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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주식에 끌리기 마련…연애는 하되 종목과 결혼은 말라
TV 연애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다. 청춘들의 만남, 환승연애, 돌싱, 이제 50대까지 다채로운 연애 프로가 한가득이다. 연애하기 힘들어진 시대가 연애 프로그램 인기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쓸쓸함을 거부한다. 그래서 연애를 한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해야 행복해지는 사회적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해도 행복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시작은 달콤하지만 선택에 따라 불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애 상대에 따라 상황도 바뀐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지지만 나쁜 사람을 만나면 수렁에 빠진다. 나쁜 상대와의 연애는 뜨겁고 자극적이지만 나의 삶을 파괴한다. 투자자가 나쁜 주식을 만나면 자산을 잃고 일상도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그런데도 왜 나쁜 상대에게 끌릴까?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첫째, 착한 연인은 재미가 없다.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불만을 이야기하면 들어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려 노력한다. 원하는 곳에서... -
교역의 관점에서 바나나와 ‘애플’은 연결되어 있다
1980년대 바나나는 부유한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다. 바나나를 키우기에 한국의 기후가 적절하지 않았고, 제주도 비닐하우스 재배만으로는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힘들었다. 필리핀에서 대량 생산된 바나나가 1980년대 중반 이후 들어오면서 가격이 좀 내려갔지만 여전히 비쌌다. 바나나를 누구나 싸게 먹게 된 계기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다. 협상 후 바나나는 대량 수입되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렴해졌다. UR은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진행된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격렬한 쌀 개방 반대 시위를 촉발했던 사건으로 기억되지만, 한국 수출기업에는 성장의 기점이 되었다. UR 협상 타결의 최종물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했고,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로 나아갔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중국과 미국이 동반 성장하는 차이아메리카 시대가 열리자, 글로벌 교역량이 급증하는 국면에서 한국은 다디단 ‘... -
침체·성장 오간 올해 경기 전망 시나리오…희·비극 예단 말고 대비를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인문학을 폄하하는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 사건이다. 문학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만드는 힘은 구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정의한 ‘플롯’은 인과관계로 연결된 사건의 결합이었다. 우연히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 속 사건들도 실제로는 필연성과 개연성을 가지고 극적 상황을 만들어간다.2024년 투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경기다. 경기 전망에 따라 금리와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외환시장이 들썩이며 글로벌 자금 흐름이 흔들린다. 고금리로 자산 소득이 늘어난 이들이 있는 반면 빚 때문에 한계 상황에 들어선 자영업자는 폐업으로 내몰린다. 임대나 이자 소득이 임금을 압도하는 시대, 마태복음 25장 29절 ‘가진 자에게 더 많이 주어질 것이고,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그 가진 것조차 빼앗길 것이다’에서 유래한 마태효과에 반하는 의견을 내기 어려운 시대다. 높아진 금리로 견디기 힘들어진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 -
침체의 경보음이 들리면, 일단 칼날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투자자는 낙천적이어야 한다. 투자의 실패 가능성보다 성공에 무게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 길게 보면 기술혁신이 이어져 경제는 성장하고, 주가도 상승한다. 장기투자자가 승자가 되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변동성 위험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는 위험을 인지하며, 스스로를 지켜왔던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이다. 겁 없이 숲에 나선 원시인은 맹수의 먹이가 되었다. 숲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일단 몸을 숨기고 맹수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다.누구나 돈을 불릴 거란 기대로 카지노에 간다. 돈은 베팅의 크기에 비례해 벌 수 있다. 겁이 많아 매번 뒷걸음치는 이들은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크게 잃지도 않는다. 잠시라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은 그렇지 않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스스로 베팅을 멈출 수 있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을 따는 중이라면, 스스로의 운과 실력을 믿고 더 과감하게 승부할 뿐 게임을 멈출 ... -
주식시장은 우연의 연속…항상 우발적인 사건에 대비해야
7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친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대중은 이유를 궁금해하고, 기자들은 기사로, 애널리스트는 자료로 이에 답한다.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표현을 금융가에서는 경계하지만, 매번 하락의 이유는 같지 않다.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보지만,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시간이 지나간 뒤에 꿰맞춘 것에 불과하다. 많은 일들이 모두 그저 ‘과거에 그랬지’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있다면 편할 텐데,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 뿐이다.1963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결정론적이고 비주기적 흐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기상 현상을 통해 카오스란 개념을 소개했다. 해안선은 원이 아니고, 번개도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비선형의 세계다. 원인을 잘 알면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인과론적 결정주의에 의구심을 던졌다. 1987년 10월19일 블랙 먼데이는 카오스 개념을 금융시장에 소개하는 계기였다.... -
