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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의 경보음이 들리면, 일단 칼날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투자자는 낙천적이어야 한다. 투자의 실패 가능성보다 성공에 무게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길게 보면 기술혁신이 이어져 경제는 성장하고, 주가도 상승한다. 장기투자자가 승자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변동성 위험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는 위험을 인지하며, 스스로를 지켜왔던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이다. 겁 없이 숲에 나선 원시인은 맹수의 먹이가 되었다. 숲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일단 몸을 숨기고 맹수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다.누구나 돈을 불릴 거란 기대로 카지노에 간다. 돈은 베팅의 크기에 비례해 벌 수 있다. 겁이 많아 매번 뒷걸음치는 이들은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크게 잃지도 않는다. 잠시라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은 그렇지 않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스스로 베팅을 멈출 수 있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을 따는 중이라면, 스스로의 운과 실력을 믿고 더 과감하게 승부할 뿐 게임을 멈출 ... -
주식시장은 우연의 연속…항상 우발적인 사건에 대비해야
7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친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대중은 이유를 궁금해하고, 기자들은 기사로, 애널리스트는 자료로 이에 답한다.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표현을 금융가에서는 경계하지만, 매번 하락의 이유는 같지 않다.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보지만,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시간이 지나간 뒤에 꿰맞춘 것에 불과하다. 많은 일들이 모두 그저 ‘과거에 그랬지’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있다면 편할 텐데,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 뿐이다.1963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결정론적이고 비주기적 흐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기상 현상을 통해 카오스란 개념을 소개했다. 해안선은 원이 아니고, 번개도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비선형의 세계다. 원인을 잘 알면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인과론적 결정주의에 의구심을 던졌다. 1987년 10월19일 블랙 먼데이는 카오스 개념을 금융시장에 소개하는 계기였다.... -
30년 전 예고된 기후위기…비용 따지는 사이, 여름은 점점 더워진다
1994년 7월9일, TV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그해 여름 유난했던 찜통더위다. 1994년 7월은 한 달 중 20일이나 폭염이 지속됐고, 에어컨 가동으로 전력난이 일어난 해다. 바로 그때부터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에어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해 3월에는 기후변화협약도 발효됐다. 기후변화가 외부 요인이 아닌 인간에서 비롯됨을 인정하고, 파국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약속이었다. 30년이 지난 2024년 7월, 뉴스를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일상이 되었다. 세계 곳곳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매해 맞고 있다.1988년 미국 의회에서 기후학자 제임스 핸슨이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란 단어가 우리 삶에 처음 들어온 순간이다. 동시에 핸슨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1.5도 상한선’을 제시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
예측 못할 사건들이 만드는 미래
켄 피셔는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에서 월스트리트 200년 역사에 기록될 100명을 선정했다. 투기꾼과 중앙은행가, 사기꾼, 불한당까지 월스트리트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망라되어 있지만, 그중 경제학자로 분류된 이는 3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세 명 중 두 사람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어빙 피셔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얼마나 유용하지 않은지의 사례로 인용되지만, 케인스는 거의 모든 경제학자와 달리 금융시장에서 큰돈을 번 성공적 투자자로 찬사를 받는다. 이 둘과 다른 결로 인용된 거인은 웨슬리 클레어 미첼이다.주가를 결정 짓는 변수는 크게 두 가지, 금리와 경기다. 금리는 돈의 공급이고, 경기는 돈의 수요다. 풀린 돈이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져 돌고 돌아야 기업은 돈을 벌고, 경기 사이클은 개선된다. 기업 실적에 집중하는 투자자를 상향식 투자자로, 경기사이클에 무게를 두는 이를 하향식 투자자로 분류한다. “‘명료한(clair)’ 미첼이 없었다면... -
브라질에 가뭄 오면 스타벅스 주식을 팔아라?
