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에서 출발해 현실로 진격…‘가치·거품’ 엇갈린 평가 속 대세로 자리매김

이유진 기자

메타버스

‘메타’로 사명 바꾼 페북의 ‘호라이즌 월드’.

‘메타’로 사명 바꾼 페북의 ‘호라이즌 월드’.

가입자 2억4000만명 넘긴 네이버 ‘제페토’.

가입자 2억4000만명 넘긴 네이버 ‘제페토’.

페이스북은 사명도 ‘메타’로 변경
기업들 사업 진출 언급만으로 주목
국내 관련 테마주 10배 넘는 수익률

올해 사회적인 수요·기대감 확인
장기적 성장에 낙관적 전망 확산

“메타버스의 시대가 온다(The Metaverse is coming).”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말은 현실이 됐다. 메타버스는 올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정보통신기업들은 물론 나이키, 구찌와 같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가상현실(VR)로 뛰어들었고, 관공서나 학교가 가상 세계에서 비대면 행사를 연다는 뉴스가 더는 새롭지 않게 됐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한 단어다. 1992년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처음 등장했다. 현재는 물리적 실재(현실 세계)와 가상의 공간이 실감형 기술로 결합된 3차원 세계를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개인·창작자·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가상 세계에서 상호작용하며, 경제활동을 통해 자체적인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메타버스는 크게 네 유형으로 나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이용자 개인의 기록을 디지털 세계에 저장하는 ‘라이프로깅’, 포켓몬고 게임이나 구글 글래스처럼 현실 세계와 결합한 정보를 보여주는 ‘증강현실’(AR), 줌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이나 현실의 지리적 정보를 시뮬레이션해 보여주는 디지털 트윈 같은 ‘거울 세계’,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또 다른 공간을 구현하는 ‘가상 세계’까지 모두 메타버스에 포함된다.

메타버스의 원조로 불리는 ‘로블록스’.

메타버스의 원조로 불리는 ‘로블록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이러한 유형의 경계마저 허물었다.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나 제페토에선 일상 기록은 물론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경제활동도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일상이 정착하며 성장세는 가팔랐다. 로블록스의 지난 8월 일일활성이용자(DAU)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4820만명을 기록했으며,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누적 가입자 수 2억4000만명을 넘겼다.

국내외 메타버스 선두 기업들은 PC·모바일을 벗어난 생태계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올 한 해만 가상현실 기기 개발에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쏟아부은 메타는 내년에 차세대 고급 VR 기기 ‘프로젝트 캠브리아’를 출시한다. 네이버는 AI(인공지능)·로봇·클라우드·디지털 트윈(물리적인 사물과 동일하게 구현되는 가상 모델)을 합친 새로운 메타버스 시스템 ‘아크버스(ARCVERSE)’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NFT(대체 불가능 토큰)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기업이 메타버스·NFT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소식만 나와도 주가는 뛰어올랐다. 콘텐츠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확장할 핵심으로 떠오르며 관련된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키워드로 보는 2021 산업①]가상에서 출발해 현실로 진격…‘가치·거품’ 엇갈린 평가 속 대세로 자리매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타버스·NFT 테마를 탄 종목은 올해 10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월4일부터 12월21일까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주가 상승률 상위 15종목 가운데 8개가 메타버스·NFT 테마 수혜주였다. 종목별로는 게임주 4곳(위메이드맥스,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 컴투스홀딩스)과 콘텐츠 제작업체 3곳(덱스터, 엔피, 위지윅스튜디오), 서울옥션이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메타버스 산업의 장기적 성장에 주목한다. 다국적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VR·AR 관련 시장 규모가 2019년 기준 455억달러(약 52조원)에서 2025년 4764억달러(약 540조원), 2030년에는 1조5429억달러(약 176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타버스 미래 시장 규모를 최대 8조달러(약 9434조원)로 제시했다.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겸임교수(에프엔에스 미래전략 연구소장)는 “올해는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적 수효와 기대를 확인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기술 발전 수준에 비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안경형 디스플레이 보급, 기술 안정화 등 완전한 몰입형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10~20년 장기적 관점에서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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