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손으로 하던 식품 안전성 확인, 자동화로 더 엄격한 관리 가능”

글·사진 김향미 기자

1년여 만에 100호 등록 앞둔 ‘스마트 해썹’ 현장 엿보기

충북 음성군 식품 제조·가공업체 흥국F&B 공장 계량실에서 11월29일 노태호 운영혁신팀 차장이 설비·작업량 등의 정보가 표시된 단말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 업체는 생산 공정의 중요관리점(CCP)을 자동화·디지털화해 지난해 12월 ‘스마트 해썹’ 인증을 취득했다. 사진 크게보기

충북 음성군 식품 제조·가공업체 흥국F&B 공장 계량실에서 11월29일 노태호 운영혁신팀 차장이 설비·작업량 등의 정보가 표시된 단말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 업체는 생산 공정의 중요관리점(CCP)을 자동화·디지털화해 지난해 12월 ‘스마트 해썹’ 인증을 취득했다.

식품 위해요소 분석·관리하는 시스템을 자동화·디지털화
공정 불량률 줄어…소비자에겐 먹거리 안전 담보할 새 기준
중견·영세업체에는 문턱 높아…예산·전문인력 확보 필요

“여기 작업시간, 작업량, 불량 건수 항목 보이시죠. 우리 공장의 핵심 설비인 초고압살균기 정보를 이렇게 실시간으로 보고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충북 음성군 식품 제조·가공업체 주식회사 ‘흥국F&B’ 공장. 노태호 운영혁신팀 차장이 초고압살균기 단말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공장의 계량실에선 식재료를 저울에 올려놓고, 소분할 분량을 단말기에 입력하니 전체 무게가 기록되고 나눠지는 무게만큼 라벨(종이 표지)이 출력돼 나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모든 공정이 ‘수기’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7번째(‘음료 1호’)로 ‘스마트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기준)’ 등록을 받은 곳이다. 해썹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식품안전관리 제도로,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유통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하고 중점관리하는 사전예방적 관리 시스템이다. 스마트 해썹은 기존 해썹에서 사람이 직접 주기적으로 실시하던 주요 공정에 대한 안전성 확인 절차를 IoT(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적용해 자동화·디지털화한 것을 말한다. 흥국F&B는 올해 정부 지원금 2억원을 포함해 총 4억2000만원을 투자해 온도·습도 센서 일체형 데이터 전송장치 등 신규 설비 및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스마트 해썹 등록 업체에 심벌 표시와 해썹 인증(연장) 평가 시 가점 등의 우대 조치를 부여하는 등 ‘스마트 해썹’ 보급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첫 등록 업체가 나온 후 지난해 말 57개로 늘었고, 올 11월 말 기준 99개로 곧 100호 등록을 앞두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스마트 해썹이 먹거리 안전을 담보할 새 기준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스마트 해썹 등록을 받으려면 해썹 기준에 적합하면서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CCP) 수기 기록·관리를 자동 기록·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흥국F&B처럼 음료 생산 공정의 경우엔 초고압살균기 등 살균·가열·여과 등의 공정이 ‘CCP’에 해당한다. 2시간마다 사람이 직접 입력하던 정보값(냉장 온도·금속 검출 여부 등)을 센서가 알아서 데이터로 모아준다. 생산 공정을 효율화할 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및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아 기존 해썹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식약처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 해썹 등록 99개 업체(식품 51곳, 축산물 48곳) 중 55곳이 최근 우대조치를 받았다. 8곳은 평가 대기 중이다. 서연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스마트운영팀장은 “스마트 해썹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센서 설치나 데이터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있었지만 도입한 후 실제 공정상 불량률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진 만큼 최근 식품시장에서 ‘스마트 해썹’ 인증을 소비자에게 호소할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생산 공정을 자동화·디지털화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박종윤 흥국F&B 생산본부장은 “저희 회사가 식품회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선 외국인 노동자 중심으로 인력 교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소통·교육의 어려움 등으로) 수기로 하는 기록·관리로는 정보를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스마트 해썹 문턱은 해썹보다 높다. 대기업 등에선 이미 자동화·디지털화한 곳도 있지만, 중견·영세업체의 경우 센서를 새로 달고 전산 프로그램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식약처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업무협약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과 연계해 스마트 해썹 기초 단계에선 7000만원, 고도화 단계에선 2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단, 일대일 매칭 사업으로 업체에서 동일한 금액으로 구축한다. 스마트 해썹 보급화에 속도를 내려면 결국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도화를 추진할 경우 전산 시스템을 다룰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고지훈 식약처 식품안전인증과장은 “스마트 해썹을 통해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향상은 물론 축적된 빅데이터, 나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요 공정별 발생 가능한 위험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스마트 해썹 확산을 위해 선도모델 개발 및 맞춤형 컨설팅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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