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는 소비, 위축된 생산…짙어지는 경기 침체의 그림자

이창준 기자

수출·투자 여건 악화에 내수도 부진 흐름…불확실성 우려 ‘증폭’

얼어붙는 소비, 위축된 생산…짙어지는 경기 침체의 그림자

소비 지표, 3개월 연속 하락…주력 산업인 반도체 생산 10% 급감
외부 변수 제외한 순수 경기동향 지표도 7개월 만에 감소세 전환

소비 지표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생산 수준은 지난달 0.1% 소폭 반등했지만 주력 산업인 반도체 생산은 10% 넘게 줄었다. 일시적인 충격 등 외부 변수를 제거한 순수 경기 동향 지표는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의 두 축이었던 수출과 소비가 장기 침체기에 접어드는 양상인데, 정부는 향후 이 같은 산업 침체 흐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1.8% 감소하면서 3개월 연속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재화의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달아 감소하다가 8월 반짝 증가했는데, 9월부터 다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소율은 전월(-0.2%)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커졌다.

항목별로 보면 내구재(-1.4%)와 준내구재(-5.9%), 비내구재(-0.5%) 소비가 모두 감소했다. 내구재의 경우 가전제품과 가구 소비가 감소했다. 준내구재는 의복, 신발 등 전 품목의 소비가 줄었다. 비내구재는 음식료품과 의약품 소비는 늘었으나 화장품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서비스의 소비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5% 줄었다. 이 지표 역시 9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방역조치 완화 이후 ‘리오프닝’ 특수를 누렸던 숙박·음식점업은 올해 들어 가장 큰 폭(-4.0%) 감소했다. 이외에도 예술·스포츠·여가(-5.0%), 협회·수리·개인(-3.5%) 등 소비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통계청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영향도 일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생산 지표는 수치상으로는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의 증가 전환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반적인 산업 침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장기 하락세에 대한 기저효과로 지표상 부진 흐름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 산업 생산 역시 전월 대비 0.4%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같은 이유로 광공업 침체 흐름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특정 달의) 불규칙성을 제거하기 위해 3개월 평균 등 보조적인 지표를 봤을 때 좋은 흐름은 아니다”라며 “(지난달에도) 경기 약화 흐름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주력 제조업인 반도체는 같은 기간 생산지수가 11.0% 감소하며 지난 8월(-12.8%)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0%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9.0%), 기계 장비(6.4%) 등의 생산은 전월 대비 증가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떨어져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 지표는 일반 산업 지표에서 계절요인이나 불규칙요인, 추세요인(기술 진보나 인구 증가 등 장기 변동)을 제외해 현재의 순수 경기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부 요인을 제거한 경기가 위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향후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같은 기간 0.2포인트 줄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경기 하강, 금리 상승 등으로 수출·투자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 흐름이 제약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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