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돈줄 조이기’ 시동

이윤주 기자

자산매입 축소 ‘테이퍼링’ 공식화

코로나 이후 양적완화 종료 첫발

파월 의장, 금리 인상 선 그었지만

한국엔 기준금리 인상 압력 커져

미 연준 ‘돈줄 조이기’ 시동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공식화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지속해온 양적완화 종료를 향한 첫발을 뗐다.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고수하며 ‘완화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연준이 양적완화로 그간 풀었던 달러를 거둬들이고, 내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궤도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환경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달 1200억달러(약 142조원)어치 매입하던 채권을 올해 11월과 12월 각각 1050억달러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기대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테이퍼링 결정은 금리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신호로 의도된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금리를 인상하기에 시기상조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으로 연준은 물가 오름세보다는 고용 개선을 꼽고 있다. 고용수준, 노동참여율, 임금, 퇴직규모, 고용기회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완전고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물가 대응을 위해 연준이 조기에 금리 인상에 착수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물가 상승과 관련해 연준은 “공급망 병목 현상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과 강한 수요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테이퍼링 속도와 관련해서도 “경제 전망의 변화를 고려하여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혀 향후 유연한 대응을 시사했다.

시장은 연준의 발표가 대체로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발표는 정책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무난한 수준”이었다며 “인플레이션과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해 안도감을 줬다는 점에서 중립적 혹은 비둘기적”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테이퍼링 착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크지 않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번 FOMC 결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지면서 부채를 짊어진 가계나 한계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기준금리를 미국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0.75%)는 연준의 기준금리(0.00~0.25%)보다 0.5~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시장 예상대로 내년 초까지 금리를 1.25%로 높일 경우 차이는 1.0~1.25%포인트로 커진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테이퍼링으로 달러 강세가 돼 신흥국이 자금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나타나기보다는 국내 민간부문의 금리 상승 부담에 대한 노출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한은 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테이퍼링 속도, 금리 인상 시기 등 정책결정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앞으로도 정책여건 변화 가능성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 강세 현상이 예상된다. 연준이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면 시중에 풀리는 달러가 지금 수준보다 감소하기 때문에, 수급요인에 따라 달러화는 강세, 기타 통화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 축소로 한국 시장에서도 서서히 자본유출이 나타나며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물가 상승 우려가 큰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수출 증대 효과보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심화시켜 국내 소비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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