체는 전 모델인 디아블로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가변식 흡기매니폴드(VIS)와 가변 밸브(흡배기) 타이밍 기구(VVT) 등 아우디 첨단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2006년 배기량과 출력을 대폭 늘린 2세대 무르시엘라고, LP640이 제네바 모토쇼에서 공개됐다. 6.5ℓ V12 엔진은 631마력의 출력과 엔진 회전수 8,000 rpm을 가능케 했다.

이후 무르시엘라고는 LP640의 특별 한정판인 LP640 베르사체와 LP640 로드스터를 기반으로 한 한정판 모델, LP650-4 로드스터, LP640을 기반으로 한 LP670-4 슈퍼-벨로체, 그리고 350대만 한정 제작된 LP670-4 등을 출시해 람보르기니의 영광을 재현했다. 이 후 2011년 무르시엘라고의 바통을 넘겨받은 후속모델 아벤타도르가 2011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제원

엔진 형식 : 6.2ℓ V12 자연흡기 / 배기량 : 6,192㏄ / 최고속도 : 330㎞/h / 차체형식 : 2도어 쿠페·로드스터 / 트랜스미션 : 6단 수동 외 / 최고출력 : 580hp·7,500rpm / 최대토크 : 66.3㎏·m·5,400rpm / 전장 X 폭 X 전고 : 4,580㎜ X 2,045㎜ X 1,135㎜ / 휠베이스 : 2,665㎜ / 총 중량 : 1,650㎏ / 제로백 : 3.7~8초 / 생산년도 : 2001~2010년 / 디자이너 : Luc Donckerwolke / 생산국가 : 이탈리아(산타가타) / 생산대수 : 4,099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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