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님”? 그냥 “JY로 불러요”…삼성전자 ‘수평 호칭’

‘가이드라인’ 담은 사내 공지

한글 이름은 성 빼고 ‘○○님’

영어 이름·이니셜엔 ‘님’ 제외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서초 사옥

“JY, JH, HH, TM...”?

삼성전자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그동안 직원 간에만 적용했던 ‘수평 호칭’ 범위를 최고 수뇌부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임원까지 확대키로 했다. 앞으로 모든 임직원이 직책이나 직급을 이용한 호칭이 아닌 ‘○○님’ 등의 방식으로 서로를 불러야 한다. 이재용 회장도 ‘JY’ 같은 수평 호칭으로 불릴 수 있게 된 것으로, 실제로 사내 문화가 얼마나 바뀔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사내에 공지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한글 이름은 성을 제외한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영어 이름이나 이니셜을 사용할 경우에는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즉 홍길동 부장님, 김철수 상무님이 아니라 그냥 ‘길동님’ ‘철수님’ 식이다.

경영진끼리도 이러한 수평 호칭을 사용하고, 경영진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이나 간담회, 임원회의 등에서도 수평 호칭을 쓰도록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임직원에게 본인이 선호하는 이니셜이나 닉네임 등을 내부에 공지하도록 했다.

앞서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조직문화는 수평적 문화가 기본 근간이고, 수평적 문화의 근간에는 상호존중이 있다”며 “부회장님, 대표님 하지 말고 저를 ‘JH’(‘종희’의 영문 이니셜)라고 불러달라”고 밝힌 바 있다. 정현호 부회장(사업지원TF장)은 ‘HH’,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은 ‘TM’으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직원 간 수평 호칭을 도입했다. 직원 간 공통적인 호칭은 ‘님’을 사용하되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또는 영어 이름 등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해 왔다.

재계에서 이 같은 수평 호칭을 선도적으로 시작한 곳은 CJ그룹으로 통한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에서 서로를 호칭할 때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상·하급자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기로 했다. CJ그룹은 공식 석상에서 이재현 CJ 회장을 호칭할 때도 ‘이재현님’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