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비계데이

삼겹살 ‘밑장빼기’?···삼겹살데이 반값이라더니 절반이 비계 (1)

정유미 기자

대형 마트 대규모 할인 “삼삼데이=비계 잔치”

게시판마다 “50~60%가 기름덩어리” 비판

“고기·비계 기준 없어 환불 불가 원칙” 해명

서울 역삼동에 사는 주부 박모씨(45)는 ‘삼겹살데이(3월3일)’를 맞아 쓱닷컴에서 한돈 돼지고기를 넉넉히 구입했다. 고물가 시대에 100g당 3500원이 넘던 한돈을 2000원대에 살 수 있었던 만큼 두 아들을 위해 1㎏짜리 삼겹살과 목살구이 등을 샀다. 하지만 불판을 달구고 구우려고 고기를 집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 박씨는 “삼겹살에 원래 비계 맛으로 먹는다고는 하지만 절반 이상이 완전 기름 덩어리였다”며 “반값할인이라고 하는데 절반이 기름이니 정상가에 판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장바구니 가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삼겹살과 목살 등 한돈을 40~50% 할인 판매하는 대규모 행사를 펼쳤지만 대부분은 비계 덩어리여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국산 돼지고기 소비 진작을 위해 지정한 삼겹살데이 20주년인 해다.

한 온라인 쇼밍몰에서 판매한 한돈 삼겹살은 거의 대부분이 비계 덩어리다.    소비자 제보

한 온라인 쇼밍몰에서 판매한 한돈 삼겹살은 거의 대부분이 비계 덩어리다. 소비자 제보

쓱닷컴에서 판매한다며 게시한 한돈 삼겹살 모습.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섞여 있다.   쓱닷컴 갈무리

쓱닷컴에서 판매한다며 게시한 한돈 삼겹살 모습.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섞여 있다. 쓱닷컴 갈무리

8일 국내 유명 인터넷 게시판에는 삼겹살 비계 관련 글과 함께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이마트에서 삼겹살을 구입해 펼쳐보니 80%가 비계였다”면서 “일부러 괜찮은 부분만 보이게 돌돌 말아놨다”고 밝히자 동조하는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도 비난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 “롯데마트에서 온라인으로 한돈 삼겹살을 샀는데 커다란 비계 덩어리가 왔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니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비계로) 프라이팬을 닦는 용도냐” “엄청난 양의 비계 덩어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홈플러스에서 평소 삼겹살 등을 자주 구입한다는 또 다른 소비자는 “당일 배송으로 시켰는데 절반이 비계였다”며 “환불을 요구해야 할지, 버려야 할지, 김치찌게라도 끓여 먹을 수 있는지 기막히다”고 했다.

코스트코도 상황은 같았다. 1주일 전 코스트코에서 삼겹살을 구입했다는 지방의 한 소비자는 “비계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사왔는데 밑에 있는 고기는 비계가 너무 심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온라인몰 구매후기 역시 비슷했다. 쿠팡을 평소 자주 이용한다는 소비자는 “쿠팡에서 삼겹살을 구입했는데 정말 별로”라고 했다. “돼지고기 비계가 원래 이렇게 많은 게 정상인가요”라는 질문에는 “비계만 70%는 돼 보인다” “왜 몰래 밑에 비계를 까는 것인지 분노가 치밀어오른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대형마트들은 일단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해당 업체와 협의를 통해 환불 또는 반품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계와 고기의 비중이 얼마여야 한다고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며 “원칙적으로는 신선도 문제가 아닌 비계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기를 구입할 때 밑 부분에 먹지 못할 비계를 교묘히 숨기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 마트들의 경우 커다란 비계 덩어리를 숨겨 포장 판매하는 행태에 대해 ‘단순 실수’라는 해명만큼은 이번 기회에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정모씨(52)는 “대형마트에서 고기를 살 때 위쪽은 그럴듯하게 포장해놓고 그 아래에 비계를 깔아 눈속임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환불을 해주지만 추후에는 동일한 내용으로 보상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대기업 마트가 이래도 되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