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악재’ 코스피, 6개월 만에 3000선 붕괴

정원식·이윤주 기자

공급망 차질·인플레 압력 등 영향

<b>바닥은 어디…</b> 6개월여 만에 코스피 3000선이 무너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바닥은 어디… 6개월여 만에 코스피 3000선이 무너진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2% 가까이 급락하며 3000선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6개월치 상승분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조정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차질로 빚어진 인플레이션,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 부채한도 협상에다 미·중 무역갈등까지 겹겹 쌓인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아서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내린 2962.17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3월10일(2958.12) 이후 최저치로, 지수가 3000선 아래로 하락한 건 3월24일(2996.35)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1.37%), SK하이닉스(-2.10%), 네이버(-3.01%), 삼성바이오로직스(-7.20%)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 이내 종목들이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621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345억원과 3560억원을 순매수하며 추가하락을 막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헝다그룹 위기로 상징되는 부동산발 리스크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커진 상태”라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병목 장기화로 주가 조정 지속” vs “위드 코로나 전환 땐 반등 여지”

여기에다 4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이 세계 무역 규범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미·중 무역갈등 우려마저 제기돼 증시에 설상가상이 됐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1.50%까지 오르면서 4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2.1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30%)가 일제히 하락했다.

조정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회복되려면 공급 병목이 해소돼야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필요한 부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경기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어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조정폭이 깊지 않은 만큼 기간 조정으로 볼 수 있으나 앞으로 가격 조정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는 8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잠정실적을 필두로 3분기 실적 시즌 모멘텀이 재차 발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반등을 기대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체로 하락세는 유지되겠지만 최근 하락폭이 컸다는 점에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여지 또한 충분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연구원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정상화되면서 주가 하방 압력을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외악재가 겹치며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는 상황에서 각종 경기지표도 지난해 하반기 기저효과와 맞물려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제한, 공급망 교란 등의 영향으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전력난과 헝다그룹 사태 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성장이 악화할 경우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역시 중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으로 보기 때문에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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