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상

전쟁·이상 기후에 수출 빗장…식량위기, 내년이 더 최악

이윤주 기자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밀 등 곡물 수급 불안 지속

“수출국 식량 보호주의, 유가보다 물가에 더 큰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지속되면서 식량위기가 내년에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고공행진하고 있는 식량 물가가 내년에 더 뛰고, 특히 식량 빈곤국에서는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한 해 농사를 망치면 그 영향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주요 수출국이 자국 수요를 우선시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7.4로 직전 달보다 0.6% 하락했다. 그 와중에도 곡물지수는 전월보다 2.2% 상승했고, 육류지수도 0.5% 올랐다. 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국의 작황 부진에 더해 인도의 수출제한 조치 여파로 가격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밀과 옥수수 등의 곡물 수급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FAO 통계에 따르면 2018~2020년 연평균 기준으로 러시아는 한 해 3730만t의 밀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도 1810만t을 수출해 세계 5위의 수출량을 기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작황이 기존 생산량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높아 곡물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t당 315달러였던 국제 밀 가격이 올해 450달러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식량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주요국들의 식량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식량 가격을 재차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지난 4월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조치를 일시적으로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 세계 2위의 밀 생산국 인도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세계 2위의 설탕 수출국이기도 한 인도는 지난달 하순 설탕 수출량 제한까지 발표해 국제 설탕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달부터 닭고기 수출 중단에 돌입했는데 당장 전체 닭고기 수요의 3분의 1을 말레이시아에 의존해온 싱가포르에 비상이 걸렸다.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애그플레이션(먹거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발전될 소지가 커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가뭄과 산불 등 이상기후로 경작지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옥수수는 3위 생산국인 브라질이 냉해와 가뭄으로 경작지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최대 생산국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가뭄과 냉해로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콩도 홍수와 가뭄으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농산업은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식량을 집약적으로 생산하여 전 세계에 공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지역에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지역을 넘어 전 세계 식량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의 주요 원인이 국제 유가 등의 에너지 요인에서 식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곡물 가격의 경우 경작하고 공급이 늘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가격이 올라가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면서 “특히 식료품 관련 품목의 물가가 높아져서 생계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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