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그린벨트 개발 지자체로… 정부, 환경보호 제어기능 떠넘겼다

조미덥·윤승민 기자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환경단체 “정부의 직무 유기”

“미래 유산 국가가 관리 해야”

정부가 6일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해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44년 만에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기로 한 것을 두고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난개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환경규제 모범사례로 평가돼온 그린벨트 정책 취지가 대폭 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30만㎡ 이하 규모의 사업을 할 경우,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취락 구역이나 경계선 지역의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준 적은 있지만, 일반 사업에 대한 해제 권한을 준 것은 처음이다. 국토부는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해제 총량(233.5㎢) 범위 내에서 환경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그린벨트 환경등급 3~5등급)에 한해 해제 권한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제 전 관계부처의 사전협의와 주민 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44년 만에 그린벨트 개발 지자체로… 정부, 환경보호 제어기능 떠넘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전에는 그린벨트 하면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미래세대가 활용할 토지를 남겨 둔다는 보존적 차원에서 접근을 했는데, 이제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는 개발적 가치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린벨트는 1971년 박정희 정부가 전국의 도시 주변에 5397㎢를 지정한 뒤 운영돼 왔다. 그동안 주택 건설, 주민 재산권 제한 등의 이유로 상당수가 해제되고 3862㎢가 남았지만, 중앙정부의 엄격한 관리하에 운영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로 불리며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고 환경과 상수원을 보호하며, 도시민의 여가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도 한국의 그린벨트를 모범적인 도시관리 모델로 제3세계에 소개할 정도였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환경단체와 학계는 “지자체의 개발 욕구로 인해 전 국토의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정부가 해제 권한을 갖고 있어서 그나마 난개발을 막아 왔는데, 제어기능을 상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은 미래의 환경 피해보다는 눈앞에 닥친 주민들의 개발 요구에 더 민감하다. 김 팀장은 “국토의 훼손을 막아야 할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도 “지자체에 도시계획권 전반을 주지 않고 그린벨트를 해제할 권한만 주면 오히려 남용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그린벨트는 우리가 미래세대에 남겨줄 유산인 만큼 공익을 생각해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정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보전가치가 낮은 환경평가 3~5등급만 개발 대상이어서 난개발 우려가 없다고 하지만, 1~2등급은 사실상 산의 정상부가 대부분으로 도시 개발 자체가 어려운 지역”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30만㎡ 이하가 중소 규모 사업이라고 하지만, 그린벨트를 개발하기에 충분히 큰 규모”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5년 이상 거주’ 조건을 없애고 거주기간과 상관없이 주택 등 시설을 증축할 수 있게 해 외지인들의 편의를 봐줬다”고 밝혔다.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수도권 그린벨트에 개발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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