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허남설 기자
2019년 11월4일 촬영한 도로 주행 중인 타다 차량. 권도현 기자

2019년 11월4일 촬영한 도로 주행 중인 타다 차량. 권도현 기자

※뉴스레터 점선면 6월28일자(https://stib.ee/Rrx7)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로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독자님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가보셨나요? 너른 잔디밭을 지나 에메랄드색 돔을 쓰고 위풍당당하게 선 건축물. ‘민의의 전당’이지만 참 여러모로 ‘(국)민’과 멀리 떨어지려고 무지 애를 썼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국회 취재기자였을 때, 국회에서 다소 거리가 먼 식당을 찾을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택시가 국회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아 애를 좀 먹었습니다. 나중에 택시 기사님께 여쭤보니 정문을 지날 때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귀찮다, 들어와서도 잔디밭을 멀리 빙 돌아야 손님을 태울 수 있다 등 말씀을 하셨어요. 택시에도 가깝고도 먼 곳이 국회였습니다.

그런 국회 취재기자들을 구한 것이 ‘타다’였습니다. 타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미리 불러놓기만 하면 국회까지 와주었고, 차량이 큼직해서 일행 대여섯명이 택시 2대(그것도 언제 올지 알 수 없는)에 나눠타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런 타다가 ‘고급 택시’가 아니라 ‘기사 딸린 렌터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타다 논쟁’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저는 이재웅씨와 이찬진씨의 ‘댓글 토론’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납니다. 각각 다음과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한 ‘1세대 IT기업인’들이 댓글로 논박을 주고받았죠. 결국 국회는 ‘타다 금지법’을 만들었고, 국회 경내에서도 더 이상 타다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지난주 독자님들께 오늘의 주제를 예고하고 의견을 구했는데, 한 독자님께서 닉네임을 남기지 않고 장문의 글을 보내셨어요. 사용하시는 단어를 봤을 때 모빌리티 업계에 종사하는 분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이분의 말씀을 오늘 반복해서 인용할 것 같아 편의상 ‘M 독자님’이라고 명명하기로 했어요.

오늘은 2018~2020년 당시 타다 논란을 취재한 곽희양 기자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여전히 타다 논쟁

· 대법원이 지난 6월1일 ‘타다’의 옛 경영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어요.

· 타다*는 ‘불법 콜택시’라는 혐의를 받았는데, 법원은 ‘타다는 택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원래 ‘타다’는 브랜드 이름으로, 그 아래 타다 베이직·타다 플러스(프리미엄)·타다 라이트 등 여러 상품이 있어요. 재판 대상은 타다의 대표 상품인 타다 베이직이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타다 베이직만 다루므로 편의상 그냥 타다라고 부를게요. 현재 타다 베이직이 아닌 다른 상품은 시장에 계속 공급되고 있습니다.)

· 2019년 10월 시작해 3년 7개월 만에 끝난 재판은 또 다른 논쟁에 불을 댕겼습니다.

· 타다 경영진이었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어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꾸어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 많은 언론이 같은 취지의 ‘교훈’을 강조하며 비슷한 논조를 보였습니다.

<혁신 막았던 기득권에 경종 울린 ‘타다’의 무죄 확정>(중앙일보), <혁신 기업 싹 다 자르고 이제 와서 “‘타다’는 무죄”>(조선일보), <‘타다’ 4년 만에 합법 종지부, 이미 주저앉은 ‘혁신’>(서울신문)

· 이 ‘교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현 원내대표인 박광온 의원은 “타다의 승소는 국회의 패소”라며 ‘반성’했는데, 전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은 “일방적인 반성문”이라고 반발했어요.

· 하지만 ‘혁신의 아이콘’으로 소환된 타다는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2020년 3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라는 법률이 생긴 직후 사라졌어요.

· 모두가 혁신을 외치게 만든 사업을 콕 집어 금지한 법률이 있고, 또 검찰은 그 사업을 ‘불법 콜택시’ 정도로 취급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대법원이 최근 타다에 무죄 판결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다시 사회적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1. 타다의 혁신

2018년 9월 처음 등장한 타다는 핸드폰 앱으로 11인승 승합차(기아의 카니발 등)를 불러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서비스였어요.

