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 빨아들이는 은행

이윤주 기자

예·적금 금리 올려 ‘블랙홀’

은행채 팔며 추가 자금 마련

자금경색 악화 요인으로

시중 자금 빨아들이는 은행

은행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 최근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가져온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린 데다, 경기 둔화 우려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들이 늘어난 탓에 은행들이 자금 확보 차원에서 은행채를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 돈이 향하는 동안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으로 가는 돈은 그만큼 줄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0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모두 796조4514억원으로 9월 말 760조5044억원보다 35조9470억원 늘었다. 이미 지난달 전체 증가액(30조683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불어난 5대 은행 정기예금만 141조5155억원에 이른다.

5대 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도 지난달 32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폭 늘었는데, 10월에도 다시 기록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은행 정기예금에 시중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5%포인트 오르면서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는 예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자산시장은 주춤하고, 안전자산인 예·적금 금리는 큰 폭 오르면서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예금이 급증하는 와중에 은행들은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까지 팔고 있다. 채권을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실패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을 확보해둘 필요가 커졌다.

정기예금과 달리 요구불·수시입출식 등 저원가성(낮은 금리) 예금에서는 계속 돈이 빠져나가는 점도 은행의 유동성 확충을 필요케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 등에 따르면 9월에만 모두 25조8800억원어치의 은행채가 발행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표적 우량 채권인 은행채 공급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회사채에 대한 수요는 더 줄고, 금리는 더 뛰게 된 것이다.

은행들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서는 측면도 있다. LCR은 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현금·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등 단기간에 급격히 예금 등이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라는 취지의 규제다.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LCR 규제 비율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밝힌 상태인데, 은행권은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 기준도 낮춰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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