30년 전 예고된 기후위기…비용 따지는 사이, 여름은 점점 더워진다
1994년 7월9일, TV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그해 여름 유난했던 찜통더위다. 1994년 7월은 한 달 중 20일이나 폭염이 지속됐고, 에어컨 가동으로 전력난이 일어난 해다. 바로 그때부터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에어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해 3월에는 기후변화협약도 발효됐다. 기후변화가 외부 요인이 아닌 인간에서 비롯됨을 인정하고, 파국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약속이었다. 30년이 지난 2024년 7월, 뉴스를 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일상이 되었다. 세계 곳곳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매해 맞고 있다.1988년 미국 의회에서 기후학자 제임스 핸슨이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란 단어가 우리 삶에 처음 들어온 순간이다. 동시에 핸슨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1.5도 상한선’을 제시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
예측 못할 사건들이 만드는 미래
켄 피셔는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에서 월스트리트 200년 역사에 기록될 100명을 선정했다. 투기꾼과 중앙은행가, 사기꾼, 불한당까지 월스트리트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망라되어 있지만, 그중 경제학자로 분류된 이는 3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세 명 중 두 사람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어빙 피셔는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얼마나 유용하지 않은지의 사례로 인용되지만, 케인스는 거의 모든 경제학자와 달리 금융시장에서 큰돈을 번 성공적 투자자로 찬사를 받는다. 이 둘과 다른 결로 인용된 거인은 웨슬리 클레어 미첼이다.주가를 결정 짓는 변수는 크게 두 가지, 금리와 경기다. 금리는 돈의 공급이고, 경기는 돈의 수요다. 풀린 돈이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져 돌고 돌아야 기업은 돈을 벌고, 경기 사이클은 개선된다. 기업 실적에 집중하는 투자자를 상향식 투자자로, 경기사이클에 무게를 두는 이를 하향식 투자자로 분류한다. “‘명료한(clair)’ 미첼이 없었다면... -
브라질에 가뭄 오면 스타벅스 주식을 팔아라?
강릉에 가면 꼭 들르는 커피가게가 있다. 지금이야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커피브랜드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강릉 한구석인 연곡에 가야 맛볼 수 있었다. 커피 장인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맛을 접한 후부터 커피가 내 삶에 들어왔고, 이제 카페인 수혈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처음 접했던 커피 원두는 ‘파나마 게이샤’. 설탕과 프림이 커피와 범벅이 된 믹스 커피와 다른 향과 산미가 가득했다. 너무 독특한 맛에 반해, 당시 바리스타 장인에게 물었다. 일본에 있다 오셔서 ‘게이샤’라는 명칭을 붙이신 건가요? 답변은 뜻밖이었다. ‘게이샤’는 커피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게이샤라는 마을에서 1930년대 발견된 야생종이고, 이 게이샤가 파나마로 넘어와 재배됐고, 그 원두가 ‘파나마 게이샤’다.에티오피아 작은 마을에서 출발한 게이샤가 파나마에서 완성되었듯이, 커피 재배지는 에티오피아에서 나와 아라비아로, 파나마와 브라질로, 그리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퍼져 나갔... -
한우와 와규, 요리법 달라도 맛은 좋아…한·일 ‘기업가치 제고’ 차이 나도 비슷
지난해 700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늘다 보니 일식은 이제 일상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먹는 현지 음식은 한국식 일본 요리와 다르다. 고기요리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고기요리는 주로 불판에 구어 소금에 찍어 먹는 반면 일본의 고기요리는 고기 본연보다 간장 소스의 향이 가득하다. 스키야키는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다래 소스에 소고기와 야채를 넣어 자작하게 졸여 먹는다. 한국의 불고기도 양념에 재워 먹지만, 스키야키의 ‘단짠’ 맛에 비교하기 힘들다.일본 증시가 뜨겁다. 닛케이225는 1989년 12월29일 고점 38957을 극복하고, 4만도 넘어섰었다. 일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이지만, 한국 증시의 PBR은 여전히 1배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일본 증시의 강세 배경은 두 가지다. 엔화 약세와 디플레이션 탈출로 대변되는 우호적 매크로 환경이 출발점이지만, 일본 증시 상승에 불을 지른 모멘텀은 2023년 발표한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재고 ... -
중국 시장과 2차전지의 부진은 굳건한 ‘흐름’…올라타야 실패 없다
투자는 연애와 비슷하다. 수치가 좋은 기업이 무조건 투자자의 사랑을 받지는 않는다. 기업이 지닌 매력도 중요하지만 주가를 뒤흔드는 그때마다의 시장 분위기도 중요하다. 주가는 그 시기마다의 무드(mood)가 있다. 2000년대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조선주가 급등했고,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대표되는 일부 종목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 직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형재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시장 전면에 나섰다. 그때 그때 시장 분위기에 부합한 기업들은 그들이 지닌 가치 이상으로 시장의 사랑을 받았고, 좋은 기업이라도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소외된 채 다음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무드를 잘 타면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고, 무드와 엇나가면 투자는 실패한다.낙관적 기대로 출발했던 한국 증시가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증시 부진은 아픔이 더 컸다. 이유로 는대략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