많은 사람이 타다를 ‘고급 택시’라고 여겼습니다. 마치 콜택시처럼 호출했고, 기사가 차를 몰고와 손님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날랐습니다. 택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4~5분도 안 걸릴 가까운 목적지를 입력해도 어김없이 태우러 왔고, 내부가 널찍하고 쾌적하다는 점이었어요.

M 독자님은 타다의 혁신을 이렇게 설명하셨어요.

“타다의 혁신은 프론트와 백으로 나눠집니다. 프론트에서는 넓고 깨끗한 차량, 향기, 조용함, 말걸지 않는 드라이버, 목적지 미표시 등의 서비스 혁신이고 백에서는 AI기술을 통해 드라이버의 경험에 의존했던 수요인식을 효율화시켰죠. 그것을 위해서 월급제를 통해 소비자가 타다를 빌리지 않는 시간에도 드라이버에게 대가를 지급했고요.”

타다는 기아 카니발 같은 승합차를 운용했다. 사진은 카니발 내부를 보여주는 광고

타다는 기아 카니발 같은 승합차를 운용했다. 사진은 카니발 내부를 보여주는 광고

타다는 대형화, 고급화, 상품화한 택시였습니다. 그리고 이용자가 가려는 목적지가 어디든 승차 거부를 당할 일없이 탈 수 있는 택시였어요.

하지만 점선면 독자님 중에는 타다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도 꽤 많았어요. 지난 주에 미리 오늘의 레터 주제를 예고하면서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운행한 타다는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목적지를 가리지 않고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연결해 이용자를 운송하는 서비스였어요. 이러한 타다가 혁신적인 서비스였다고 생각하시나요?

(A) 네, 정말 혁신적이네요!
(B) 아니요, 그냥 택시 아닌가요?
(C) 기타


결과를 보니 (A)와 (B)를 꼽은 독자님의 수가 비등했습니다. (A)를 꼽은 독자님 중 김군님은 “카카오택시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이네요”라고, 월하님은 “승차거부 이슈 없는 택시일뿐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하셨어요.

다만, 이 대목에서는 타다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때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2023년이 아닌 2018년의 눈으로 보면 카카오택시(카카오T)도, 택시 서비스도 지금과는 아주 달랐으니까요.

당시만 해도 카카오T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호출(콜)한 이용자를 목적지에 따라 얼마든지 거를 수 있었고, 따라서 택시 기사에게 선택받지 못한 이용자는 택시를 잡지 못하고 도로에 서성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어요.

택시에 대한 불만은 매우 컸습니다. 2019년 5월 조사에서 택시 서비스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53.4%에 달했어요. 그해 11월 조사에서는 타다가 ‘혁신적 신사업’이라는 답변이 49.1%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타다는 2018년 10월 운용 차량 300대로 시작해 약 18개월 만인 2020년 4월 기준 1500대를 찍었고, 회원 수는 170만명에 이르렀어요.

서울연구원은 2020년 택시만족도 보고서에서 “타다의 높은 고객 선호도와 빠른 성장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그 만큼 기존의 택시 서비스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반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음”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독자님 중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택시잡기도 어렵고, 골목길은 커녕 이면도로도 들어가지 않으려는 택시, 불친절/난폭운전하던 택시업계의 구태를 한번에 해결한 혁신이 좋았습니다.”(익명의 독자님), “타다 이용 시 기존 택시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쾌적함과 신속함에서 놀랐었다”(김휴고님) 등입니다.

이렇듯 타다는 기존 택시업계에 대한 불만을 자양분 삼아 급성장했습니다.

2. 택시의 반격

하지만 타다의 정체성은 택시가 아니었어요. 타다도 자신을 ‘기사가 딸린 렌터카’라고 했습니다.

