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사태 바라보는 진보 경제학계 엇갈린 시선

강병한 기자

‘자유주의좌파’ 장하성·김상조 “자사주 매각은 무리수… 합병 정당성마저 상실”

‘반신자유주의좌파’ 장하준·정승일 “경제·일자리 무시 못해… 삼성 지지하는 게 현명”

한국 진보 경제학계의 양대 진영이 ‘삼성 대 엘리엇’ 사건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주의좌파 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부당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반면 반신자유주의좌파 그룹은 헤지펀드의 약탈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장하성·김상조·장하준·정승일(왼쪽부터)

장하성·김상조·장하준·정승일(왼쪽부터)

자유주의 좌파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가 주축이다. 다른 한쪽은 반신자유주의 성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정승일 박사, 구 대안연대 등이다. 김상조 그룹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등 ‘구 자유주의의 결핍’을 강조하며 재벌 개혁론을 내세운다. 장하준 그룹은 영미식 ‘신자유주의 과잉’을 지적하며 정부의 산업정책 강화와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기업 보호를 주장한다.

장하성 교수와 김상조 교수 그리고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박사를 한 그룹으로 묶으 것은 조직적 활동 영역이 아니라 이론적 지향이 유사하다는 의미다.

그간 두 진영은 외환위기 경제위기 원인, 소액주주운동, SK·소버린 사건 등에 다른 의견을 피력해왔다. 지난 10여년간 공박이 이어지면서 서로를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자’, ‘친(親) 삼성, 친 박정희주의자’라는 등 비난도 주고받았다.

삼성 지배구조를 놓고도 다른 시각을 펼쳐왔다. 김상조 그룹은 법과 시장 원리를 벗어난 지배구조와 승계는 곤란하다는 점을 부각한다. 장하준 그룹은 외국자본으로부터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를 ‘보호’해 주는 대신 투자·일자리 창출을 맞바꾸는 ‘삼성과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까지는 장하성·김상조 파의 이론적 승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다 ‘엘리엇 사건’을 놓고도 양측이 다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상조 교수가 소장인 경제개혁연대는 11일 논평에서 삼성물산 자사주의 KCC 매각 결정에 대해 “결코 꺼내들지 말았어야 할 카드였음에도 근시안적 시각에서 무리수를 둔 삼성은 합병 정당성을 한순간에 잃은 것은 물론이고 이재용 부회장으로 승계 작업마저도 의구심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논평에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삼성물산 주가의 정상화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기관투자가의 적극적 대화와 관여)’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장하준 교수와 공저를 낸 바 있는 정승일 박사는 이날 통화에서 “삼성과 엘리엇 모두 문제가 있지만 일단 삼성 편을 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대통령이라고 가정하면 국민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 문제를 생각해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는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역시 투자수익, 회사와 종업원이 내는 보험료로 유지되는데 국민연금이 엘리엇을 편들어 버리면 회사와 그 일자리들은 유지가 되는 것이냐”며 “부당한 부를 축적한 고관대작의 집에 날강도가 들어왔는데 날강도부터 먼저 잡고 그 다음에 고관대작의 ‘상속’이 제대로 된 것인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과 엘리엇 사건에선 어느 쪽 의견에 힘이 쏠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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