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보조금’ 받으면 초과이익 내놔야…삼성·SK ‘고심’

이재덕 기자

중국 투자 10년간 제한 등 까다로운 ‘지급 가이드라인’ 공개

삼성 낸드플래시·SK D램의 40%가 중국 생산…축소 불가피

미 ‘반도체 보조금’ 받으면 초과이익 내놔야…삼성·SK ‘고심’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고심에 빠졌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초과이익을 상당 부분 내놔야 하고 향후 10년간 중국 투자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조금 지원계획 중 먼저 눈에 띄는 건 초과이익 환수 조치다. 보조금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을 받는 기업은 당초 제출한 기대 수익을 크게 초과하는 수익을 낼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 상무부는 전망치를 ‘크게(significantly) 초과’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며 공유분은 ‘보조금의 7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전체 투자 비용의 5~15% 수준에 불과한데 초과수익을 공유하라는 건 과한 처사”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향후 협상 과정에서 초과수익의 정의와 범위 등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은 이달 중 세부 기준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경우, 지난해 8월 통과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 등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우려국에서는 첨단 반도체 설비 투자가 사실상 금지된다.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상당한 타격을 주는 조항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만든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 생산량의 40%가 중국 우시 공장에서 나온다.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범용부터 첨단 제품까지 다양하다.

미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경우 이들의 중국 사업은 어떻게든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공개될 가드레일 조항의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데 대응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 상무부 가드레일의 수위가 몇 단(낸드플래시), 몇 나노(D램)로 정해지느냐가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사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원금 신청 의향이 있는 기업은 이날부터 미 상무부에 ‘의향서(SOI)’를 우선 제출해야 한다. 상무부는 이들 기업과 개별 협상에 나선 뒤 본신청서를 받는다. 첨단 파운드리(위탁제조) 시설의 경우 이달 31일부터 신청서 접수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 정부에 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본다.

특히 삼성전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의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데다 지난해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등 상당히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며 반기를 들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분석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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