타다의 운영사인 VCNC는 렌터카 업체인 쏘카에서 차량을 빌려 타다를 운영했습니다. 자신이 ‘택시 승객’이며 ‘택시 요금’을 낸다고 생각했던 타다 이용자들은 사실 VCNC를 통해 쏘카 소유 카니발 차량을 ‘렌트’하면서 ‘렌트 비용’을 냈던 거예요.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반면 택시업계는 타다가 렌터카로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렌터카는 전속 기사가 아니라 그 차를 빌린 당사자가 운전하는 게 보통입니다. 당시 법은 렌터카에 기사를 두고 탑승객을 받는 행위를 금지*했어요.

*다만, 그 렌터카가 카니발 같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라면 기사를 둘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어요. 타다는 이를 사업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단체 관광객을 위해 만든 조항일 뿐, 타다 같은 유사 택시 영업의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어요.

타다의 인기가 높아지자 택시업계의 위기감도 덩달아 고조되었습니다. 택시업계가 타다를 검찰에 고발하고, 택시기사 분신 사건이 일어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커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0월 28일,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와 박재욱 당시 VCNC 대표를 재판에 넘겼어요. 당시 정부-택시업계-타다의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검찰의 기소가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국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타다 금지법은 애초 타다가 사업 기회를 포착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렌터카에는 기사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관광 목적’으로만 제한했습니다. 6시간 이상 렌트하거나 승·하차 장소를 공항·항만으로 한정해 서울 같은 도심에서 분 단위의 단시간 영업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2020년 2월19일, 1심 법원은 타다에 무죄를 선했습니다. 재판부는 타다가 ‘모바일 앱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렌터카 서비스’로 거리에서 불러 세울 수 있는 택시와는 영업 방식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그해 3월6일 타다 금지법을 의결했습니다. 법원은 판결 당시의 ‘룰(법률)’에 따라 타다가 합법적이라고 인정했는데, 국회가 판결 직후 그 룰을 아예 바꿔버린 거예요. 국회의원 185명이 표결한 결과 168명이 찬성해 압도적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결국, 타다는 2020년 4월10일 사업을 종료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타다는 안락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었지만, 택시업계는 불법적 택시 영업을 한다고 비판했어요. 국회는 ‘타다 금지법’을 만들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이후 재판에서도 타다는 연거푸 무죄를 인정받았습니다. 타다의 사업 방식(렌터카를 이용한 이동 서비스)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재차, 삼차 확인한 거예요. 하지만 이미 국회가 룰을 바꿨기 때문에 타다는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없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어요.

“4년 가까운 긴 시간동안의 싸움끝에 혁신은 무죄임을 지속적으로, 최종적으로 확인 받았지만, 그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앉혔습니다.

많은 언론이 이 글을 인용하며 동조했습니다. 당시 타다 금지법을 만드는 데 관여한 국회와 정부는 혁신을 주저앉힌 원흉이 되었습니다.

1.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앞서 M 독자님이 타다의 혁신을 ‘프론트’와 ‘백’으로 나눠 설명해 주셨어요. 다시 정리하면, 고급화·상품화한 이동 서비스(넓다, 깨끗하다, 냄새가 안 난다, 조용하다 등)와 수요에 응답하는 이동 서비스(목적지까지 이동 거리에 상관없이 차량 배차)입니다.

이러한 타다의 혁신을 요소별로 따져본다면, 사실 ‘혁신이 주저앉았다’라는 평가가 현실을 적확히 표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좋은 시간을 타세요”라고 권하는 이 광고, 보셨나요? 카니발 차량을 운용하는 택시 서비스(i.M·아이엠) 광고입니다. ‘조용히 프라이빗하게 이동하고 싶은 분’, ‘가까운 거리도 승차거부 없이 탑승하고 싶은 분’을 타깃 이용자로 설정하고, 안락한 이동 서비스 제공을 강조합니다. 여러모로 타다를 떠올리게 해요.

