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어도 돼!…안 보고도 달리는 ‘로봇 개’ 개발

이정호 기자

시뮬레이션 속에서 훈련해 현실 지형 돌파

카메라 필요 없어 밤이나 화재 현장에 활용 기대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개발한 개 형태의 사족보행 로봇이 돌과 흙이 깔린 험한 지형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개발한 개 형태의 사족보행 로봇이 돌과 흙이 깔린 험한 지형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국내 연구진이 눈 역할을 하는 부품을 달지 않고도 다양한 지형을 거침없이 다닐 수 있는 개 형태의 사족보행 로봇 기술을 개발했다. 연기가 시야를 방해하고 잔해가 쌓인 재난 현장 등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현 교수팀은 개를 닮은 사족보행 로봇이 카메라 없이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제어 기술 ‘드림 워크’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올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로보틱스 분야의 국제학회인 ICRA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기존에 다른 연구진이 만든 보행 로봇은 대부분 자신 앞에 놓인 지형을 알아내기 위해 전방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달고 있다. 레이저를 쏴 특정 물체까지의 거리를 파악하는 라이다를 탑재하기도 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모두 ‘눈’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발상을 바꿨다. 눈에 해당하는 부품을 달지 않았다. 대신 사람의 귀에 있는 전정기관처럼 균형·방향을 감지하는 ‘관성 정보 감지기’와 자신의 다리가 얼마나 구부러지고 펴졌는지를 파악하는 ‘관절 정보 감지기’를 보행 로봇에 장착했다.

연구진 기술의 핵심은 현실 세계에서 얻은 관성·관절 정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구축한 가상 세계의 지형 정보와 빠르게 비교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보행 로봇은 현실에 등장한 진짜 지형을 시뮬레이션에서 경험한 가상의 지형 가운데 가장 비슷한 유형에 대입한다. 가상 세계에서 구덩이에 빠졌을 때 어떻게 걸어나왔는지를 되새긴 뒤 현실 세계에서도 각 다리에 달린 전기 모터에 적절한 명령을 내려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속에서 가상의 로봇 개 4000마리를 1시간 동안 길러 운동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일어날 만한 대부분의 돌발 상황을 미리 겪도록 한 것인데, 이렇게 얻은 노하우를 현실에 나온 로봇 개 한 마리에 집약한 셈이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중형견 덩치의 로봇 개가 진짜 개처럼 민첩하게 움직인다. 평탄한 잔디밭이나 보도는 물론 돌과 흙이 뒤섞인 산지를 거침없이 걷고 뛴다. 최고 이동 속도는 초속 1m에 이를 만큼 비교적 빠르다.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고꾸라질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앞다리와 뒷다리의 보행 간격을 재빨리 조정하며 균형을 회복한다. 누군가 발로 옆구리를 밀어 동체가 기우뚱하는 데도 넘어지지 않고 전진한다.

연구진 기술은 앞을 보기 위한 카메라나 라이다를 쓰지 않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거나 한밤중이어도 문제없이 로봇이 걸을 수 있게 한다.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시야가 좋지 않고 잔해가 쌓인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 교수는 “어떤 형태의 보행 로봇이든 이번에 개발한 제어 기술을 탑재하는 게 가능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보행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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