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나라 곳간' 논쟁이 남긴 것은?

박상영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br /> 국회사진기자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을 두고 ‘곳간 논쟁’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운용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재정을 ‘곳간’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재정을 무조건 아끼는 게 능사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부총리의 곳간 발언에 대한 여진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재정 상황을 두고 말을 바꿨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정말 속상하다. 초지일관 메시지를 말씀드렸는데 말을 번복했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홍 부총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6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의원님은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비어가고 있다”고 답해 재정건전성 훼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반면 7일에는 “재정은 선진국에 비해 탄탄하다”고 발언해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재정을 곳간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은 경기가 과열될 때는 지출을 줄이고, 위축될 때에는 지출을 늘리는 ‘펌프’ 역할에 가까운데 쌓아두는 것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곳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부채를 뺀 정부의 순자산이 증가하는 것에 비춰보면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임기 내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통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재정준칙’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도 야당도 도와주지 않는 재정준칙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 자체가 부총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가채무에 대한 경계 때문에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회에 입법안도 제출했는데 1년 동안 논의가 없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재정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지출 감축 계획만 내놓은 것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경상성장률에 힘입어 13.7%의 총수입 증가율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은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8.3%에 그치면서 출구전략을 도모하는 예산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보면 경기 회복세에 기반한 세수 증가만 언급될 뿐, 세입 기반을 넓히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발견되지 않는다. 2020년 20.0%였던 조세부담률도 경제 회복에 따른 세 수입 증가로 2022년에 20.7%까지 오른 뒤, 2025년까지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 있지만 복지 등 장기적인 수요는 증세를 통한 것이 바람직하다”며 “비과세 감면 등 세입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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