이 택시 서비스는 9개 법인택시 회사가 합작해 출시한 상품입니다. 전통적인 택시 산업의 기반 위에 서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택시업계에서도 나름의 혁신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굳이 이런 서비스를 예시로 들지 않더라도, 타다가 등장한 시기(2018년)를 전후해 택시 만족도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아이엠, 카카오T 벤티 등 대형 승합차를 이용해 고급화·상품화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도 늘고 있고요. 카카오T 블루에서는 목적지에 상관없는 강제 배차도 일반적으로 사용 중이에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영유아 가정을 대상으로 한 전용 택시 서비스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타다가 추구한 혁신의 요소들은 이렇게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주체가 타다가 아닐 뿐이에요. 타다 금지법으로 주저앉은 것은 타다입니다. 타다의 빈자리에 다른 서비스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이미 법이 개정되어 (타다) 서비스는 문 닫았고, 국민들은 다시 교통약자가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타다가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방식으로 사업을 펼쳤지만, 끝내 타다 금지법에 막혀 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점은 분명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타다가 없는 세상에서 국민이 다시 교통약자로 전락했다는 평가에는 조금 갸우뚱하게 됩니다. 독자님은 동의하시나요?

2. 택시총량제라는 울타리

타다 금지법이 주저앉힌 것은 타다, 정확히는 ‘택시’가 아닌 ‘렌터카’로 사람들에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고급화·상품화한 이동 서비스를 렌터카의 방식으로 운용하지 말고, 택시의 방식으로 운용하라는 취지였어요.

여기서 ‘택시의 방식’이란 택시 면허를 근간으로 삼는 택시총량제를 말합니다. 정부는 2005년 택시총량제를 도입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별로 택시 총량을 설정해 관리하게 했습니다. 택시총량제에는 크게 두 가지 의의가 있습니다. 일단 면허를 바탕으로 한 택시 운전의 전문성·안전성 관리입니다. 예컨대 범죄 경력이 있는 경우 면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울타리’ 역할입니다. 택시 종사자 수를 일정하게 유지해 소득 또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렇게 현재 유지 중인 택시 총량은 25만대입니다.

타다는 자신이 택시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택시업계의 눈으로 볼 때는 렌터카로 이 총량제의 울타리를 깨부수는 행위였습니다.

정부 역시 타다가 이 총량제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걸 제어했습니다. 타다와 비슷한 렌터카 영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며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꾸려 대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제도권은 택시총량제나 다름없었어요. 운용 차량 대수를 늘릴 때 정부 허가를 받게 했으며, 기여금 명목으로 매출의 5%(혹은 운행 횟수당 800원, 허가 대수당 월 40만원 중 선택)를 내게 했습니다.

타다는 이 방식을 거부하고 사업을 접었고, 이 방식을 따른 다른 3개 업체도 현재 합쳐서 420대를 운행 중입니다. 타다가 사업 종료 시점에서 운행한 1500대의 30%도 채 안 될 정도로, 정부는 이 영역에서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총량제라는 울타리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타다 쪽에서는 이 울타리를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이재웅 전 쏘카 대표)이라고 비판합니다. 독자님 중에서도 기존 택시업계에 비판적인 의견을 전해주신 분이 많았어요.

“택시업계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한다면 타다와 경쟁할 수준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기여금 요구 또는 시장 퇴출을 얘기하는 건 본인들이 자정능력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yusei님)

“옛 산업 종사자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기존 문제에 대한 성찰과 해결 없이 무작정 새 산업을 반대하는 것은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아가는 것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고등어조봉학님)

하지만 모든 울타리가 제거해야 할 대상일까요? 면허를 통한 종사자 관리와 일정 소득 유지라는 택시총량제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타다는 1년 6개월 만에 운행 차량을 300대에서 1500대로 5배 늘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택시총량제라는 울타리를 급격히 해체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위협을 느낀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거리 집회를 열었고, 그 와중에 분신 사망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곽희양 기자는 “타다처럼 규제의 빈틈(11인승 이상 렌터카 활용)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건 혁신이라고 본다. 하지만, 타다로 인해 피해를 보는 택시기사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에 저임금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무시하고, 그들을 단순히 ‘기득권자’로 접근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배달 플랫폼 업계는 각종 프로모션 정책을 폈습니다. 이때 배달 라이더가 급증했는데, 코로나19가 사그라들자 갑자기 수입이 급감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울타리가 없는 시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을 자꾸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3. 카풀과 우버도 있었다

