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들 “전기차, 효율적인 뼈대로 승부” 플랫폼 확보에 사활

김상범 기자

아이오닉 6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일렉트릭-글로벌 모듈러 플랫폼)가 탑재됐다. 여기에는 주행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PE(파워 일렉트릭) 시스템’을 적용해 차량 중량을 낮추고 모터 효율은 높였다. 배터리를 넓고 평평하게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췄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 플랫폼이 적용된 현대차 전동 모델로는 아이오닉 5에 이어 두번째다. 기아의 EV6와 제네시스 GV60도 E-GMP를 공유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내연기관 시절부터 차량의 ‘뼈대’인 플랫폼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저렴하게 만들려는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은 이어져왔다. 전기차 플랫폼은 배터리·모터 등 동력계를 차량의 무게·구조와 조화시켜 전기차의 특성에 맞게 개발한 전기차 전용 제작 틀이다. 전기차 플랫폼을 한번 개발하면 그 위에 다양한 디자인을 얹은 여러 차종을 만들어 선택 폭을 넓힐 수 있으며 효율적인 양산이 가능해진다.

전기차 주도업체인 테슬라는 2012년 출시한 모델 S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도입했다.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모터 등을 표준화된 모듈로 탑재하고 있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췄다. 코너링 등 운동 성능을 높이고 전복 사고 등을 방지하는 데 장점이 있다. 모델X와 모델3 등에도 해당 플랫폼을 사용했다. 모델Y에서 테슬라는 여러 부품을 하나의 패널로 찍어내는 ‘일체형 다이캐스팅’ 기술까지 도입하는 등 한 차례 더 개선을 이뤘다. 테슬라는 아예 배터리와 자동차를 결합하는 ‘일체형 플랫폼’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차량 무게를 10% 줄이고 주행거리를 14% 늘리며 부품 개수는 370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E-GMP 하나만 갖고 있는 현대차와 달리 해외 자동차 회사들은 여러 개의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해 차종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MLB 에보, MEB, J1, PPE 등 4가지 플랫폼을 갖췄다. 그 가운데 MEB 플랫폼을 적용한 아우디 Q4 e-트론과 ID.4가 이번달 국내 시장에도 출시됐다.

MEB 플랫폼의 특징은 ‘확장성’으로, 세단·크로스오버·SUV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틸 셰어 폭스바겐그룹코리아그룹 사장은 지난 21일 “우리의 목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략을 통해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25년까지 MB EA(중대형 승용차), AMG EA(고성능차), VAN EA(화물·상용차) 등 총 3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동화 흐름에 한 박자 늦게 뛰어든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전용 플랫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혼다가 대표적이다.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개발해 연간 200만대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4월 내놓았다. 다만 아직까지 혼다는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갖추지 못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GM의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프롤로그 EV’를 2024년 선보일 예정이다. 2026년부터는 혼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랫폼을 채용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경쟁은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숨은 척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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