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세계 경제도 침공했다

이윤주 기자

전쟁발 ‘고물가·식량난·고부채’…세계은행·IMF 일제히 올 전 세계 성장률 대폭 하향

IMF “우크라전, 경제 둔화 일조
선진국·신흥국 인플레 강해질 것”

엔데믹을 기대했던 세계 경제가 푸틴 리스크에 단단히 발목 잡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세계 경제에 고물가·식량난·부채 위험이라는 3중고를 안기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되는 가운데 일부 신흥국과 취약국은 국가부도 우려까지 나온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최근 3개월 만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했다. 세계은행은 1월 전망 4.1%에서 4월 3.2%로, IMF는 같은 기간 4.4%에서 3.6%로 전망치를 내렸다. IMF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의 상당한 둔화에 한몫하고 있다”면서 “많은 나라가 러시아와 상업적 관계를 단절하고 있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물가와 식량난은 당장 각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곡물의 주요 공급국가인 두 나라의 전쟁은 수급 불안 공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IMF는 올해 선진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7%로, 신흥국은 8.7%로 상향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보다 강하게, 그리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곡물가 폭등·부채 증가세도 지속
스리랑카 등 경제 취약국 ‘직격탄’
“글로벌 협력으로 경제침체 막아야”

시장에서는 올해 전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3%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곡물 가격 급등은 밥상물가를 직접 위협하는 요인이다. 저소득 국가의 경우 가계 소비의 60%가량이 식품에 집중돼 있다. 옥수수 가격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곡물 가격 폭등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장 가공식품 인상 충격을 시작으로 사료값 인상에 따른 육류, 유제품 가격 인상까지 밥상물가 도미노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긴축 정책을 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글로벌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오히려 경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각국의 부채 문제도 위험이 높아졌다. IMF에 따르면 정부, 기업, 가계 부채를 모두 합친 전 세계 부채는 코로나 첫해인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56%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급등했다. 증가분의 절반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돈을 푼 데 따른 정부 부채다. 확장재정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둔화할 우려가 있고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까지 무거워지는 것은 부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세계은행은 “중·저소득 국가들의 부채위기 문제가 금년에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기반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채무불이행(디폴트), 대규모 시위 등 불안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하에서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으며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인다. 페루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학생 등이 물가 상승에 항의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흥국의 연쇄 불안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IMF는 “코로나19 기간 부채는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다른 경기침체 초기보다 훨씬 빠르게 축적됐다”며 “부채 문제를 질서 있게 해결하고 채무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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