국회는 2020년 4월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타다 금지법을 의결했습니다. 정부도 타다를 주저앉히고 택시총량제라는 울타리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선거를 의식해 결속력이 강한 ‘표밭(택시업계)’에 영합했다고 규정하기에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울타리를 걷은 이후 상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충격을 줄일 연착륙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준비 태세는 비판받아야 마땅해 보입니다. 이동 서비스 플랫폼이 시장에 충격을 준 건 타다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10월 18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비판하는 택시 기사 집회 현장. 권도현 기자

2018년 10월 18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비판하는 택시 기사 집회 현장. 권도현 기자

타다 이전에는 ‘카풀’이 있었습니다. ‘풀러스’, ‘럭시’ 등 국내 스타트업이 2016년 5월 출시한 출퇴근 시간대 카풀 서비스는 약 1년 만인 2017년 6월 사실상 24시간 서비스로 확대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2018년에는 카카오가 럭시를 인수해 카풀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모두 타다처럼 택시업계의 강한 조직적 반대와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카풀 이전에는 ‘우버’가 있었습니다. 2013년 6월 우버가 고급 리무진 차량을 이용한 ‘우버 블랙(Uber Black)’을 출시했고, 2014년 8월에는 개인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우버 엑스(Uber X)’로 서비스를 키웠습니다. 당시엔 정부와 서울시, 국회가 먼저 나서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해 서비스를 중단시켰어요. 우버 이후 약 3년마다 카풀, 타다가 잇따라 충격을 준 셈입니다.

우버 논란을 겪고 정부는 어떤 세상을 예측하고 대비했을까요? 곽희양 기자는 “우버가 2015년 최종 불법 판정을 받고 타다 논란을 겪기까지 4년 정도 시간이 있었다”며 “이렇게 앞으로도 기존 택시 면허가 없는 업체들이 플랫폼 기술을 통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텐데, 어떻게 택시 시장을 잠식해 갈 것이며 기존 종사자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지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타다 재판을 받았던 박재욱 전 VCNC 대표(현 쏘카 대표)는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제2의 타다 같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혁신과 기득권의 갈등이 발생한다면 이용자들의 편익을 우선순위에 두고 더 나은 사회의 모습을 위해 혁신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기존 산업이 피해를 받는다면 정부에서 그들을 재교육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혁신을 통해 열매를 맺은 기업들은 그들이 얻은 이익을 기존 산업의 소프트랜딩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충분히 고민하여 대안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사회가 과거로의 회귀보다는 미래로의 진보를 꿈꿀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버 논란 이후로만 따져도 전통산업인 택시에 대한 신산업의 위협이 뚜렷해진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독일은 디지털화가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경제단체, 기업, 전문가 200여명, 시민 1만2000여명이 참여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엮어 2016년 백서 <노동 4.0>을 펴냈습니다. 국내 많은 전문가도 이를 모범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타다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요? 알 수 없지만 뭔가 분명히 와서 또 다른 충격을 안길 것 같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타다가 주장한 모든 혁신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택시총량제라는 ‘안전망’을 깨도 괜찮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버, 카풀, 그리고 타다까지 10년 동안 잇따라 겪은 플랫폼 충격 이후 우리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세 줄 점선면

▶ 타다는 정확하고 안락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였지만, 정부와 국회는 타다 서비스를 금지하고 택시총량제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 당시 결정은 지금 ‘혁신을 주저앉혔다’라는 비판을 받지만, 택시총량제라는 일종의 안전망을 정말 해체해도 괜찮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타다 이전에도 카풀과 우버 등 플랫폼 사업이 연이어 충격을 줬지만, 과연 우리 사회가 독일의 <노동 4.0>처럼 대비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뉴스레터 점선면] 타다의 혁신은 주저앉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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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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