강릉에 가면 꼭 들르는 커피가게가 있다. 지금이야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커피브랜드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강릉 한구석인 연곡에 가야 맛볼 수 있었다. 커피 장인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맛을 접한 후부터 커피가 내 삶에 들어왔고, 이제 카페인 수혈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처음 접했던 커피 원두는 ‘파나마 게이샤’. 설탕과 프림이 커피와 범벅이 된 믹스 커피와 다른 향과 산미가 가득했다. 너무 독특한 맛에 반해, 당시 바리스타 장인에게 물었다. 일본에 있다 오셔서 ‘게이샤’라는 명칭을 붙이신 건가요? 답변은 뜻밖이었다. ‘게이샤’는 커피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게이샤라는 마을에서 1930년대 발견된 야생종이고, 이 게이샤가 파나마로 넘어와 재배됐고, 그 원두가 ‘파나마 게이샤’다.에티오피아 작은 마을에서 출발한 게이샤가 파나마에서 완성되었듯이, 커피 재배지는 에티오피아에서 나와 아라비아로, 파나마와 브라질로, 그리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퍼져 나갔... -
한우와 와규, 요리법 달라도 맛은 좋아…한·일 ‘기업가치 제고’ 차이 나도 비슷
지난해 700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늘다 보니 일식은 이제 일상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먹는 현지 음식은 한국식 일본 요리와 다르다. 고기요리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고기요리는 주로 불판에 구어 소금에 찍어 먹는 반면 일본의 고기요리는 고기 본연보다 간장 소스의 향이 가득하다. 스키야키는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다래 소스에 소고기와 야채를 넣어 자작하게 졸여 먹는다. 한국의 불고기도 양념에 재워 먹지만, 스키야키의 ‘단짠’ 맛에 비교하기 힘들다.일본 증시가 뜨겁다. 닛케이225는 1989년 12월29일 고점 38957을 극복하고, 4만도 넘어섰었다. 일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이지만, 한국 증시의 PBR은 여전히 1배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일본 증시의 강세 배경은 두 가지다. 엔화 약세와 디플레이션 탈출로 대변되는 우호적 매크로 환경이 출발점이지만, 일본 증시 상승에 불을 지른 모멘텀은 2023년 발표한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재고 ... -
중국 시장과 2차전지의 부진은 굳건한 ‘흐름’…올라타야 실패 없다
투자는 연애와 비슷하다. 수치가 좋은 기업이 무조건 투자자의 사랑을 받지는 않는다. 기업이 지닌 매력도 중요하지만 주가를 뒤흔드는 그때마다의 시장 분위기도 중요하다. 주가는 그 시기마다의 무드(mood)가 있다. 2000년대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조선주가 급등했고,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대표되는 일부 종목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 직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형재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시장 전면에 나섰다. 그때 그때 시장 분위기에 부합한 기업들은 그들이 지닌 가치 이상으로 시장의 사랑을 받았고, 좋은 기업이라도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소외된 채 다음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무드를 잘 타면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고, 무드와 엇나가면 투자는 실패한다.낙관적 기대로 출발했던 한국 증시가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증시 부진은 아픔이 더 컸다. 이유로 는대략 두 ... -
난도 높은 한국 증시…조정 때마다 담으며 실적 가시화 기다려라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불안하고, 좀 더 열심히 할걸 하면서 후회한다. 과거에 출제되지 않았던 내용이라 건너뛰면 꼭 거기서 문제가 나오고, 시험 시간에 쫓겨 답 표기를 한 칸 미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운이 좋아 노력한 것보다 시험 성적이 더 나올 때도 있지만, 대개는 실수와 노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처음 썼던 답을 바꿨다가 틀리면 후회의 감정은 배가된다. 처음에 1번 정답을 선택했다가 3번으로 고쳐서 틀리면, 처음부터 3번 오답을 선택했을 때보다 후회의 감정이 더 크다. 2005년 뉴욕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저스틴 크루거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이 실험에서 한국 증시를 떠올리는 이유는 한국 증시의 지난 패턴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난도가 높다. 1989년 3저 호황기에 코스피는 1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이후 1990년대 내내 1000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이겨내고, 2000년대 들어서자 중국 특수에 힘입어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 -
지금은 ‘시장의 온도’를 의심할 시간
모임 성수기는 연말이다. 다년간 경험으로 실패 없는 음식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대방어’다. 두껍게 썰어 12월에 먹어줘야 기름지면서 고소한 방어의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방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제주 방어이다. 11월 말에 제주 방어 축제가 열리지만, 제주산이 아닌 동해산이 많다. 더울 때는 캄차카반도 근처에 있다가, 겨울이 되면 제주 근해까지 내려왔던 방어는 이제 동해에서 머문다. 수온이 오르자 동해에 명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방어가 가득해진 것이다. 온도 변화가 어족 자원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에 적응한 고기잡이배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만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할 일은 어족 자원이 풍부한 곳에, 적절한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장소라도 수온 때문에 어족 자원이 변화하면, 게임의 양상은 바뀐다. 변화에 적응한 어부만이 생존할 수 있다.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 상황이 바뀌면 게임의 양상 역시 변한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원인만 안다면... -
깊어지는 주가 조정…바로 너 ‘금리’ 때문이야
9월 이후 증시 하락이 깊다. 오래된 노래의 반복되는 후렴구가 떠오른다.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1973년 이장희의 세 번째 독집에 실린 ‘그건 너’다. 앨범은 1973년 한 해 동안만 5만장이 팔린 정도로 대박을 쳤다. 이 노래를 듣고 증시 조정을 불러온 ‘그건 너’가 연상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다. 9월 이후,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세는 여전했고, 주가는 이를 견디지 못했다.“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있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과거와 동일한 현재는 없다. 단지 비슷한 ‘운율’로 현재를 진단할 수 있다. 1973년이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아랍 산유국들이 서방에 원유 공급을 금지하자 국제유가는 4배 급등했다. 2차 세계대전 후 경제 질서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2년 해체되었다. 금에 연동해 유지돼왔던 달러화 체제의 붕괴였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키신저는 사우디로 달려갔다. 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