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석탄발전 해외투자한 한전의 ‘안목’?

박송이 기자

건설 중인 인니 자와섬 2기는 106억원 손실 예상
뒤늦게 “해외 발전소 매각”… 세부 외엔 매수자 없어

2020년 10월 5일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 사옥 앞에서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2020년 10월 5일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 사옥 앞에서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주간경향] 지난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 6개국 등 9개국은 인도네시아의 탈석탄 지원 계획을 담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파트너십(JETP·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서명했다. JET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탈석탄 및 에너진 전환을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네트워크다. 개발도상국이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JETP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5년 동안 총 85억달러(약 11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출범했다. 지난 6월에는 G7 국가들도 동참을 선언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세네갈이 추가 지원 대상국이 됐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인도네시아 협약이 성사되면서 인도네시아는 기존 목표 시기보다 10년 앞당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JETP는 인도네시아에 향후 3~5년간 총 200억달러(약 26조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JETP 참여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월 1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JETP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개발도상국이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이 중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한다”면서도 “관계 부처나 산업계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이 언급한 ‘산업계 목소리’는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사업에 참여 중인 한국전력·두산중공업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와섬에 석탄화력발전소인 자와 9·10호기를 건설 중이다. 운영은 한전이 하고 시행은 두산중공업이 맡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금융지원을 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 경제강국인 한국은 동시에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땅히 JETP에 참여해야 할 상황임에도 한국이 오히려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탈석탄’에 역행… 국제적 책임 방기한 투자

녹색연합은 지난 11월 23일 “‘한국, 해외 화석연료에 767억달러 쏟아붓는 동안 국제 기후위기 대응 지원은 15억달러에 불과’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는 “‘오염자책임 원칙’에 따라 다배출 국가들은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정지원의 책임을 지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해외 화석연료 금융제공액에 비해 개도국 지원 등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 규모는 터무니없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의 국제적 책임을 방기한 채, 세계 각지에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팀장은 “JETP나 녹색기후기금 등 개도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국도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 등에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전이 해외에 석탄 투자를 하는 건 개도국의 재생에너진 전환을 지원하는 흐름에 역행한다. 한전이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탈석탄 흐름과 역행하는 한전의 투자를 두고 “한전의 투자 실패이며 기후위기 시대를 읽지 못한 패착”이라며 “재무적으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지위를 고려했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투자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2020년 6월 한전은 62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자와섬에 총 2000㎿ 석탄화력발전소 2기(자와 9·10호기)를 짓기로 결정했다. 베트남 붕앙에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를 짓는 신규투자도 이어졌다. 공적자금을 해외석탄산업에 투자하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 및 환경단체 등은 한전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함은 물론 수익성도 없다며 사업중단을 촉구했다. 당시 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사업은 883만달러(약 106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도 손실이 7900만달러(약 9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전은 발전소 건설 후, 25년간 전력판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강행했다. 향후 재생에너지 가격이 내려가고 석탄화력의 발전 단가가 오르게 되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져 한전의 예측과 달리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2년 후인 2022년 5월, 한전은 운영·건설 중인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전부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1분기에 60억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한전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서 나온 대응조치였다. 한전은 연내 매각 추진 대상으로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꼽고 해외 석탄발전소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할 계획을 밝혔다. 매각 대금으로 회사의 채무를 상환해 재무상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전의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적절한 수준의 가격으로 이를 매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 노출, 지난 10년 수익 악화 주범”

지난 10일 13일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보고서 ‘한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위태롭다(KEPCO’s Clean Energy Transition Hangs in the Balance)’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전 전체 발전량의 60%를 화력발전이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은 구조를 감안했을 때,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전력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2년 초 한전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새로운 투자 방향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재생에너지와 새로운 LNG발전 자산, 탄소 포집활용저장 스마트 전력망에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며 “한전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보낸 서신을 보면 한전이 석탄발전 자산에서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돼 있지만, 이 새로운 계획들은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는 과연 머지않아 좌초될 화력발전 자산을 인수하려는 주체가 있을지, 그 발전 자산들이 한전의 채무를 상환하는 데 기여할 만큼 충분한 가격에 매각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은 한전의 석탄화력발전소 매각 진행 상황에 대해 “한전이 가진 자산을 매각하려 알아보고 있는데 지금 매각이 확정된 것은 필리핀 세부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만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 외 다른 사업의 매각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매각이 된다는 것은 그나마 갖고 있는 석탄 사업 중에 조금이나마 사업성이 남아 있는 것들이라는 얘기”라며 “나머지는 매수자가 없어 계속 한전이 갖고 있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는 한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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