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이션이 양극화 심화시킬 우려…중앙은행 책임 커져”

이윤주 기자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개최

“인플레 뒤 장기 저성장 올 수도”

일각선 “아직 위협 수준 아니다”

이창용 “인플레이션이 양극화 심화시킬 우려…중앙은행 책임 커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양극화 현상이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뒤 저물가·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BOK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과 그로부터의 회복이 계층별·부문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사회적 책임 또한 그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여년간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활용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 속에, 중앙은행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 한다 하더라도, 소득 양극화와 부문 간 비대칭적 경제충격의 문제들을 과연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진정된 뒤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됐을 때 장기 저성장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인지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뒤 선진국을 위시해 한국, 태국, 중국 등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부 신흥국에서 저물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이날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1970년대보다 광범위하지만 유가 상승 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이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신 국장은 이런 진단에 대한 근거로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전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 중 원유 비중은 스태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0년대 말 50%에서 2020년 30%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것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6%에서 16%로 올랐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기적으론 물가를 끌어올리지만 중기적으로는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서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봤다. 분석 결과 공급 충격에 따라 유가가 10% 상승하면 주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분기 시차를 두고 약 0.5%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그는 “일반적인 경기침체기와는 달리 코로나19 위기 이후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었다”며 “향후 경제 정책 정상화를 통해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가계나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전에 얼마나 빠르게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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