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루나 상장폐지 이어 시총 46% 테더도 ‘휘청’

박채영 기자

바이낸스, 99% 폭락 루나에 조치

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도 상폐 러시

테더, 시장 불신에 일시적 ‘디페깅’

전문가들 ‘뱅크런’ 비유 규제 촉구

루나, 더 내려갈 곳이 없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니터에 13일 한국산 가상통화 루나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루나, 더 내려갈 곳이 없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니터에 13일 한국산 가상통화 루나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가치가 안정적인 통화’라는 뜻에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분류됐던 가상통화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산 코인 루나와 테라USD(UST)의 가치가 휴지 조각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가상통화 시장 전반으로 불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 46%를 점유하고 있는 테더도 일시적으로 디페깅(Depegging·가치연동 실패)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등에 이번 사태를 비유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통화 거래소 바이낸스는 13일 테라의 가격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자매 코인’ 루나를 상장 폐지했다. 국내 거래소 중에는 고팍스가 이날 처음으로 루나와 테라KRT(KRT)를 상장폐지했다. 오는 16일 오후 3시 거래가 종료되고, 원화로 바꾸거나 다른 거래소로 옮기는 출금은 다음달 16일 오후 3시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도 루나 상장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업비트는 오는 20일 낮 12시부터 BTC마켓에서의 루나 거래를 종료하고, 루나 관련 출금은 다음달 19일까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한때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었던 루나는 불과 1주일 전에 비해 99.99% 폭락한 상태다. 미국 달러와 1 대 1로 연동되도록 설계된 테라는 지난 9일부터 닷새째 디페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 테라는 1달러당 18센트까지 떨어져 가격이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테라폼랩스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루나 코인을 사고파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왔다.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해 두고, 루나를 팔거나 사들이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1달러에 수렴하도록 조율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루나를 팔아 테라를 사들여 테라 가치를 높이고, 반대로 1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를 매입한 뒤 테라를 발행해 테라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큰 폭으로 테라 가치가 떨어지자 이를 뒷받침하는 루나 코인 가격이 급락해 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테라의 디페깅 사태는 시가총액 1위이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이어 가상통화 시가총액 3위의 테더에도 타격을 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달러와 일대일로 교환되는 테더가 일시적으로 95.11센트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테더 가격은 테더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파올로 아르도노가 페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미 국채를 사들였다고 밝히면서 다시 1달러로 회복됐다.

이전에도 테더는 발행된 코인만큼의 현금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지가 논란이 됐었다. 현재 시장에는 800억달러(약 102조9600억원)의 테더가 유통되고 있는데, 테더 발행사가 그만큼의 통화를 확보하고 있냐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등에 따르면 테더는 발행된 가상통화의 규모에 대비해 일부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는 채권 등의 형태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통화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통화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면서 이번에 스테이블 코인들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지금까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서도 금융 안정성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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