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딥러닝 ‘최강자’ 엔비디아, 경쟁자 추격 뿌리칠 수 있을까

카레라(필명)

‘인공지능 핵심’ 그래픽카드 생산
지금은 시장서 독보적 위치지만
기술적 강세 유지 가능성엔 의문

구글·애플·테슬라 자체 칩 개발
추론 최적화 IPU·FPGU 등 부상

전기차 분야에 테슬라가 있다면 반도체 분야에는 엔비디아(NVDA)가 있다. 한때 엔비디아는 서학개미들의 꿈의 기술주로 추앙받으며 주당 300달러를 넘겼지만 올 초부터 테이퍼링, 양적 긴축을 겪으면서 기술주들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아 절반 가까이 시가총액이 주저앉았다. 현재 엔비디아가 매력적인 가격대까지 빠지면서 다시 엔비디아를 주시하는 서학개미가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GPU) 시장 점유율 1위, 자율주행 자동차 부문 반도체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잠시 그래픽카드 이야기를 하자면, 그래픽카드는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CPU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그래픽 작업을 전문적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디지털 신호를 영상 신호로 바꿔 모니터로 전송하는 장치다. 이 그래픽카드는 당연히 3D 게임이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기기, 심지어 자율주행 자동차의 자율주행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전자 유닛에 쓰인다. 자율주행을 하는 자동차 앞에는 아주 많은 위험요소가 있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가 제대로 운행할 수 있게 하려면 시시각각 바뀌는 그래픽 인식과 상황 판단을 아주 짧은 시간에 동시에 계속해줘야 한다. 그래서 그래픽카드가 자율주행 컴퓨팅에 제일 적합한 반도체이다. 엔비디아가 왜 미래에 가장 유망한 빅테크 회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지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칼럼에서는 엔비디아가 예전처럼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는 이유를 신중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그래픽카드는 게임, 3D 작업 등에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2020년대 이후 가상통화 채굴, 인공지능(AI)과 딥러닝(Deep learning) 부문에서 용도가 크게 부상하고 있다. 이 중 가상통화는 올 들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급락하면서 채굴의 수지타산이 나빠져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많이 시들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는 부문은 자율주행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AI와 딥러닝이다. AI, 즉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기준이 애매한 문제를 풀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딥러닝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이 AI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딥러닝은 큰 틀에서 사람의 사고방식을 직접 컴퓨터에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센서나 카메라를 통한 자동차 인식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가 직접 운전할 때, 우리 옆에 있는 자동차가 BMW 5 시리즈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바퀴가 4개면 자동차 → 트렁크가 작고 문짝이 4개이고 차 높이가 낮으니 세단 → BMW 로고가 붙어 있으니 BMW or 돼지코 그릴이 있으니 BMW → 크기가 대충 이 정도 되니 준중형은 아니고 준대형? → 그러면 정답은 BMW 5 시리즈”와 같은 식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사고회로를 컴퓨터가 스스로 구성할 수 있도록 수십만, 수백만장의 자동차 사진과 3D 데이터, 그리고 정답을 함께 쥐여주는 것이 딥러닝 기술이다. 인간이 어떻게 분류하라고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들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데이터끼리 구분하기 위한 자기만의 기준과 논리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딥러닝은 엄연한 AI의 하위 분류이지만, 사실상 딥러닝이 AI와 동의어가 된 것은, 기존에 나온 AI 기술보다 딥러닝이 월등하게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미지를 보고 어떤 이미지인지 맞히는 AI의 경우, 딥러닝 이전 성능의 정확도가 50%대였다면 초창기 딥러닝 모델을 도입한 것만으로도 정확도가 70%대로 크게 높아졌다. 딥러닝은 기반이 되는 데이터가 아주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이 대량의 데이터 처리에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꼭 필요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MD와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AI산업의 양대 산맥이었다. 하지만 AMD는 고전적인 그래픽카드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것에 안주해 엔비디아에 비해 딥러닝 부문의 기술 개발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았고, 엔비디아는 딥러닝에 필요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인 CUDA 및 cuDNN 기술에서 크게 앞서, 지금은 엔비디아가 AI와 딥러닝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딥러닝에는 학습(Traning) 단계와 추론(Inference) 단계가 있다. 학습 단계에서는 앞서의 ‘자동차 사진 학습’ 사례를 가져와 설명하면, 자동차 사진 수백만장을 보여주고 어떤 자동차인지 정답을 보여준다. 그다음 추론 단계에서는 AI가 스스로 이 결과값을 가지고 자신만의 기준과 판단 절차를 만든다. 학습 단계에 필요한 그래픽카드, 칩(하드웨어)에서는 아직 엔비디아가 독보적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미래 핵심 먹거리를 엔비디아라는 다른 회사에 의존하려는 글로벌 대기업은 없다. 그래서 이 그래픽카드가 반드시 필요한 회사들이 점차 자체 칩의 개발과 생산을 추구하고 있는데 구글(GOOGL)은 TPU 칩, 애플(AAPL)은 M1 칩, 테슬라(TSLA)는 D1 칩 등 자체 칩을 각각 내놓았다. 이 자체 칩은 엔비디아 칩의 수요를 상당 부분 가져가게 된다. 그리고 추론 단계에서는 기존 그래픽카드, GPU보다 더 딥러닝에 최적화된 IPU(Intelligence Processing Unit)와 FPGU(Field Programmable Gate Array)가 떠오르고 있다. 이 반도체를 개발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지 오래인데, IPU의 경우 한국의 레벨리온, 퓨리오사, 영국의 그래프코어(Graphcore) 등의 회사가 있다. 이 회사들은 규모가 작아 단시간 내에 엔비디아의 딥러닝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어렵지만, 엔비디아의 경쟁사에서 이 회사들의 기술을 인수한다면 높은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자리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큰 FPGU 회사 자일링스(Xillinx)는 지난 2월 엔비디아의 경쟁사 AMD에 인수되었다. 엔비디아의 절대적 경쟁력으로 간주되는 딥러닝 부문에서 업계에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들을 살펴볼 때, 엔비디아의 기술력 강세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인가에는 의문을 표하고 싶다. 엔비디아 투자 시 분기별 딥러닝 부문의 매출과 점유율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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