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의 끝이 경제 위기?…믿고 싶은 것이 아닌 현실을 보라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어두운 먹구름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은 파열음을 내며 모든 자산에 틈을 만들고 있고, 두려움이 투자자를 사로잡았다. 영국이든 이탈리아든 국가가 파산하거나 아니면 금융기관이 흔들리거나 뭔가 큰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가득하다. 그러나 필자는 닥쳐올 미래가 결국은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도망가고 싶은 본능이 투자자를 지배하는 시기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간은 두려움을 떨치고 숲에서 나와 사바나 초원으로 걸어 나갔기에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사냥감에 불과했던 인간이 사냥꾼이 되기를 선택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인간이 두렵다고 동굴에만 머물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가끔 영화 <매트릭스>를 본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신기하게도 보고 나면 뒤죽박죽이었던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산적한 현안이 정리가 된다.

‘매트릭스’는 철학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메로빈지언은 “인과법칙”에, 모피어스는 “자유의지론”에 기반한 믿음을 강조한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선택을 제시한다. “너가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끝나. 침대에서 잠이 깨면, 너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될 거야.” 이 장면은 인간의 선택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답해 주고 있다.

몇 번의 술자리에서 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의외로 사이퍼의 선택(환상)을 맘에 두는 이가 많다. 환상이라는 동굴에 숨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다. 네오는 현실을 선택하지만 너무 고달프다. 하지만 우리 모두 사이퍼의 선택은 옳지 않음을 알고 있다.

파란 약으로 얻은 것은 환상 가득한 거짓일 뿐이다. 네오의 선택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사육되지 않는 인간이 될 수 있다.

세상이 망했으면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농담조로 ‘먹고살고 힘드니, 다 같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자포자기적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금리 상승이 결국 부채 의존 경제의 종말로 치닫게 될 거란 공포가 가득하다.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망해 다시 외환위기가 오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붕괴되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늘어난다. 종말이 오면 한 방에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 그렇게 믿고, 또 그렇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망하기를 기다리는 모집단 속에서의 확신은 환상이지 현실은 아니다. 파란 약(환상)이든, 빨간 약(현실)이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스위스(CS)의 재무건전성 위험이 금융위기의 시작이라는 식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가 최근 자본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로 재무건전성 우려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자본부족 우려가 나타난 것은 맞으나 레버리지 비율이 낮아 과거 금융위기처럼 위험이 확대되거나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는 완화되지 않았고, 그 결과 금융기관들은 매우 건전하다. 2022년 5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발간의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본 미국 금융기관의 초유동성(HQLA) 비율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6배 이상 보강된 상태다.

물론 상황은 아직 불확실하다. 동일한 데이터를 갖고서도, 각자 시장을 보는 프레임에 따라 해석을 달리한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불확실성이 바로 이윤의 원천이라 주장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않는다면, 다시 말해 예측 가능한 위험만 존재한다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각각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이윤이 창출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불확실성이라는 축복을 즐기자. 길게 보면 세상에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현실을 딛고 서서 미래를 바라보자. 향후 10년의 앞날이 펼쳐진 길목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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