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자는 생각만 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몸집 키운 유대운 이사장

류인하 기자

5년 최장임기 기록한 유대운 이사장

각종 이사장 특권 폐지…조합원 이익 늘려

역대 최대규모 당기순이익 1452억원 달성

“공제조합도 혁신필요”…여성관리자 발탁 등 성과

유대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25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이사장실에서 임기 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히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유대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25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이사장실에서 임기 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히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유대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72)은 취임 직후 지급된 전년도 성과급을 전액 반납했다. 자신이 근무하지도 않은 기간의 성과급을 받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17년 12월 22일에 왔는데 2018년 1월에 성과급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여기 없었다’면서 안 받았습니다. 성과급은 일을 해서 성과를 냈던 사람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아닙니까.”

유 이사장은 성과급 반납과 함께 규정을 개정했다. 전년도 성과를 반영해 지급하는 성과급은 그 해에 근무한 사람이 근무한 기간에 비례해 받도록 바꿨다. 이사장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돼 온 ‘퇴직위로금’도 취임과 함께 폐지했다. 임원 퇴직금 산정방식도 일반직원과 동일하게 바꿨다. 유 이사장은 “‘각자 밥값을 하자’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22일 제13대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유 이사장은 오는 11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가 이사장으로 몸담은 동안 공제조합은 지난 2019년 창립이래 역대 최대규모인 당기순이익 1452억원을 달성했다. 2017년 12월~2022년 현재까지 4개년 평균 당기순익은 1305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4개년 대비 2.2배 증가한 수준이다.

늘어난 경영성과는 조합원들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지난 4년동안 매년 평균 967억원이 조합원들에게 배당됐다. 2018년 5만750명이던 조합원 수는 5년새 5만8801명까지 늘었다. 자본금은 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경향신문은 지난 25일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실에서 유 이사장을 만났다.

-전문건설업계는 종합건설에 비해 영세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많다. 그만큼 공제조합이 지원해야할 분야도 많았을 것 같다.

“처음 취임할 때 목표가 어느 분야든지 앞에서 이끌어가는 곳이 있고, 뒤처지는 곳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간의 거리를 좁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전문건설이라는 게 대부분 우리가 흔히 아는 대형건설사의 하청업체다. 일을 하다보면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영세한 전문건설업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폐업까지 고려해야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취임하고 45일만에 전국을 돌며 대의원들을 모두 만났다. 그들은 ‘법률지식을 비롯해 회계, 근로기준법 등과 관련한 상담을 할 곳이 없다’는 문제점을 털어놓았다. 곧바로 법률상담소를 설치했다.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수 많은 법률상담이 무료로 가능해진 것이다.”

-계약시점에 법률검토만 잘 해도 손해를 덜 볼 수 있었겠다.

“그렇다.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공제(보험)보상을 놓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컸다. 그동안은 사고공제업무를 보험사에 위탁했었는데 취임한 그해 보유공제팀을 신설해 공제조합이 직접 사고수습부터 보상업무를 맡도록 바꿨다. 위탁을 하면 보험사에 위탁수수료를 내야하고, 조합도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는 모두 조합원이 부담하는 돈이다. 부담은 큰데 위탁업무로 놔두면 사고수습 절차도 까다롭고, 보상액도 조합원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받기 어렵다.”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나.

“조합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낮아지고, 공제조합이 직접 사고처리를 하니까 불만사항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제조합의 수익 역시 위탁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졌다.”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합도 이런 고민을 하는지.

“조합 설립은 건설산업기본법에 근거하고 있지만, 100% 건설사업자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한다. ‘비효율’을 ‘효율’로 바꿔나가는 것은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자 의무다. 그동안 조합은 찾아오는 고객만으로도 운영이 됐다. 조합 이용률은 계속 떨어지는데 별다른 문제 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영업홍보팀을 만들어 조직에 변화를 줬다. ‘조합원이 찾아오는 조합’이 아니라 ‘조합원을 찾아가는 조합’으로 바꾼 것이다.”

-건설업계는 여성간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조합의 상황도 비슷한가.

“1988년 조합이 설립된 이래 여성 관리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내 양심상 두고볼 수가 없었다. 후배 남자직원들은 임원까지 한 사람이 허다한데 여성은 30년 넘게 근무해도 관리자가 하나도 없었다. 2020년 3명의 여성관리자를 발탁했다. 올해에도 3명의 여성관리자가 탄생했다. 승진 대상자였던 남성직원들 중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반드시 이겨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연도별로 계속 3명씩 나올 것이다. 실력으로 무장한 (여성)직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유대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25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이사장실에서 임기 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히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유대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25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이사장실에서 임기 과정에서의 소회를 밝히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유 이사장은 전문경영인(CEO)이기 이전에 사회운동가, 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90년 삼당합당 반대운동을 했던 핵심멤버였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대정부질의에서 최초로 국회의원 연금지급 문제를 제기해 ‘국회 쇄신법안’을 이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겸직과 영리업무 금지, 국회의원 연금폐지를 골자로 한 법이다. 이 법으로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못한다. 그는 자비를 정치후원금 계좌로 이체해 사용해온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을 거치며 오랜 세월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는 2016년 공천탈락과 함께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여의도를 떠났다.

-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아아왔는데 아쉽지 않았나.

“정치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민 신뢰도조사를 하면 국회는 안 좋은 쪽으로 상위권이 아닐까.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정치에서 빠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에게 빚을 지면서까지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역대 이사장 가운데 가장 긴 기간 공제조합 이사장을 맡았다. 연임요청은 없었나.

“이미 몇 달 전에 운영위원회에 연임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제 머리가 다 비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오는 11월이면 홀가분하게 퇴임할 수 있을 것 같다.”

-퇴임 후 계획은.

“당장은 계획한 게 없다. 한국나이로 내가 올해 일흔넷이다. 아직 노인회장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웃음) 여행을 좀 다녀보고 싶다. 고향이 충남 서산인데 그동안 일만 하느라 서산의 지리도 다 모른다. 퇴임하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 고향 골목 골목을 좀 다녀보고 싶다. 지방재정과 조례와 관련한 강연요청도 여러 대학에서 들어오는데 좀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