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법인차’ 슈퍼카 꼼수 탈세 브레이크 걸릴까

고영득 기자

구매자 84.8% 법인…윤 당선인 ‘연두색 번호판’ 공약 주목

람보르기니 제공

람보르기니 제공

작년 고가 수입차 판매 ‘역대 최대’
세제 혜택 악용하는 사례 빈번

국토부, 법인차 전용 번호판 검토
“신고·보상 운영 땐 효과” 기대도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초고가 수입차 10대 중 8대는 법인·사업자가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삿돈으로 마련한 비싼 차를 개인 용도로 쓰면서 세금 혜택까지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법인차 번호판에 전용 색깔을 입히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2021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 대수는 전년(1234대) 대비 25.0% 증가한 1542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84.8%는 법인·사업자가 사들인 차량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구매한 벤틀리, 페라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맥라렌, 로터스 차량의 평균 판매가는 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146만9000대였다. 개인이 등록한 차량(104만대)은 전년 대비 13.0% 줄었지만 법인·사업자(42만9000대)는 1.4% 늘었다. 전체 등록 차량 중 법인·사업자 비율(29.2%)도 전년보다 3.1%포인트 높아졌다. 법인·사업자가 등록한 차량을 보면 국산차는 4.0% 감소한 반면 수입차는 5.6%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2.3% 늘어난 30만9591대로 2년 연속 30만대를 넘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금액 기준)은 32%로,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수입차를 법인·사업자 명의로 구매하면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 구입비와 유지비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총소득에서 경비가 제외되기 때문에 과세표준 액수를 낮추고 세금도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지난달 고액·상습 체납자 584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들 중 90명은 법인 명의로 장기임대한 고가 수입차를 타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폐업해서 세금을 못 낸다면서도 폐업한 회사 명의의 슈퍼카를 몰고 다닌 사람도 있었다. 고가 수입차에 부여되는 세제 혜택을 없애면 연간 2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인 명의로 구매한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 불법이지만 적발하기 쉽지 않다. 법인차 운행일지 작성이 의무화돼 있으나 얼마든지 서류를 꾸밀 수 있는 등 관련 제도가 허술하다. 이에 윤 당선인은 법인차의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무늬만 법인차’를 즉각 철퇴할 수 있는 묘책이라기보다 번호판이 눈에 띄는 만큼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신고·보상 제도까지 뒷받침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법인차 번호판 도입은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토교통부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국토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올해 안에 연두색 번호판을 단 차량을 볼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고가 수입차 판매 급성장세는 법인과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업무용으로 차량을 구매한 후 자가용으로 편법 이용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업무용 승용차의 비용 처리 시 차량 가격 상한선을 두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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