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레저의 시대… 많이 싣고 태우는 SUV가 ‘질주’한다

김준 선임기자

독일군 ‘풍뎅이차’에 대항해 개발한 미 육군 ‘지프’가 시초

영국 군용차도 ‘랜드로버’로 진화하며 SUV 양대산맥 이뤄

구입 시 가족 수나 도심·오프로드 등 용도 따라 차종 선택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s Utility Vehicle)의 질주가 무섭다. ‘열풍’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전 세계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한국시장도 다르지 않다. 2008년 16만8520대가 판매된 뒤 지난해 33만3377대가 팔리며 사상 처음 30만대를 넘어섰다.

SUV가 약진하면서 부유층이 즐겨 타는 외제차를 일컫는 ‘강남 쏘나타’도 포르셰 카이엔이나 레인지로버 같은 SUV로 바뀌는 모양새다. 왜 사람들은 SUV에 열광할까.

1984년 개발된 2세대 지프 ‘체로키’는 15년간 한 해 10만대 이상이 팔리며 SUV 붐을 일으켰다. 사진은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모델들.

1984년 개발된 2세대 지프 ‘체로키’는 15년간 한 해 10만대 이상이 팔리며 SUV 붐을 일으켰다. 사진은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모델들.

■ 2차대전 활약한 지프가 원조

SUV는 강력한 구동력과 넓은 실내공간을 갖춰 도심 출퇴근용뿐만 아니라 캠핑이나 수상스키 같은 야외 활동에도 적합한 차량을 말한다.

‘조상’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그룹 산하의 SUV 브랜드 ‘지프(Jeep)’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은 폭스바겐의 ‘풍뎅이차’ 비틀로 만든 큐벨바겐과 쉬빔바겐으로 산악전에서 연합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두 차량에 맞서기 위해 만든 차가 1941년 미국 육군이 선보인 지프다. 지프는 4륜구동, 4각형 차체, 접이식 앞유리창, 600파운드(272㎏) 이상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재간꾼’이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영국에서도 지프와 비슷한 차량이 만들어졌다. 미국산 지프를 군용차로 사용하던 영국군은 1949년 영국업체인 ‘로버자동차’에 군용차를 주문했다. ‘시리즈 1’로 이름 붙여진 이 4륜구동 차는 훗날 지프와 함께 SUV의 양대 산맥을 이룬 랜드로버의 모태가 됐다.

■ 최초의 SUV는 31년 전 등장

초기의 4륜구동 차들은 SUV라기보다는 군용차량을 변형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1984년 새로운 개념의 4륜구동 차량이 나왔다. SUV를 위한 전용 플랫폼을 채용한 2세대 지프 ‘체로키’였다. 이 차는 트럭에 사용하는 프레임 구조 대신 모노코크 보디(차체의 지붕과 기둥, 바닥이 하나로 구성된 차의 뼈대)와 프레임의 장점을 결합한 유니 보디 플랫폼을 채택했다. 덕분에 무게는 1세대 체로키보다 454㎏이나 줄어들고, 차 높이가 낮아져 여성운전자들도 쉽게 운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동력성능은 지프 그대로였다. 이 차는 1986년부터 2001년까지 매년 10만대 이상 팔리며 SUV 붐을 일으켰다.

SUV는 시대와 쓰임새에 따라 명칭이 조금씩 바뀌면서 진화했다.

1990년대는 가족 중심의 여가와 레저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캠핑 장비 등을 실을 수 있는 차량이 속속 개발됐다. 미니밴 형태의 차량은 ‘RV(Recreational Vehicle)’로 불렸다. 지프 형태를 갖추면서도 승용차용 플랫폼으로 만들어 도심 주행에 적합한 차량은 ‘도심형 SUV’로 명명됐다.

■ SUV를 잘 고르려면

SUV는 세단형 승용차보다 장점이 많다. 차고가 높아 전방 시야 확보가 쉽고, 도심형 SUV는 지프 등 정통 4륜구동 차보다 낮아 승하차가 편리하다. 실용성도 높다. 2열과 3열은 물론 동반자석도 접을 수 있어 운전석을 제외한 실내 대부분을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유행인 도심형 SUV는 대부분 2바퀴 굴림이지만 ‘SUV의 꽃’은 4륜구동이다. 도심형 SUV도 4륜구동 차량은 얕은 시냇물을 건너거나 비포장도로 같은 험로 주행이 가능하다. 주행 안정성도 높다. 눈길과 빗길에서 2륜구동보다 덜 미끄러지고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충돌 사고 때 발생하는 인명 피해도 세단형 승용차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 트레인 성능이 높아지고, 차량 자세제어 같은 첨단 기술이 도입돼 포르셰 카이엔 같은 초고성능 SUV도 등장했다. 카이엔 터보 모델은 SUV지만 최고속도 시속 279㎞, 제로백(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4.5초로 슈퍼카가 부럽지 않다.

모래알처럼 다양한 SUV 가운데서 옥석을 가리는 방법은 없을까. 용도와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출퇴근용보다 오프로드 주행이나 야외 활동에 초점을 둔다면 정통 4륜구동 SUV가 적합하다. 지프 랭글러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해당된다. 가파른 비포장도로나 바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로 레인지’ 기능을 갖춘 차량이면 더욱 좋다.

1~2인 가구의 출퇴근용이라면 소형 SUV가 알맞다. 메르세데스 벤츠 GLA, 폭스바겐 티구안, 현대차 투싼이나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등이 어울린다. 가족 4~5명이 이용한다면 이보다 덩치가 크고 좌석수도 많은 싼타페나 맥스크루즈, 쏘렌토, BMW X3가 제격이다.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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