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성장률, 마이너스 실질소득…서민대책 구멍 난 것”

반기웅 기자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

살림살이 어렵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림살이 어렵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고금리 탓”이라지만
손실보상 지원 줄어든 영향
상·하위 20%, 소득 차 5.7배

올해 3분기 들어 팍팍해진 가계 살림이 지표로 확인됐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은 늘고 실질소득은 줄었다. 저소득층에 지원되던 코로나19 지원금이 끊기면서 소득 분배 지표는 악화됐다. 고물가 장기화 국면에서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민생 예산이 삭감되면서 서민과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올 3분기 가계동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실질소득 감소다.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3.0% 늘었는데, 실질소득은 2.8% 줄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소득이 쪼그라든 모양새다.

가계의 호주머니 사정은 흐름상으로도 좋지 않다. 지난 2분기 가계소득은 12% 넘게 증가했는데, 실질소득은 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시 거리 두기 해제로 소비가 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도 있었지만 고물가에 소득 개선 효과 역시 반토막 났다. 3분기에는 실질소득이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정부 지원책이 현장에 스며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공약으로 내건 100% 보상을 약속한 코로나 손실보상 정책이 후퇴하면서 온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아닌데 가계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서민 계층 지원 정책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도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3분기 비소비지출(조세·연금·이자비용)은 101만800원으로 1년 전보다 6.6% 늘었다. 특히 이자 지출은 19.9% 급증했다. 2018년 4분기(21.7%)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금리가 오른 데다 주택 대출 비중이 커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플러스 성장률, 마이너스 실질소득…서민대책 구멍 난 것”

더 큰 문제는 소득감소 충격을 서민층과 저소득층이 두드러지게 받았다는 점이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1분위(하위 20%) 가구에서만 소득이 감소했다. 1년 전보다 1.0% 감소했다.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상위 20%) 가구는 소득증가율이 3.7%로 소득분위 중 가장 높았다. 이렇다보니 하위 20%와 상위 20% 간 소득 격차는 5.75배로 1년 전(5.34배)보다 0.41배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 지원금 등 일회성 지원 정책이 중단되면서 그간 가려져 있던 양극화의 단면이 드러난 셈이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코로나 이후 시장에서 충분한 회복이 이뤄지기 전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 분배에 문제가 생긴다”며 “급격한 재정 긴축 정책은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여전히 낙수효과 기대
법인세 등 감세안 73조 규모
복지·보육 예산 삭감 불가피
“긴축 재정, 취약계층 치명적”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낙수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소득자와 고소득 기업이 부유해지면 지출과 투자를 늘려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믿고 있다. 법인세 감세, 보유세 감세, 기업가업상속공제 완화 등 73조원의 감세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소득세, 법인세 감세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서 세수효과가 크게 발생해 수직적 형평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수가 줄어든 만큼 복지·노동·보육 예산은 삭감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내년 24조원의 재정지출 삭감안을 내놨다. 고소득자 세수는 줄고, 저소득층 복지가 축소되면 내년에도 소득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 교수는 “상황이 나아진 가구가 있는가 하면 벼랑 끝에 있는 가구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만들어 선별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려면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감세·긴축 재정을 고집하면 가계 살림살이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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