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동’…시장참여자 신뢰 회복 못해 불발

카레라(필명)

지난 4월 인수 공언 후 트위터 주가 35달러서 50달러로 급등

경영진 저항과 협상 과정 잡음으로 투자심리 위축 불러 급락

‘시장참여자 불안 크기’ 이해하면 인수·합병 성패 가늠에 도움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 하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를 먼저 떠올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테슬라(TSLA)의 CEO 일론 머스크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론 머스크 본인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는지, 작년에는 세계 부자 순위 2위인 아마존(AMZN)의 CEO 제프 베이조스에게 은메달을 수여하겠다는 조롱 아닌 조롱(?)을 한 적도 있다. 지난 4월, 일론 머스크는 전 세계의 미국주식 투자자들이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하나 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SNS인 트위터(TWTR)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4월14일에는 훨씬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는데,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주식 100%를 주당 54.2달러에 전량 사들이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약 430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에 가장 취약한 고성장 기술주로서, 트위터 주가는 지난 4월 이전까지 한참 동안 내리막길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깜짝 발표가 있은 직후 트위터 주가는 주당 35달러에서 5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한 달 만에 40달러로 고꾸라졌다. 트위터 경영진이 일론 머스크의 인수 시도에 저항하기로 하면서, 협상 전반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달 9일,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가 “가짜 계정”이나 “스팸 계정” 등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트위터 인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미국 증시에서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벤트로 주가도 그에 따라 널을 뛰기 시작한다. 우리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를 인수 회사와 피인수 회사의 주가 변동에 대한 좋은 교보재로 삼을 수 있다. 인수는 한 회사가 다른 회사가 발행한 모든 보통주를 매수하여 그 회사를 구매하는 것이다. 먼저, 일반적으로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할 때 A회사가 B회사 주식을 1주당 C달러에 전량 매입하겠다고 공언하면, B회사 주가는 그 전에 얼마였든 거의 바로 C달러 근처로 치솟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이런 소식에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장이 열려 있기만 한다면 이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자마자 기존에 C달러보다 낮은 가격에서 주식을 사고팔던 사람들은 1분 이내로 인수 가격에 근접하게 주가를 올려서 거래하게 된다. 이때 주가를 올린다는 건, 어떤 특정 세력이 어마어마한 돈으로 주가를 밀어올린다는 것이 아니다. B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던 매도자들이 이 소식을 접한 직후 C달러 아래로는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면서 C달러 밑의 매물을 거둬들이고, 기존에 B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던 매수자들은 C달러 밑으로는 얼마에 B회사 주식을 사든 결국 이득을 보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희망하는 가격에 B회사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이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면 트위터 주가는 결국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인수가 54달러에 수렴해야 한다. 인수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그 차익을 없애는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주가는 시장참여자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만약 인수가와 인수 발표 후의 주가가 차이가 생긴다면, 그 차이만큼이 ‘시장참여자 불안의 크기’다. 트위터 주가가 52달러를 잠시 찍고 추락한 이유는, 인수 건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참여자들의 불안감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항상 논란을 일으키는 일론 머스크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고, 여기에 더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적대적 인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 방어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트위터 이사회의 행보가 이 ‘시장참여자 불안의 크기’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인수의 모든 과정에서 잡음이 없는 경우, 인수당하는 회사의 주가에서 볼 수 있는 ‘시장참여자 불안의 크기’가 훨씬 작아진다. 지난해 9월쯤, 국내 화학회사 DL케미칼이 미국에서 크레이튼(Kraton)이라는 화학회사의 모든 보통주를 주당 46.5달러에 사들이는 2조원 규모의 인수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수 과정에서 양쪽 회사 간에 잡음이 거의 없었고, DL케미칼이 인수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도 풍부했으며 크레이튼의 협조도 충분했다. 결국,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 후 올 초 인수가 완료되어 크레이튼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크레이튼 인수 발표 직후 주가는 45.3달러 내외로 약 3%의 ‘시장참여자 불안의 크기’를 보여준다. 인수 완료 당시의 주가는 인수가와 정확히 같은 46.5달러였다. 만약 우리가 맨 처음, 인수 발표가 나고 주가가 45.3달러에서 숨고르기를 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의 눈치를 볼 때, 이를 샀다면 최종적으로 약 3%의 이익을 거의 무위험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시장참여자 불안의 크기’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한다면, 앞으로 인수나 합병과 관련한 이슈 때문에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요동칠 때 성공이나 실패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다. 해당 인수 건이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인수가와 실제 주가 사이의 ‘시장참여자 불안의 크기’를 통해 차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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