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진 사실상 물갈이...‘친여 낙하산’ 채워질지 촉각

이재덕 기자

사외이사 재선임에 도전한 후보 3인마저 주주총회 직전 사퇴하면서 KT 이사회가 사실상 해체됐다. KT 대표이사 선출을 주도하는 이사회를 새로 꾸리는 과정에서 여권과 관계된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이사회를 장악할 지에 안팎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KT에 따르면, 강충구(KT 의사회 의장·고려대 교수)·여은정(중앙대 교수)·표현명(전 롯데렌탈 대표) 사외이사가 동반 사퇴하면서 KT 이사회에는 이제 김용헌(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사외이사 1명만 남았다.

이사회 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두게 한 상법 규정에 따라 차기 이사회가 구성되기까지 강충구·여은정·표현명 3인은 대행 자격으로 이사회에는 참여하게 된다. 차기 이사회 구성을 위해 기존 이사회의 정족수만 채우는 형식적인 절차다.

4개월 전 차기 경영진 인선 작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KT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이 재임 중이었다. 이사회가 당시 구현모 대표이사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하면서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0.12%)을 내세운 여권의 압박이 시작됐다.

지난 1월에는 야권 출신인 이강철 사외이사가 사임했고, 2월에는 구 대표가 후보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어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사실상 개입했다. 결국 벤자민 홍 사외이사·윤 대표 후보·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 등이 줄줄이 물러났다. 대표이사와 이사진들이 모두 물러나면서 KT는 사실상 ‘경영 공백’ 상황에 놓이게 됐다.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이 주주총회 전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31일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이 주주총회 전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31일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제 ‘누가 KT의 새로운 이사진으로 들어오느냐’가 세간의 관심거리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소위 ‘그들만의 카르텔’이라며 노골적으로 KT 이사회를 문제 삼은 여권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물갈이하려 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사내 비상경영위원회 산하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에서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 등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KT가 5년 전 황창규 회장 시절 만든 ‘낙하산 방지용’ 정관 등이 변경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현행 정관은 대표이사 심사 기준으로 ‘기업 경영 경험’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 기준이 이번에 여당의 지원을 받는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대표 후보가 되는 것을 막은 직접적인 근거였다.

그러나 여권의 노골적인 개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TF가 ‘낙하산 방지’ 정관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해당 조항을 빼는 방식으로 낙하산 인사가 오는 ‘초석’ 만드려는 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KT 내부에 그런 시도를 막을 힘들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KT 측은 새 대표이사 선출까지 대략 5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임시주총은 두차례 진행된다. TF가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면 이에 따라 ‘정관 변경안’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첫번째 임시주총에서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어 대표이사 후보가 확정되면 두번째 임시주총을 열어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여권과 업계 일각에서는 KT가 ‘5개월’을 제시한 것에 대해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이 사내 장악력을 키우는 시간을 벌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주총을 진행한 박 직무대행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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